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추억 ] 한번 준 마음인데

높은뱅이의여름은

자작나무이파리의팔랑거림으로왔다

인자누나가소박을맞고친정인

높은뱅이로온것이어느덧두계절이지나갔다

꽃이정신없이흐드러지게피어나면서

동네첫집뒤울안으로산수유가

샛노랗게만개한동네로

분홍보퉁이한개

가슴에안고서

소리소문없이

돌아온누나

동네누나지만어렸을적부터

엄청나를이뻐해주던누나였기에

반가움에나는어른들의수근거림을개의치않고

핵교를댕겨오면숙제를후딱마치고누나네집에자주가앉곤했다

누나는마루끝에쪼그려앉아

어느때는미동도않고봉당이며마당으로쏟아지는봄볕을

실눈을뜨고내려다보곤했는데

어느날은내가옆에앉아도

나를의식하지못하고한곳만바라보며

깊은생각에잠겨있곤했다

누나는얼마나이쁜지모른다

중국에양귀비가있다곤했지만

그보다인자누나가훨이뻤고

무엇보다나를처녀적부터유별나게귀여워해주셨다

국민핵교3학년에서4학년을올라가는봄날에

동네잔치로시집을가고는바로이듬해

그러니까내가5학년올라가는

초봄에마을로혼자돌아왔던것이다

누나가시집가던날

이쁜누나를빼앗아가는말탄신랑이미워서

똥뒷간재와똥덩이와돌맥끼를섞어서마구던져

사모관대가삐뚜러지고팔꿈치에피나게한것이사실나였다

그런누나를데려갔으면잘살일이지

뭔노무노름질에계집질이라는어른들의희한한말투의

못난짓꺼리로누나를소박댕이로만들어다시

높은뱅이로쫓아보낸것이었던것인데

누나가불쌍해서안절부절

안쓰러워죽을맛이었다

그저내가삽작거리로들어서면

배시시웃어만줄뿐

옛날같이

반색을하지않았다

내가반장이되었다는소문을듣고는

제일먼저집으로달려와볼을비벼주던것도누나였다

그저녁대소쿠리한가득감자며옥식이를쪄서가져와

은하수쏟아질듯흐르는마당멍석위에누워

밤하늘을올려다보며할머니와엄니함께

두런두런내칭찬이야기를

침이마르도록늘어놓던

눈매서글서글하고

한옥타브올라간목소리가

마치정구공마냥통통튀면서

가끔씩흰치아를드러내며

나를가슴에꼭안아주곤하던

누나였는데

어른들말씀이

누나는마음을심하게다쳐서

누구와도말을섞지않는다고하였다

실어증이라고도했다

당최말을하는모습을볼수가없었다

가끔씩마을뒷산인높은봉우리에올라

하루왼종일쪼그리고앉았다가

마을로저녁연기가깔릴즈음에서야

가까스로인자누나식구들이부르러올라가서야

터덕터덕내려오곤했다

눈에촛점조차읺어버린눈동공이

어디를향하는지도통가늠이안됐다

어른들말에의하면

몇달을감금폭행을당하였다고도했다

어른들은쑤근거렸다

미인박복이라고이쁜것이죄라고들했다

예쁘기로소문이나서

50리바깥에서중신이들어왔고연애다운연애도없이

가난한살림살이에보탬을준다는말에

그냥마음에도없는시집을

억지로갔다고했다

국민핵교도간신히졸업한누나에게

부잣집망나니같은신랑의소박이심했다고했다

대학물을먹은신랑이라는작자는매사에

누나를무식쟁이로몰아세웠고

시어머니까지가세하여

시집살이고역이이만저만이아니라는

소문이자자하던판이었다

여태껏시집에서는

아무런기별조차없다고했다

누나는점점살이여위어져갔고

집안에만틀어박혀전혀바깥으로나오질않았다

그렇게초여름에서삼복중의

여름한가운데로들어가던

이즈음의어느날

방학을며칠앞두고약간의설렘으로

동네동무들과마을앞저수지로멱을감으러갔다가

저수지가에거적으로덮어놓은한구의시체와맞딱뜨렸다

그누나였다

엄니아부지께서누나한테자주놀러가지말라고

근심어린표정으로내게주의를준것으로인해

요며칠상관으로발길을끊다시피한것이

엊그제였는데그새누나의병이

더깊어질대로깊어졌던것이

아니었나하는생각에

약간미안스럽고

걱정이되곤

했었다

내게친누나이상으로마음을쏟아주셨는데

한번준마음변치말고살아야지

이게뭐신가싶었다

눈물도안나왔다

친정으로신행올적에입었던연분홍치마가

거적떼기발치께로삐져나왔다

어른들이곰방대에담배를꾹꾹말아폭폭피우시면서

각기한말씀들을하셨다

높은뱅이동네가

기(氣)가세서그러나

우째이리젊은생목숨들이

자꾸죽어나가는지모르겠다고

하늘을향해한숨들을폭폭쉬셨다

멱도못감고돌아와

집마당그늘에꺼치떼기를깔아놓고누워

팔베개를하고

하늘가로뭉싯뭉싯피어오르는

흰구름을올려다보며

누나를생각했다

눈물이주루룩흘러내렸다

마루기둥에달려있는스피커에서

마침이미자의노래가흘러나왔다

아..한번준마음인데

저녁밥을먹고마당멍석에누워

은하수가흐르는밤하늘을올려다보는데

또눈물이볼따구니를타고주루룩!~흘러내렸다

이튿날서부터긴장마에들어

장대비가며칠쏟아졌다

내어린가슴에도

눈물이철철흘렀던

그해높은뱅이의여름이었다

3:07한번준마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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