봄 마당

엄마는밭에가셨을까?

할머니도안계신다

아부지는

마당구석에쌓인거름을

텃밭으로지게에져서나르시고는

마루에서퇴침을베고

옅은코를고시며낮잠을주무시고는

아까방죽거리로막걸리드시러나가셨다

할아부지는

맨날아침으로

화투로오간을띠시며

하루재수가있는지일진을보시고는

윤식이네사랑방으로마실을나가셨다

큰누이는막내동생을들쳐업고

저너미동네로고무줄놀이를나가고

작은누이는큰누이뒤만졸졸따라댕기는

집안에나만홀로남았다

대청마루에걸린괘종시계불알만왔다갔다

시계침소리만집안에가득할뿐

울담너머재열이네닭장에서

게으른닭울음소리들려오는

봄이다

마루끝에봄볕이내리쬔다

가만보면아지랭이도해살거린다

엉덩짝을그곳에대고앉으니미지근하니따습다

마당은아침마다엉아가싸리비로쓰는데

얼릉나가서동무들과놀심산에쓸기싦어억지로

빗자루를세워뻐쩡다리로쓴다고할아부지한테

매일한소리를듣는다

흙이뽀얀마당에는

돌맥끼하나없이손바닥으로쓸어도

손에흙이묻어나지않는다

마루에앉았다가

봉당으로내려앉으며검정고무신을신는데

감촉이알싸하니싫지가않다

수채구녁으로칠현이형네똥개가고개를들이밀고

막우리마당으로들어올려다가

나한테딱걸렸다

나와눈이마주치자

눈만끔벅거릴뿐그래도들어오려는눈치다

매일이런아침나절이면

부엌문아래구정물통에머리를박고

밥풀떼기를핥아먹고는하는데

엄마가볼때마다소리를치면서쫓아내곤하는데도

그맛을매일같이보려고몸살을앓는다

아직도고개를안빼고내눈치만본다

눈매가순하긴하지만얄밉다

울돼지가먹을구정물통을

자꾸만기웃거리며훔쳐먹는도둑놈이다

검정고무신을벗어던질요량으로

신발에손을막대는데

똥개는고개를빼고는꽁지빠지게도망을갔다

삽작거리로

우리닭들이들어온다

병아리떼를주루룩달고

살찐암탉이뒤뚱거리며다니는데

그모습이어찌나귀여운지모른다

할아부지가싸리로엮어둥글게만든

닭장을마당화단가에놓아두었는데그곳을들락거리며

병아리떼를몰고다니며

발로거름자리를헤쳐지렁이를잡아먹기도하고

엉아가빗자루로깨끗이쓸어뭐가있다고

하릴없이마당을쪼아대곤한다

나는매일싸리닭장옆양재기에

샘물을길어물을채워주는일을맡았다

오늘은귀찮다

자꾸졸음만쏟아진다

오늘은공일날이다

숙제도해야하는데환장하게

자꾸잠이쏟아지게도

봄마당이환하다

가까스로졸음을참고

안방구석앉은뱅이책상위에던져뒀던책보를끌러서

몽당연필과공책을내다가

마룻바닥에배를깔고엎드려숙제를막하려는데

아부지가막걸리에얼큰하게취하셔서

마당을들어서신다

할아부지는아부지가맨날술을드신다고

꾸중을하시는데도아부지는

보리밥고봉사발보다막걸리가더맛있는모양이다

숙제하는

내머리를한번쓰다듬어주시곤

웃마루에벌렁누워웃방문지방을베개삼아

낮잠을주무시는지금방코를고신다

아까

거름을내시곤주무셨는데

막걸리한잔드시곤또주무신다

엊저녁수실말로나이롱뻥을치러가셔서

날밤을새시곤새벽에건너오신것이틀림없다

텃밭에거름을반도채못내시고는

또술타령을하셨다

숙제를하려고

막연필을세워쓰려는데

연필심이쏙빠져서공책위를구른다

백두산연필이라서잘부러지진않아좋은데

양철필통에넣고냅다뜀박질로

핵교서부터뛰기시작하면

집마당까지쉬지않고

마라톤으로달려오는통에그만

다곯아버린것이다

할아부지가

곰방대담배를피우실제

담배잎을써는창칼이제일잘깎인다

사랑방으로건너가창칼을찾아서

연필을깎는데사각사각소리가넘좋다

연필심도고르고침을발라서

숙제를후딱마쳤다

걱정거리도해결하고나니

기분이봄하늘을날아갈것만같이삼삼하다

엉아가세수를마치고

세숫대야를그냥봉당에놔뒀다

대야에담긴세숫물에반사된봄볕이

마루괘종시계아래바람벽으로비춰들면서

노란맑은빛으로너울거리며춤추듯흔들린다

그모양이어찌나이쁜지모른다

그바람벽으로비치는형상에는벼라별세계가다펼쳐지는데

마치저녁판에

유리구슬치기로동무들에게따온유리알을

안방에누워눈에대고형광등에비치면

그안에필쳐지는세상

그환상에가까운나만의세상을

나는참좋아하는데

그것과는비슷하지만

또다른세상이다

그이쁜세상이

펼쳐져너울거리는바람벽

아부지코고는소리가높아졌다가낮아졌다가

세숫대야너울거림과어찌그리도

잘어울리는지

마치음악시간에높은음자리에서

낮은음자리로돌아왔다가

다시

되돌이표를반복하는

봄마당

봉당으로내려가

한참동안너울그림을이리저리감상하다가는

