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도서관 나들이

오늘도박두진님의수필집을만나러

해발390미터의옥정재를넘어

안성으로넘어가는산마루에서잠시쉬어

박두진님의[도봉]을읊조려보다

산새도날러와


우짖지않고

구름도떠가곤


오지않는다

인적끊인듯


홀로앉은


산의어스름

호오이호오이소리높여


나는누구도없이불러보나

울림은헛되이


빈골을되돌아올뿐

산그늘길게늘이며

붉게해는넘어가고

황혼과함께


이어별과밤은오리니

생은오직갈수록쓸쓸하고


사랑은한갖괴로울뿐

그대위하여나는이제도


이긴밤과슬픔을갖거니와

이밤을그대는나도모르는


어느마을에서쉬느뇨

산을내려와

강마을에들어서성이는수변가에

가득한애기똥풀

방금써래질을마친

논배미의황토빛논물의어여쁨

잠뱅이를걷고소를몰아

써래질을하시며논바닥을고르시던아부지의

워~워!이노무소가?

워낭소리울려퍼지는논배미가득나닐며

연신물수제비를뜨던제비떼

강남갔다해마다돌아오곤하던

강남제비는언제부터

돌아오지않았던가

건너산을바라보려니

절기를맞춰가는

신록의잔치

써래질한나절하시던논배미에서서

아부지떠나신그녘에

안부인사드리다

일요일이라서더욱한가로운

도서관

청록파세양반의책들이꽂혀있는

서가에한참을서서

책등이누렇게변색되어진

책한권을꺼내

독서대에앉다

책장넘기는소리조차

크게들려오는

도서관

르느와르의명화속

[책읽는少女]가저만큼아름다우랴

메모지와필기도구의기본을갖추고

도서관을찾아가는

정갈한마음

책을읽다가

눈의피로를덜어볼양으로눈을들어보면

산을넘어온싱그러운오월에

펄럭이는국기게양대

신록으로짙어가는속잎들을

일시에뒤집어놓고

앞산머리로올라채는

싱그러운바람

벌판에는언제나바람이불었다

차령산맥의한끝마무림그안에

산으로둘리워있는사방백리미만의분지이면서

이(고장치기)는거지반

그벌의한중앙에위치하는작디작은빈촌이었다

경기도안성군보개면동신리

그안성읍에서충청북도진천으로넘어가는벌판길을

남쪽앞으로바라보고

뒤덜미로는그안성읍에서죽산장호원으로해서

역시충청북도음성으로넘어가는신작로를

가까이끼고있었다

이동네내가자란소년시절의가장깊은인상은바람이었다

그바람은특이했다

신비하고오묘했다

그렇게느껴지고그렇게지금도기억하고있다

도대체바람은무엇인가

왜그렇게어디서그렇게불어왔고

어디로그것은불어갔던가

그바람의감촉

바람의인상

바람의의미와바람의호소

바람의쓸쓸함과바람의상징을모르는사람은

자연과의대화와그비밀한교감을모르는사람이다

박두진님의책을읽다가

창밖의바람을무연히바라다보느니

잠시차한잔을마시며휴식을취할겸

윗층박두진자료실로올라가

일필휘지초서체앞에

이윽히서본다

꽃은만발하고

꾀꼬리는어지러이운다

젊은날의박두진이찾은고향

그논두렁에벌렁누워

올려다본민둥산

산마루

흰구름

고향에내려와

논두렁에누워먼산바래기를하면서

어떤단상에잠겨있었으려뇨?

내가사는고향치기정남향인우리집에서

가장언제나저절로바라다보이는

그청룡산주산줄기의좌세가그렇게생각하게하는지도몰랐다

그청룡산주산줄기는대체로이벌판을안고있는것이아니라

벌판을타고앉은것같이산자체의앉음새

그융기해있는등마루와뻗어내린능선들의부래기

이청룡산과발판

아마이두존재만큼나의셩격이나그뒤의의식구조를형성하는

가장잠재적이고깊고순수한자연조건의바탕을이룬요소는없을것이다

그것이었다

늬가오면

늬가사오면

나는나는청산이좋아라

청산이있으면홀로래도좋아라

청록파세양반의문학모임에서

박목월의발제

시골작은도서관에서의

책을따라떠난

책여행

그이틀째

고요히행복하였네라

2:23박재란-산넘어남촌에는(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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