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김기림 –

나의소년시절은

은빛바다가엿보이는

그긴언덕길을

어머니의상여와함께꼬부라져돌아갔다.

내첫사랑도

그길위에서조약돌처럼집었다가

조약돌처럼잃어버렸다.

그래서나는푸른하늘빛에호져때없이

그길을넘어강가로내려갔다가도

노을에함뿍자줏빛으로젖어서돌아오곤했다.

그강가에는봄이,여름이,가을이,겨울이

나의나이와함께여러번댕겨갔다.

가마귀도날아가고두루미도떠나간다음에는

누런모래둔과그리고어두운내마음이남아서몸서리쳤다.

그런날은항용감기를만나서돌아와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난지를모른다는마을밖그늙은버드나무밑에서

나는지금도돌아오지않는어머니,돌아오지않는계집애,

돌아오지않는이야기가돌아올것만같아

멍하니기다려본다.

그러면어느새

어둠이기어와서내뺨의얼룩을씻어준다.
    

3:27길ㅣ시:김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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