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례청, 좋은 날

안해함께

용인민속촌

봄나들이를다녀왔습니다

안해는고향동무와

줄넘기를하며엄청즐거워하였습니다

한갓진마음으로

뒷짐을지고

민속촌

이곳저동네를

한나절은족히걸었습니다

동심으로돌아가

턱괴고앉아

차일아래

구경한

혼례

어어쁜새악시

꽃신을신고

친정집을나와

시집을향해발을내딛고

아쉬움에내나고자라난

친정집뜨락과마당을서성입니다

친정엄마가어여초례청에나가자고

채근을합니다

애끈한마음으로딸을시집보내려니

속울음이나와도끅끅,참아가며

시부모공경하여모시고

부디잘살아라

친정엄마의

장삼족도리옷매무새를매만져주는손길

봄마당으로봉황이날아오르고

서러움으로애끈한마음

바깥마당차일아래신랑이

사모관대를갖추고

기다리는

새악시

윗동네건너마을

이동네저동네에서구름같이몰려든

하객

원앙한짝을손에들고

신부를맞으려는

신랑

처가를향하여

일배

신부가양옆구리부축을받으며

초례청으로나오고

주례를향하여나란히서고

예를거행합니다

먼저신랑에게큰절

신부에게답례

큰절

집사들의

흰두루마기

봄볕아래더욱희어

초립동따꺼머리총각

장가가는불알친구가부러운

초례청

처음으로

우리낭군얼굴한번

살짜기읎게바라보려니

반듯하게잘생긴이마아래눈썹

형형한눈매에반듯한콧날

응다문붉은입술

아름다와라

멍석가에

꽃신벗어놓고

친정떠나시집가는날

신랑이건네준술잔에

입한번대고

엇찔

두모금대고

눈물

어릴적내동무들을떠나

나혼자멀리가네

친정도잘있고

내동무들나없어도잘지내거라

다시금마시는한잔

자꾸만나오는눈물

친정엄마가몇날며칠을

손바느질로꿰매주신

차렵이불과

베개

노리개상자에

경대

한양에서끊어오신

비단공단에

화초장

이것함께

시집을가는날

잔치가끝난

친정집마당에내마음에

봄바람

고초당초보다더매섭다는시집살이

어찌잘참아살아갈까

나를이날까지

곱게길러준친정집

아버지잘계세요

엄마두고가는마음

목이메어요

야속한가마꾼아,

조금만더친정마당에머물고져

아니되오

아닐될말씀

말탄님

낭군님따라서

시집이있는동네로

날이저물기전에우리는어여서둘러

당도하여야만한다오

청사초롱초립동아,

잰걸음좀조금만더늦춰다오

아니되오

오늘안으로삼십리고갯마루

높은봉우리를힘겹게넘어가야만하오

말탄내낭군님

발길음점잖케천천히가시와요

어허,

낸들고삐잡은떠꺼머리동무가

고삐잡아이끄는대로뚜벅뚜벅낭창낭창걸음새를

어찌늦춘단말이오

덩실춤에날라리부는

저총각아,

내말좀들어주소

흔들리는가마

어지럽고

말탄내낭군

듬직하고

언년이가마옆에바싹붙어따라오며

이런저런이야기끝에

친정엄마

날시집으로보내놓고

떠나가는가마보고동구밖까지나오셔서

눈물철철히공단치마적시며

눈물닦으신다고하네

날라리떠꺼머리총각은더욱신명나는

새색시시집가는날

초립동이환한미소가

봄하늘에닿을라

시집마당에들어

휘파람을쉬면서내뱉는가마꾼들의흰소리

시집동네사람들

구름같이마당으로몰려들고

돌맹이에재를뭍혀

가마에던지던

동네꼬맹이들

졸졸졸꽃가마를따라오네

심술궂은돌맹이세례에

내낭군사모관대흐트러졌고야

온동네에웃음소리높아가고

사람들의착한눈매에

어리는미소

오늘은좋은날

장구소리에날라리로

시댁마당한바퀴신명나게

돌아가고난뒤의

정적

아이구!

소댕이댁은

어찌저리예쁜색시를며느리로얻었댜~~그래?

신랑님아,

너무웃덜마시와요

그러다첫딸낳으면

내시집살이더고되어진다오

정신하나없이

내가시집이라고온겐가모르겠다

예가내평생살아갈

시댁의안마당이란다

동네사람

이사람저여인

가마안으로기웃기웃

말에게

여물먹이고

다시동네한바퀴를

돌아가려는채비

길양켠으로

구름같은동네사람

타지사람

다시시집마당을향하여

이좋은날의예식을마칠세

하객들둘러앉아

자시거니드시거니

햇볕바른

봄마당

돼지세마리를잡아

온동네잔치잔치벌렸네

봄마당청사초롱

봄바람에

흔들건들

순대안주에

동동주

안해와고향친구

잔치끝나돌아가는길

동동주로채운술기운이라

서운함에다시들어간

민속함지집에서

점심상받다

집에돌아온저녁

안해가다시차려내온주안상

동동주사발가득

이월열닷새보름달이두둥실떴어라

안해와거니는

산보길

고즈넉한

시골저녁의밤

여기도둥실

저기에도두둥실

나뭇가지에걸린달도

동실둥실

고회망루에걸린하얀달님도

예수님곁에서

활짝웃는

보름넘은밤

사방으로밝은달아래

하얗게웃음짓는

안해의잇속

더욱

희더라

소나무가지끝에걸린

살찐달

겨울나무에

봄이움트는밤

한갓진걸음새

잠시쉬고

저윽히

올려다보는

맑은달

손가락세어꼽아보는

절기

하마세월이

꽃절기를타셨고야

집으로올라와

월광곡나직나직

집안가득

달빛

아,

그옛날

내게시집올적에

곱디곱던

안해의얼굴

3:22살짜기옵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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