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관매도의 休
책한권은

한마지기논이다

물꼬로물흘러들어가

한마지기다채우고서야

논이논인것처럼

내마음책장으로흘러들어가

쪽쪽헤집고머금고보듬다가

다시넘쳐돌아나오고서야

책이책인것을

책은책꽂이에서는

묵정논이다

마음이

흘러들어갈수없는

딱딱이의자에앉아있는책

마음이

흘러들어가지않는

책의글자는빼뿌쟁이거나

피묵정논에솟아오르는잡풀인것을

산은고요하고

달은밝아계곡바위에흩어져앉았는데

찰방김홍도가퉁소를잘하므로한번놀아볼것을권하다

그곡조는소리가맑고가락이높아

위숲의꼭대기까지울리는도다

뭇자연의소리가모두숨죽이고

여운이날아오를듯해서

멀리서이를들으면

반드시신선이학을타고

생황을불며내려오는것이라할만하다

대저

생각컨대

멀리서대하면곧신선이요

가까이서본즉사람이니

옛적에일컬은바

신선이라는것도모두

이와같은것에불과한것이리라

밤이깊도록관찰사께서

詩를보내어여러고을원에게

이를화운(和韻)케하였다

-문집[靑城集]의청량산기-


봄물에배를띄워
가는대로놓았으니
물아래하늘이요
하늘위가물이로다 이중에늙은눈에뵈는꽃은 안개속인가하노라 -舟上觀梅圖-

여백이하도넓다보니

어디가하늘이고어디가물인지가늠할수없다

허공중에아스라히떠오른언덕

그것은어쩌면신기루와도같다

그림한복판의언덕은

짙은먹선으로초점이잡히면서

뿌연여백속으로사라진다

느긋하고한가로운기운이감돈다

옛먹을

가볍게가니

책상가득향내나고

벼루골에물부으니

얼굴이비치도다

당대최고의

화가김홍도가남긴글귀라하기에는

뜻밖에도적막하고고요한울림을담고있는詩다

문장이

세상을놀라게한들

다만누가될뿐이오

부귀가

하늘에닿아도

역시그저수고로울뿐

그어찌

산창의고요한밤에

향피우고말없이앉아

솔바람에귀기울임만하리오

단원

김홍도

풍속화가였으며

음악의대가였고

빼어난시인이었으며

평판이높았던서예가였다

깊은서책과글쓰기를마치려니

밤은깊어삼경인데

밤中한가운데

개구리소리아련케들려온다

  1. 5:45가야금병창야월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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