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목시계
내어머니의

생신날

컴퓨터모니터

그아래예쁜상자는

어머니가하느님께가시며

둘째며느리에게남긴적은돈으로

종로거리금방금붙이목걸이를담아와

안해에게걸어주고는차마버리지못한것입니다

이제그상자에는어머니유품인손목시계가들어있습니다

주일날이돌아오며는

어머니는머리를곱게빗고는

제일아끼는옷으로성장을하시고

성당에가시는날에만손목에차시던시계입니다

어느날부터

어머니의시계는멈추었습니다

치매가날로깊어지셔서자식며느리조차잊으시더니

성당에가시는주일날도잊으시고는

아예시계를잊으신그싯점에서부터

문갑속에서이리저리왈그락

달그락돌아다녔습니다

하루에도몇번씩

어머니의뒤지기소꼽장난이벌어지던

어머니방의어지러운

난장

그런날이면

어머니는몇차례씩저를불러

도둑놈으로몰아부치던

그어지러운

시기에도

아침저녁으로

자식들을위한삼종기도는

하루도빠뜨리시질않으셨습니다

치매로

깊디깊으신

심연의그깊은바다에서길어올리신

주기도문을외우시고성호를긋고

뭔기도인지알아듣기힘든

기도를간절하게간구하여

조석으로빠지지않고

촛불밝히셨습니다

어느날

퇴근을하고

문안을드릴겸

어머니방을비긋이열다가그만

어머니의기도소리를듣고야말았습니다

"예수님저를어여데려가주시옵소서"

"지옥이던천당이던저를어여데려가주시옵소서."

얼마나

괴롭고힘드시면저러실까하고

문을채닫지못하고돌아서나오는데

눈앞이희뿌여져앞이분간키어려워졌습니다

사나이눈물을

안해에게들키기싫어

슬몃바깥으로나가

뜰아래화단가를

이리저리뒷짐을지고서성이며

하늘을올려다보니

초저녁별하나

떠있었습니다

그저녁저도

어머니를위한기도를

별님에게하느님께올렸습니다

엄니소원대로어여하느님곁으로

편히모셔데려가옵소서

맨날나를도둑놈으로몰아부치고

며느리는밥안준다고나가라고내쫓으시고

내얼굴앞에다종주먹을휘두르시며쥐어박으시고

하느님,

울엄니엄청미워요

그러다

십분도안돼

집안으로들어서며는

미웠던어머니가다시예뻐집니다

화내셨다

웃으셨다

발길질하셨다

시치미떼셨다

도둑놈이라욕을퍼붓다

돋보기쓰시고기도문을읽으시다

미워졌다예뻐졌다

보고픈울엄니

천주교천호동성당

(제9지구장좌본당)

지구장주임신부최창학

1989年

이신새벽

어머니생신날에

나직나직불러보는

어머니의노래

3:14황포돛대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