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김기림 –
BY glassy777 ON 3. 15, 2014
나의소년시절은
은빛바다가엿보이는
그긴언덕길을
어머니의상여와함께꼬부라져돌아갔다.
내첫사랑도
그길위에서조약돌처럼집었다가
조약돌처럼잃어버렸다.
그래서나는푸른하늘빛에호져때없이
그길을넘어강가로내려갔다가도
노을에함뿍자줏빛으로젖어서돌아오곤했다.
그강가에는봄이,여름이,가을이,겨울이
나의나이와함께여러번댕겨갔다.
가마귀도날아가고두루미도떠나간다음에는
누런모래둔과그리고어두운내마음이남아서몸서리쳤다.
그런날은항용감기를만나서돌아와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난지를모른다는마을밖그늙은버드나무밑에서
나는지금도돌아오지않는어머니,돌아오지않는계집애,
돌아오지않는이야기가돌아올것만같아
멍하니기다려본다.
그러면어느새
어둠이기어와서내뺨의얼룩을씻어준다.
3:27길ㅣ시:김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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