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거울
젊은

시절에는

앞만바라보며

죽도록일에만파묻혀

자식들을미쳐돌아보질못하고

나만힘든줄알았던아버지의세월이있었다

눈만뜨면새벽같이직장으로달려가

처자식을위해죽도록힘든고난의

한시절을보내면서자식들을

돌아다보는여유조차를

등한시하였던

한시절

지금사돌아보면

엄청이기심으로만

가득한아버지였던

우리세대

베이비부머세대였다

아버지인

나만힘들었고

아이들은힘들지않은줄로만알아

윗대너희들할아버지인내아버지의세대에게서

보고또는들어온그대로를따라

가부장적으로권위만세우려는

그런가장이기도했다

먹고사는문제에부닥쳐

아이들의겉모습만보이고그들의마음까지를

혜량하거나배려하는마음이존재할수가없었다

하지만

이제사이모든것들이

아버지라는이름을합리화하기위한

아버지들의변명이었다는것을

알아가는나이가됐다

왜옛어른들은환갑이라는의식을

의미있게치루어내셨는지

꼭환갑잔치만이아닌

그이상의의미

일생을살면서다시돌아오는

갑자년그즈음의깊은

인생의깨달음

그것이었음을

스스로깨우쳐알아가는이즈음이다

그렇게일에만묻혀

정신없이살아온세월에서

나는자식들에게무엇이었던가를

이어버이날즈음에

반면교사로의뼈저리게사무치는심중으로

자식들의맑은거울에다내얼굴을비춰보느니

아버지의거울

젊은날에는

참못난아버지였다

힘듦에

나만알고위안을삼던

부끄러운한시절이있었음에

눈만뜨면나하나몸뚱이를감당키위해

너희들에게부드러운말보다꾸지람을

격려보다는훈계만건너갔다

그것으로아버지역할을다한것으로

철저히이기심만보여주었다

그를반성하고

깊이성찰하게한

이번어버이날언저리의며칠

세월호사건을반면교사삼아

기성세대인우리스스로를돌아다보며

부패한집단을나무라면서도

철저한이기심으로

어린생목숨을수장시키고야만

그들무리한구석에쭈구리고앉았는나를발견하고는

더욱더세월호와함께꽃이되어버린아이들에게

한정없이부끄럽고미안스러움으로

우울하고도슬펐다

우리들이진정한

너희들의아버지였을까?

우리들이아이들에게물질적인것외에

정신적인것들을가르치고물려주려고한가지라도

자식세대를향하여노력이나했었던가?

한몸힘들면

친구들과동료들과

술한잔으로회포와스트레스를풀곤했지

자식들나름에도세상을헤쳐나아가는고통과

스트레스가존재하였는줄은

내이기심에

철저히가려져보이지않았었다는

이부끄러움의막급한

자성

우리아버지세대의이기심들이

모여모여서만든재앙이

국가적의식붕괴요

초라한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는엄연한사실을

굳이비켜서변명치못하겠다

어제와그제

머리굵어진아이들과의1박2일의

동행이었던

어버이날의감회가남달랐던

그연유를찾아가려니

한없이작아지는

내어깨와

어버지란

이름자

그알량했던이름자가

새삼스럽게부끄러워지고

아이들을향하여고마워지는마음이

샘물같이그득히차올랐다

그차가운샘물로

머리부터발치께발가락사이까지를

씻고또씻는정신의식을

나름으로치뤄본다

젊은날에한정없이부끄럽고

못난아버지였던나를반성하고또반성하면서

아이들에게속울음으로말을건네보느니

얘들아,

이못난아버지를부디용서하거라

이못난기성세대의이기심가득했던세월을

부디용서해주거라

아니?

용서치못하겠거든

지켜라도봐주면않되겠느냐

너희들에게진빚

아버지라는이름자로남발한부도어음의

결재일이부득부득다가오는

인생의한바퀴를돌아

갑자년을지나가는

환갑도래일

이제사회한으로

너희들에게고하노니

부디용서하여라

나를용서하면너희스스로까지용서가되는

깊은세상의이치를너희도알아가거라

이제

마음무거운납덩이추를

두손으로가만가만내려놓으려니

아이들아,

나를거울에낱낱이비춰주는

천륜으로의내아이들아,

이푸르른가정의달

오월에

이못난아버지들의손을

함께잡아주지않으련?

저논배미맑은물아래거울처럼비춰지는

아버지의부끄러운얼굴

잘못했다

너희들에게잘못했고

돌아가신할머니께잘못했다

회한으로점철된갑자년의

윤회되어져지나가는

수레바퀴아래에서

무거운마음으로

고해성사의마음이노니

한참늦은이제사

부끄러운아버지의거울을

세월의더깨

때묻은소매깃으로닦고또닦아보느니

아이들아,

이아버지를

용서해주면안되것냐?

저들판에

홀로서있는

아버지가외롭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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