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필 무렵

시방고향에는

망종이지나가면서

감자꽃필무렵입니다

갓모내기를마친논배미에서는

저녁이면개구리소리가

열락으로들려오고

뻐꾸기소리는무시로사람맴을

저윽히먼곳을향하여

무장무장아련하게

합니다

오후에

시험을치르려고

오전만근무하고선에귀가하여

시험문제를복습하면서머리를정리할겸

거실앉은뱅이의자에앉아

뒷산의뻐꾸기소리를

하염없이듣습니다

문제집을옆에끼고설라므네

주차장으로내려가는엘리베이터안에

꼬맹들이따다가뿌려놓은

장미꽃이파리들이

발판초록대비

어여쁩니다

간단없이시험을마치고

집으로돌아오는

먼길을

산골마을을지나고논배미들을지나

이곳저마을을기웃거리며

산길을넘어들길을건너

집으로돌아오는

한갓진길

아직모를내지못한논으로

찰랑이는논물에

해질녘산이

눕습니다

옆논배미에는어느덧

땅힘을받고일어서는모내기마친논들이

그냥바라만봐도배가불러오니

천상농사꾼의자식입니다

저시제각이있는마을뒤로는

운동장크기의너른반석바위가있고

은사시나무가일곱그루있습니다

한시절

내친구은사시나무들입니다

한시절

무거운수레를양어깨에멍에를지듯

고갯마루를허덕허덕넘어가던

그한시절에

나에게위안을안겨주며친구가되어준

자연의너른품안에서의나날

사람에게서상처받은영혼은

절대사람에게서치유가되지않는다는

정한이치를깨우치면서

외로웠던한시절

그길의기억들을더듬으며

나직나직그시절의노래[바위고개]를

부르며부르며넘으려니

저녁해거름의

보리가누르렇게익어가는풍경이

그옛날옅은한숨으로땅만내려다보며

이길을넘어가곤하던길나그네에게쉬어가라합니다

어느인생에게나

한시절의곡절과부침은존재합니다

그길에서

아무도모르라고

묵묵히산길을넘어가는것이

우리네인생이아니었던가..생각사록

참쓸쓸해지는한생애입니다

강팍했던마음자리에

꽃이피고나비가날고

망초대궁바람에한가로이

가끔씩잔잔한파문으로흔들리던

그길

이제사

지나온그노정의

먼길을아뜩히돌아다봅니다

겨울이지나면반드시봄이오고

마음자리에꽃벌나비가

찾아드는좋은날을

진득하고도묵묵히

인내하면서

기다릴줄알아야만이

다시금땅을짚고일어서던것을요

지내놓고보니

그게인생이란이름자였습니다

합격이란좋은소식을가지고귀가하니

안해는이면수고기인가뭐신가와

이따시왕만큼큰맥주를

주안상으로봐놓고

기다리지뭡니까

정작나자신보다안해가더좋아라

소프라노옥타브로합격의건배주를부딪혀옵니다

몇날을

수험생의부담감으로얽어있던

모든것이지나간고요한마음자리

평안속에

찾아드는저녁시간의

여유로운목가적

저풍경

저길을뒷짐을지고선에

흰고무신닦아신고

한가한걸음새로

걸어가는

시골살이에서의

한갓짐은최고의樂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저녁마다

운동장으로나와한시간여

에어로빅도아닌것이

국민체조도아닌것이

온갖춤과는젬병인

태생적몸치인저를왈칵달칵흔들곤합니다

안해뒷줄맨모서리에서

멋쩍게따라하다가

어려운몸태에

다리가꼬이고허리가꼬여설라므네

어지럼증이달겨들면

슬몃대열에서비켜나와

운동장을돌다가는쉬운동작에서

얼른대열에들어가서서따라하다가

다시운동장을돌면서

시원한밤바람을가슴으로안습니다

오늘도

참좋은날이었습니다

시방고향에는

보리가누르렇게익어

낫을벼려서보리베기에여념이없습니다

모내기틈새의소일거리로

안성마춤입니다

우리밀로만든구수한국수한그릇이

값어치나가는진짜배기먹거리니

낫을잡은농부의손이

가볍습니다

시방고향에는

또모내기가한창입니다

이런풍경은딱일주일이면

온논배미를덮고사라집니다

이즈음의최고上달에는

들판으로자주나앉을일입니다

어느결에

땅힘을받은모가자라면서

고향의벌판을순식간에푸른빛으로가꿔줍니다

모내기용수로저수지가

봄가뭄으로거의바닥을드러냅니다

강태공들이연일바빠지는절기가또시방입니다

가물치와월척을넘는참붕어로

고기망태가묵직해지는

강태공들의호시절

시방고향에는

감자꽃필무렵으로

무더기로군락을이뤄핀감자꽃의흰꽃들이

감자밭을지나면자꾸밭고랑을바라보게합니다

고향에는시방

감자꽃필무렵입니다.

9:26청포도고향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