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추억 ] 한번 준 마음인데
BY glassy777 ON 7. 15, 2014
높은뱅이의여름은
자작나무이파리의팔랑거림으로왔다
인자누나가소박을맞고친정인
높은뱅이로온것이어느덧두계절이지나갔다
꽃이정신없이흐드러지게피어나면서
동네첫집뒤울안으로산수유가
샛노랗게만개한동네로
분홍보퉁이한개
가슴에안고서
소리소문없이
돌아온누나
동네누나지만어렸을적부터
엄청나를이뻐해주던누나였기에
반가움에나는어른들의수근거림을개의치않고
핵교를댕겨오면숙제를후딱마치고누나네집에자주가앉곤했다
누나는마루끝에쪼그려앉아
어느때는미동도않고봉당이며마당으로쏟아지는봄볕을
실눈을뜨고내려다보곤했는데
어느날은내가옆에앉아도
나를의식하지못하고한곳만바라보며
깊은생각에잠겨있곤했다
누나는얼마나이쁜지모른다
중국에양귀비가있다곤했지만
그보다인자누나가훨이뻤고
무엇보다나를처녀적부터유별나게귀여워해주셨다
국민핵교3학년에서4학년을올라가는봄날에
동네잔치로시집을가고는바로이듬해
그러니까내가5학년올라가는
초봄에마을로혼자돌아왔던것이다
누나가시집가던날
이쁜누나를빼앗아가는말탄신랑이미워서
똥뒷간재와똥덩이와돌맥끼를섞어서마구던져
사모관대가삐뚜러지고팔꿈치에피나게한것이사실나였다
그런누나를데려갔으면잘살일이지
뭔노무노름질에계집질이라는어른들의희한한말투의
못난짓꺼리로누나를소박댕이로만들어다시
높은뱅이로쫓아보낸것이었던것인데
누나가불쌍해서안절부절
안쓰러워죽을맛이었다
그저내가삽작거리로들어서면
배시시웃어만줄뿐
옛날같이
반색을하지않았다
내가반장이되었다는소문을듣고는
제일먼저집으로달려와볼을비벼주던것도누나였다
그저녁대소쿠리한가득감자며옥식이를쪄서가져와
은하수쏟아질듯흐르는마당멍석위에누워
밤하늘을올려다보며할머니와엄니함께
두런두런내칭찬이야기를
침이마르도록늘어놓던
눈매서글서글하고
한옥타브올라간목소리가
마치정구공마냥통통튀면서
가끔씩흰치아를드러내며
나를가슴에꼭안아주곤하던
누나였는데
어른들말씀이
누나는마음을심하게다쳐서
누구와도말을섞지않는다고하였다
실어증이라고도했다
당최말을하는모습을볼수가없었다
가끔씩마을뒷산인높은봉우리에올라
하루왼종일쪼그리고앉았다가
마을로저녁연기가깔릴즈음에서야
가까스로인자누나식구들이부르러올라가서야
터덕터덕내려오곤했다
눈에촛점조차읺어버린눈동공이
어디를향하는지도통가늠이안됐다
어른들말에의하면
몇달을감금폭행을당하였다고도했다
어른들은쑤근거렸다
미인박복이라고이쁜것이죄라고들했다
예쁘기로소문이나서
50리바깥에서중신이들어왔고연애다운연애도없이
가난한살림살이에보탬을준다는말에
그냥마음에도없는시집을
억지로갔다고했다
국민핵교도간신히졸업한누나에게
부잣집망나니같은신랑의소박이심했다고했다
대학물을먹은신랑이라는작자는매사에
누나를무식쟁이로몰아세웠고
시어머니까지가세하여
시집살이고역이이만저만이아니라는
소문이자자하던판이었다
여태껏시집에서는
아무런기별조차없다고했다
누나는점점살이여위어져갔고
집안에만틀어박혀전혀바깥으로나오질않았다
그렇게초여름에서삼복중의
여름한가운데로들어가던
이즈음의어느날
방학을며칠앞두고약간의설렘으로
동네동무들과마을앞저수지로멱을감으러갔다가
저수지가에거적으로덮어놓은한구의시체와맞딱뜨렸다
그누나였다
엄니아부지께서누나한테자주놀러가지말라고
근심어린표정으로내게주의를준것으로인해
요며칠상관으로발길을끊다시피한것이
엊그제였는데그새누나의병이
더깊어질대로깊어졌던것이
아니었나하는생각에
약간미안스럽고
걱정이되곤
했었다
내게친누나이상으로마음을쏟아주셨는데
한번준마음변치말고살아야지
이게뭐신가싶었다
눈물도안나왔다
친정으로신행올적에입었던연분홍치마가
거적떼기발치께로삐져나왔다
어른들이곰방대에담배를꾹꾹말아폭폭피우시면서
각기한말씀들을하셨다
높은뱅이동네가
기(氣)가세서그러나
우째이리젊은생목숨들이
자꾸죽어나가는지모르겠다고
하늘을향해한숨들을폭폭쉬셨다
멱도못감고돌아와
집마당그늘에꺼치떼기를깔아놓고누워
팔베개를하고
하늘가로뭉싯뭉싯피어오르는
흰구름을올려다보며
누나를생각했다
눈물이주루룩흘러내렸다
마루기둥에달려있는스피커에서
마침이미자의노래가흘러나왔다
아..한번준마음인데
저녁밥을먹고마당멍석에누워
은하수가흐르는밤하늘을올려다보는데
또눈물이볼따구니를타고주루룩!~흘러내렸다
이튿날서부터긴장마에들어
장대비가며칠쏟아졌다
내어린가슴에도
눈물이철철흘렀던
그해높은뱅이의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