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필 무렵
BY glassy777 ON 5. 27, 2014
시방고향에는
망종이지나가면서
감자꽃필무렵입니다
갓모내기를마친논배미에서는
저녁이면개구리소리가
열락으로들려오고
뻐꾸기소리는무시로사람맴을
저윽히먼곳을향하여
무장무장아련하게
합니다
오후에
시험을치르려고
오전만근무하고선에귀가하여
시험문제를복습하면서머리를정리할겸
거실앉은뱅이의자에앉아
뒷산의뻐꾸기소리를
하염없이듣습니다
문제집을옆에끼고설라므네
주차장으로내려가는엘리베이터안에
꼬맹들이따다가뿌려놓은
장미꽃이파리들이
발판초록대비
어여쁩니다
간단없이시험을마치고
집으로돌아오는
먼길을
산골마을을지나고논배미들을지나
이곳저마을을기웃거리며
산길을넘어들길을건너
집으로돌아오는
한갓진길
아직모를내지못한논으로
찰랑이는논물에
해질녘산이
눕습니다
옆논배미에는어느덧
땅힘을받고일어서는모내기마친논들이
그냥바라만봐도배가불러오니
천상농사꾼의자식입니다
저시제각이있는마을뒤로는
운동장크기의너른반석바위가있고
은사시나무가일곱그루있습니다
한시절
내친구은사시나무들입니다
한시절
무거운수레를양어깨에멍에를지듯
고갯마루를허덕허덕넘어가던
그한시절에
나에게위안을안겨주며친구가되어준
자연의너른품안에서의나날
사람에게서상처받은영혼은
절대사람에게서치유가되지않는다는
정한이치를깨우치면서
외로웠던한시절
그길의기억들을더듬으며
나직나직그시절의노래[바위고개]를
부르며부르며넘으려니
저녁해거름의
보리가누르렇게익어가는풍경이
그옛날옅은한숨으로땅만내려다보며
이길을넘어가곤하던길나그네에게쉬어가라합니다
어느인생에게나
한시절의곡절과부침은존재합니다
그길에서
아무도모르라고
묵묵히산길을넘어가는것이
우리네인생이아니었던가..생각사록
참쓸쓸해지는한생애입니다
강팍했던마음자리에
꽃이피고나비가날고
망초대궁바람에한가로이
가끔씩잔잔한파문으로흔들리던
그길
이제사
지나온그노정의
먼길을아뜩히돌아다봅니다
겨울이지나면반드시봄이오고
마음자리에꽃벌나비가
찾아드는좋은날을
진득하고도묵묵히
인내하면서
기다릴줄알아야만이
다시금땅을짚고일어서던것을요
지내놓고보니
그게인생이란이름자였습니다
합격이란좋은소식을가지고귀가하니
안해는이면수고기인가뭐신가와
이따시왕만큼큰맥주를
주안상으로봐놓고
기다리지뭡니까
정작나자신보다안해가더좋아라
소프라노옥타브로합격의건배주를부딪혀옵니다
몇날을
수험생의부담감으로얽어있던
모든것이지나간고요한마음자리
평안속에
찾아드는저녁시간의
여유로운목가적
저풍경
저길을뒷짐을지고선에
흰고무신닦아신고
한가한걸음새로
걸어가는
樂
시골살이에서의
한갓짐은최고의樂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저녁마다
운동장으로나와한시간여
에어로빅도아닌것이
국민체조도아닌것이
온갖춤과는젬병인
태생적몸치인저를왈칵달칵흔들곤합니다
안해뒷줄맨모서리에서
멋쩍게따라하다가
어려운몸태에
다리가꼬이고허리가꼬여설라므네
어지럼증이달겨들면
슬몃대열에서비켜나와
운동장을돌다가는쉬운동작에서
얼른대열에들어가서서따라하다가
다시운동장을돌면서
시원한밤바람을가슴으로안습니다
오늘도
참좋은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