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추억] 고향 처녀
고향에서중학교를졸업하자마자

서울로올라와고교일학년의자취생이됐다

고향에서는김치가서울에서는짠지요

짠지가김치로바뀌어지는혼란스러움이스쳐지나면서

그만사춘기적깊은향수병이들어버렸다

자취방큰창문을열면국민학교뒷쪽테니스장이보이고

그곳에서매일하교를하고창문을열면

선생님들이테니스를쳤다

창가에턱을괴고앉아하염없는마음이되어

할무니가보고싶고엄니가보고팠고

고향집이그리워매일을

뒷산에올라고향쪽을가늠하고그먼구름아래가

내고향이있겠거니..하며향수에젖어들었다

그때한창유행하던[고향처녀]를단박에배워

그뒷동산에올라충청도쪽남촌을하염없이바라보며불러대곤했다

눈을감으면보이는초가집옹기종기모여있는

고향마을골목쟁이가보이고

뛰놀던동무들이보고팠다

연일이노래만부르고다녔다

자취집아주머니가하도이노래만줄창부르니

총각은고향에여자친구를두고왔나벼..하구성지고애처럽게도부르니

같은또래인뒷집정애는

얼굴은예뻤으나겨드랑이인내가지독하여

주위에친구들과가깝게놀지를않았던차에

서울어느공단인가에서공장생활을한다고

일찌감치국민핵교를졸업하고떠났고

방앗간쌀가마수레꾼인아부지와

부엌하나방한칸집이었던마을꼭대기집순자는

우리도모르게슬며시마을을떠나어디사는줄도모르고

내마음에둔고향처녀는누구도없었는데도불구하고

내동고향처녀라는노래를외쳐불렀으니

자취집아주머니의놀림감이되었던것인데

그고향처녀가

곧내고향마을이며조부모님이고부모님이었다

그사춘기적향수병을지금사돌아보면

아름다운시절이었다

풋풋하고도싱그러웠던

그아름다운시절의고교생

그사진을가만히들여다보면서

우기가득한고향산천을바라보며

다시금나직나직불러보는노래

새파랗던그시절은

고향처녀노래에실려갔고

이젠무상초같이육십짝으로늙어버린

거울속내모습을저윽히바라보느니

내노래

고향처녀노래에펼쳐지던

그고향은시방

어디로자취없이사라져갔느뇨?

  • 3:09진송남-고향처녀(1991)
  •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