그만햇빛이처마밑으로사라져

처마에매단

제비앉는새끼줄이얼핏비치다가

금새마루로내려앉아버린

봄볕

심심하다

병아리하고나놀아야겠다

엊그제알에서막깨고나온샛노란병아리들이

엄청귀엽다

암탉은내가주인인것을안다

다가가면닭대가리만곧추세우고

디룩디룩살필뿐이다

가만가만까치걸음으로다가가다가

잽싸게손아귀를펴서

병아리한마리를

손아귀에넣었다

나머지병아리들이

어미닭날개죽지로숨어들어

꽁지들만보인다

손안에놓고이리저리굴리는데

졸음에겨운지눈을게스츠레감으며

눈꺼플을내리깔고

맥이하나없이눈을감는데

병아리눈이얇고하얗게덮여지면서

파르르떤다

아마내게겁을먹은모양이다

병아리는

이러면오래못살고금방죽는다

며칠전에도

병아리한마리가죽어

뒷산애총무덤동산에묻어두고내려왔었다

마당에가만놓아주면서

샘가로가서두레박으로물을길어올려

싸리닭장옆앵재기에부어줬다

어미닭이

제일먼저물을한모금마시며

닭모가지를세워하늘을올려다보니

병아리들이죄따라서물을마시며하늘을본다

서로떠밀려

어느놈은자빠지고

어느놈은뒤로자꾸밀려난다

그소란통에

아부지가낮잠에깨쎴나보다

아부지가냉수한사발가져오라고하시기도전에

얼릉부엌찬장에서사발대접을내다가

물을담아아부지앞에놓아드렸다

병아리양재기에물은아무렇게나했지만

아부지냉수사발은

두손으로공손히바쳤다

아부지가호주머니를뒤적거리시더니

지전일환짜리를주신다

이래서나는아부지가세상에서젤로좋다

내일핵교가면솜틀가게에서

제비표비과사탕을사먹을것을생각하니

벌써부터입안에침이고여온다

침이고여오니

당최참을수가없어

아부지가드신냉수사발에다시물을담아

부엌으로들어가찬장구석댕이에엄니가숨겨둔

성냥갑만한당원곽을꺼내비닐속당원알갱이한알을꺼내다

물에다넣고숟가락으로으깨듯풀어서

마당으로가지고나와

리아카에꺼치떼기를깔고

들어가앉아

아껴가며병아리오줌만큼씩조금씩마셨다

나도심심해서병아리흉내로

한모금마시고하늘을올려다봤다

이세상에서이만큼달콤한것이또있을까

기분이봄하늘을붕붕날아간다

리아카에벌렁누워손등을베고하늘을올려다보는데

눈이너무부셔서눈을뜨질못하겠다

갑자기빨래줄에제비들이날아든다

나도아부지마냥낮잠을한번자려고했는데

낮잠자기는이미글러먹었다

심통이나서쫓아버릴요량으로

자부랑대를마구흔들었다

제비들이놀라날아올랐다가는

마당을빙빙돌아다시빨래줄에앉았다

내가어른이아닌

애들이라고깐보는것이다

홧딱지가나서

다시자부랑대를마구흔들어소리를치면서

검정고무신짝을벗어냅다하늘로던졌다

놀라서날아오른제비떼가

마당을빙빙돌다가는

똥을싸서지린다는것이그만

용코로내어깨죽지에

떨어졌다

이를우짼대나고민하는찰라

고무신짝도그만지붕에얹혀버렸다

아부지도바깥으로나가시고

이를우짠데나

자부랑대를들고지붕에얹힌고무신을내리는데

처마끝에끌적거려가당치도않다

그런난리통에

또그노무똥개가수채구녕으로

머리를쑥디밀고마당으로들어오려고한다

나는홧딱지가나서한짝고무신마져벗어

냅다던지며소리소리를질렀다

이노무똥개..우씨!

병아리들이화단으로몰려가

맨앞줄채송화를이리저리쪼아댄다

꽃이맛있나보다

제비들은고소하다고지지배배..놀려댄다

얌마들아..내가지지배냐?

난사내대장부란말여!

자부랑대를다시흔들어제비들을쫓아냈더니

집안이다고요하다

다시

괘종시계소리크게들려오고

봄마당가득

햇볕이따사롭다

부엌낭구간에서

나뭇가쟁이를하나꺾어다가

봄마당에다

구구단을써가면서산수공부를하다가

당원물을한모금마시고병아리흉내로

하늘을올려다보는데

하늘높이

솔개가나타나빙빙돈다

병아리들을채가려고나타난것이다

벌써암탉은병아리떼를몰고헛간구석으로

동작빠르게피해들어가옹송거렸다

잠시소란이지나간

봄마당으로

다시희뽀얀봄볕이

가득차면서

주체치못하게

졸음이쏟아지기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아~~~품!

엄마,엄마,

이리와요것보세요

병아리떼쫑쫑쫑놀고간뒤에

미나리파란싹이돋아났어요

개나리노란싹이돋아났어요

엄마,

2:46꽃동네새동네정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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