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랑 꽃구경 가유
주춧돌옆제비꽃

널라와이봄아름답고야

봄의정령곧

너였구나

새봄

새악시로오시고

봄볕아래

봄으로단장하시고

맞아주시는

제비꽃의

생전

어머니께서제일좋아하시던

제비꽃색

많은옷도

제비꽃일색이셨고

마음도제비꽃이셨지

하마

어머니산소에도

제비꽃지천으로피어났겠지

어머니를뵙듯

손으로쓰다듬어보는

제비꽃의

봄날이오셨다고

어여오라손짓하시는

샛노란봄

어머니,

저랑꽃구경가유!

오마나,

저것좀보아

봄날이

그림같이아련쿠

희뽀얗쿠나

오마나,

시상에먼일이랴

목련도발써폈네

우짠일이여

전이는

하루종일저러구섰음

누가품값을주는가모올러

2014년4월4일부텀

4월6일간이믄아직때가아니잖여?

아이갸,

누구네자손인지

산수유마을이내려다뵈는

언덕배기에묘를쓰고선에죽어서도

제부모은공을알아효를다하네그랴

아이갸,

오늘은먼날씨가이리덥데나그랴

꼭초여름날씨같이

참따사롭구나

산수유나무가

오래묵은고목이다보니깐두루

꽃을피워내는모냥새

푸짐하고참이쁘네

눈이부셔

자꾸눈이감키는구나

민들레에

제비꽃이마치신랑각시같이

금실좋아함께신행나왔네그랴

발써고추모판에

고추가모종이제법웃자랐구먼?

물을주던조루와

그도모자라물주전자까지

모판일을거들고

겨우내한가했던맴이

부산스럽겠구먼

경운기를받쳐놓고

거름을내갈준비를하는구먼

이거름냄새가

곧봄냄새여

농사꾼은이거름냄새를

맡으며부지런을떨어가면서

맞아야되는겨

하이갸,

이쁘기도혀라

봄님이

어여따라오라고

저모퉁이를돌아서앞서가시네?

