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길을 잃다
지난토요일

처조카딸의급작스러운발병으로

동네에서규모가있는병원으로

그곳에서더큰병원으로

대수술을했다는

기별을받고

급상경

서울신촌

세브란스병원

경황중에급히병실로올라갈일념하나로

신축병원의지하주차장으로들어가

무조건주차하고급히병실인

13층엘리베이터를찾는

미로같은복도를지나

13층의긴복도끝

33호실로찾아

아이를면회

13층서편병실의오후햇살이비춰드는

안락의자에앉아세브라스병원

건강발행책자를읽으며

뒷산으로

구름같이둥둥떠다니는산벚꽃의

몽환적인풍광이가득한

창가에앉아옛생각에

젖어드는것까지는

참좋았다

면회를마치고

안해함께신촌역까지느긋한발길로걸으면서

온통젊은청춘물결일색가득한

차없는거리를팔짱까지끼고

데이트를한것까지도

참좋았다

마치

자주상경하여걷던

인사동을걷는기분으로느릿느릿

이리저리기웃거리면서

안해좋아하는와플을사먹을까

내좋아하는호떡을사먹을까

행복스러운고민도하다가

호떡을홀랑사먹었다

하지만

금방호떡같은황당경우가

울부부에게닥치고야말았으니

문제는

주차장에내려서면서부터

시골촌사람노릇을진땀나게톡톡히치루어야만했다

지하3층으로설핏기억한것외에는

도대체차량위치를몰라호떡같은난감지경에빠진것이었다

새로신축하는본관건물지하에서암병동으로이어지는

긴복도를지났다는것에이르러주차정산소에

문의를해보니엉뚱한지하주차장을

거의한시간은족히헤매고다닌

꼬락서니가되고말았다

넓기는얼마나넓던지..원

신촌역멀리에서바라본세브라스병원의위용에

감탄을했던것만큼이나지하주차장은

넑고넓은바다같이돌아도돌아도

진짜돌아버릴지경으로

까마득넓었다

안해와함께지쳐가고

본관건물지하내부공사의분진과뒤엉켜

안해는숨이막힐지경의극도의

피로감을호소해왔다

몸이달았다

1층정문을찾아안내요원에게주차관리소를

찾아사정이이만저만하여급히병실을올라가느라

주차공간인식을제대로못하였음을전화로이야기하고

도움을요청하기에이르렀다

하지만그곳또한신축하여아직완공치못한관계로

시스템이완벽하지못하기로자기들도어찌할

방도가없다는것이었다

다시본관건물지하주차장의바다같이넓고넓은

매케한공기와화학약품냄새가득한

주차장을안해함께또돌았다

이젠진짜돌고돌다가그만

돌아버릴지경이되어

한계점에다다랐을즈음

다시주차관리실로전화를걸어

한시간여를돌고돌아지쳤으니

빠른차량검색을위해차량지원을요청했으나

규정상그럴수도없고지원차량또한

불가능하다는원칙론적답변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전화응대한직원은먼저직원보다

친절히응대하면서

성의를가지고차량넘버를묻고카메라녹화를

쫓아가는작업을진행하여차량의개략적인

위치를찾아알려주었다

지하3층이아닌지하2층에서

나선형내리막을막내려선부근쯤에

주차를한것으로짐작이되니그앞에는녹화기록이없다는것

분명그근방어딘가에주차가됐음을알려왔다

그곳앞쪽의카메라에는내차넘버가보이지않았다는것으로

그지점을찾아가면분명주차돼있을것이라는

성의있는답변을듣고서야차량을찾을수가있었다

물경시간반은

그매케한서울의한복판

공룡같이거대한지하주차공간에서

한시간여넘게헤매면서보낸

그막막함을어찌표현해야할까마는

고생한번제대로하면서고역을치루고

호떡같은큰교훈하나를얻었다

아무리급박한상황이라도

주차장층수와기둥에쓰인주차넘버를인지하고

올라가야겠단교훈아닌

교훈

진짜로그당시에는

너무도막막하고힘에겨워

안해에게미안하고

체면도안서는

난감지경

박창선씨인가?

강원도태백석탄갱도막장에서

버티고버티다가생환한양반

그양반의심중으로최첨단장비의의료기관인

세브란스병원지하주차장에서길을잃고헤매돌다가

지쳐버린호떡같은허무개그

살면서

이런난감지경이누구에게나

닥쳐올것임에그냥웃어넘기지도못할

작지만커다란경험이었다

주차장은바다같이넓지요

공기가극히좋지않아목까지잠겨가지요

차량은빽빽하고방향감각까지상실하였지요

도움을요청해도도움의손길은요원하지요

다리도아프고골도지끈거리지요

안해의고통호소로몸은달지요

이호떡같은경우모두

땅콩이며견과류가가득들어간

한개에1,500원하는그노무서울호떡때문이었다

암..암

험!!~

서울에서길을잃다

2:45울리는경부선-신유(1960,남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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