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목시계
BY glassy777 ON 5. 19, 2014
내어머니의
생신날
컴퓨터모니터
그아래예쁜상자는
어머니가하느님께가시며
둘째며느리에게남긴적은돈으로
종로거리금방금붙이목걸이를담아와
안해에게걸어주고는차마버리지못한것입니다
이제그상자에는어머니유품인손목시계가들어있습니다
주일날이돌아오며는
어머니는머리를곱게빗고는
제일아끼는옷으로성장을하시고
성당에가시는날에만손목에차시던시계입니다
어느날부터
어머니의시계는멈추었습니다
치매가날로깊어지셔서자식며느리조차잊으시더니
성당에가시는주일날도잊으시고는
아예시계를잊으신그싯점에서부터
문갑속에서이리저리왈그락
달그락돌아다녔습니다
하루에도몇번씩
어머니의뒤지기소꼽장난이벌어지던
어머니방의어지러운
난장
그런날이면
어머니는몇차례씩저를불러
도둑놈으로몰아부치던
그어지러운
시기에도
아침저녁으로
자식들을위한삼종기도는
하루도빠뜨리시질않으셨습니다
치매로
깊디깊으신
심연의그깊은바다에서길어올리신
주기도문을외우시고성호를긋고
뭔기도인지알아듣기힘든
기도를간절하게간구하여
조석으로빠지지않고
촛불밝히셨습니다
어느날
퇴근을하고
문안을드릴겸
어머니방을비긋이열다가그만
어머니의기도소리를듣고야말았습니다
"예수님저를어여데려가주시옵소서"
"지옥이던천당이던저를어여데려가주시옵소서."
얼마나
괴롭고힘드시면저러실까하고
문을채닫지못하고돌아서나오는데
눈앞이희뿌여져앞이분간키어려워졌습니다
사나이눈물을
안해에게들키기싫어
슬몃바깥으로나가
뜰아래화단가를
이리저리뒷짐을지고서성이며
하늘을올려다보니
초저녁별하나
떠있었습니다
그저녁저도
어머니를위한기도를
별님에게하느님께올렸습니다
엄니소원대로어여하느님곁으로
편히모셔데려가옵소서
맨날나를도둑놈으로몰아부치고
며느리는밥안준다고나가라고내쫓으시고
내얼굴앞에다종주먹을휘두르시며쥐어박으시고
하느님,
울엄니엄청미워요
그러다
십분도안돼
집안으로들어서며는
미웠던어머니가다시예뻐집니다
화내셨다
웃으셨다
발길질하셨다
시치미떼셨다
도둑놈이라욕을퍼붓다
돋보기쓰시고기도문을읽으시다
미워졌다예뻐졌다
보고픈울엄니
증
천주교천호동성당
(제9지구장좌본당)
지구장주임신부최창학
1989年
이신새벽
어머니생신날에
나직나직불러보는
어머니의노래
3:14황포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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