전이덜은

꽃구경왔으믄꽃구경이나할것이지

나생이를뜯네그랴

맞어

이맘때는저나생이국이최고지

된장풀어

조선간장으로간을봐서

보글자글끓여내믄

너그아부지가참맛나게도드시곤했쟈

가만생각하면

사람의한생이저꽃이피고지는것만치로

엄청짧고도허망한것이여

살아보니그렇더구나

누구나의생이

저렇게화려한꽃잔치가벌어지는

한바탕벅구니를치다가는

문득

뒤곁마당에혼자서서

저렇듯

남몰래서러운것이여

슬픔이울컥,울컥,치밀도록

외롭고도고단한것이여

누구나할것읎이

이승에서저승으로건너가는찰라간극의

사람의한생애여

암,

살아보니그렇더구나

저그

꽃나무그늘에잠시

다리좀쉬었다가자꾸나

참말로

꽃이피니깐두루

벌도어디서겨우내있다가

이렇게꽃가지를이리저리나니는봄날이구나

나는

가만앉았는데

봄바람이

내금박댕기를건드리고

연분홍치마를슬쩍슬몃들쳐올려설라므네

싱숭생숭

마음이떠서

바구니끼고

밭둑지천나생이를캐러

동무들과들판을왼종일빠대고댕겼었지

그한시절이

아득하고도까마득히

어느결에다지나가고

조상님아래

하늘만바라보며다소곳하니

제비꽃벗삼아

누웠난듯

자난닷그저

봄하늘같이지내게됐구나

잘살아야혀

지내놓구보믄사람사는일이

아무것도아니게허무혀

꽃이

아무리화려해도

화무십일홍인것이여

천년같이길것만같았던

한생애

금방후딱,지나가더구나

꼭이렇게

아련해지는봄날

토담아래햇볕바래기를하려고

동백기름머리에자르르바르고선에

봄단장예쁘게치장을하고는

대문밖에나가사방천지에다갈것만같았는데

어디그리갈곳이마땅찮아

토담아래쪼그리고앉아

잠시깜박졸고나니

동백기름윤기나게바른

치렁,치렁금박댕기

검은머리에

금비녀꽂아새색시

꽃가마타고시집왔나싶었는게

어느결에

은비녀로바꿔꽂은

흰머리로변해있더구나

잠깐여

아주바람결에잠시왔다가

한나절머물다가는봄바람같은것이

사람의한생애더란말이여

사랑만하고살아야혀

서로위해주며살아야만혀

내입에맛난거있으믄

사랑하는사람입에먼져먹여주고픈맴으로

간단한

한가지맴으루

그리살아가면되여

즐거움도잠시잠깐

감당키어렵고끝도없을것만같았던

길고긴슬픔두

지내놓구보면

암것두아니게스쳐지나간일이되는겨

건듯바람불어

검은머리결흔들어놓다

흰머리흔들다가면

이봄날이가듯

저봄바람의한줄기같은것이

사람사는한생애인것이여

좋다고폴짝거릴일아니구

슬프다구한숨만지을일아녀

좋아도좋은척하덜말구

싫어두얼굴찡그리지말일이여

마음

그중심만굳건히잡아

이리저리흔들리지않겠끔

그저무덤덤한듯

무던하게살아가는일

안으로삭히고또삭혀설라므네

곰삭아지면한생애가

저무는것이여

내가시방와가만생각허니

너그아부지한테미안스러운게

그렇게맛나게드셨던술을

한정없이미워만했던것이었구나

내가

술맛을모르니

맛있는지우짠지도모르면서

주야장창술을미워했던거

하지만너그아부지를미워했던것은아니었쟈

아니?가끔씩한순간

울컥,달칵,후드득미워했던적이

있기는있었쟈

그도지내놓고보니

참쓸쓸하구나

목련이필적에는

애기손톱만치로이쁘다가

새악시뽀얀얼굴에분단장하듯

뽀얗게청순가련아름다움의

절정기에이르고선에

그인생의절정기에는

봄비맞아잠시생기가오르는듯하다가

금새시드는게

저목련꽃이더구나

필때는아름답다가

질때는추례하니뚝,뚝,떨어지는꽃이

목련이더구나

누구나의한시절은

저렇게아름답쟈

세상제일가는

아름다움으로이리저리뽐도내보면서

호시절이천년은갈줄알쟈

하지만

저양지바른마루위에쏟아지는봄볕마냥

금새한나절이가고나면

저녁해거름

그저녁같이늙음이닥쳐오며는

절정의젊음도시나브로

사위어지는것

그거

아주잠깐이더구나

그저

행복하게잘살아라

네처아껴주고

한정없는맴으루위해주고

보듬어살거라

나생전에

그만큼했던며늘아기는세상에다시없다

세상사

다내마음안에서싹을틔워

그곳에꽃대를밀어올려세워놓고

거기다나름의형형색색꽃을피우는일이다

마음자리

꽃자리같이예쁘게피워서

모쪼록너희부부행복허니잘살거라

에미야,

참고마웠다

네가있어

내말년이참말루새색시적같이

꿈꾸는봄날같이

행복했구나

너두나같이행복하니

복많이품어

화기애애

집안의태양같이

건강챙겨우뚝,하거라

애비야,

잘있거라

내가인쟈하느님곁으로아주올라갈겨

가끔씩

애비가보고프면

네꿈으루다댕겨오곤했쟈

인쟈그도이봄들어

아주너를떠나멀리하늘나라예수님품안으로들으련다

내정들었던것들아,

내사랑했던사람들아,

차마

안타까워

떠돌던이승에서의

모든것들아,

잘있으라

나는가노니..

어머니,

잘가셔유

꽃길에앞잘살펴서

지팡이잊지마시구잘가서유

깜박하시구

지팡이또현관신발장에놓고가셨어유

그곳하늘나라에서는절대치매같은거앓지마서유

이승에서

그노무치매와함께하시느라

얼마나힘드셨어유?

지숭해유

더잘해드리지못해

정말루지숭했구먼유

언제다시

에미,애비랑셋이서

이렇게꽃구경갈날또있을까유?

흑,

엄니,

그래두가끔은꿈으로오셔유.

야?

저번날

꿈으로도오시지말라구

매몰차게했던거

지숭혀유.

봄날함께잘가서유

어머니.

흑,

  1. 3:59봄날은간다-최백호[백설희,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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