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친구자녀들이장성하여

成家를이루는

예식이잦다

시절이하수상하여

예식을치루는좋은날이

그닥좋은날이되지못하는

그런일들이다반사처럼되어가니

속내를아는마음자리가그리좋지가않다

십년전에이미

서로가남남이된지금사

자녀들혼사에서오랜만에부부자리에

각자어색하니서서치루는

자녀들결혼식

친구의표정이나

십년간떨어져살아온딸이나

만감이이리저리겹쳐지는마음자리는

다한가지일터

새신랑같다는

내너스레에도묵묵히굳은표정인

저애비된심중은얼마나복잡다난할까나

그래도

잘자라준딸아이손을잡고

식장으로들어가는친구의

뒤에서박수를보내느니

아리따운신부

행복하라고

새삶을시작한친구

행복하라고

주례없이

양가친부모의덕담으로

경거망동의예식장세태에서

조금은경건해져가는것에대하여

한가닥위안으로삼느니

그래잘살아라

부디잘살아야만한다

애비가

할말은이것뿐이다

가뭄으로말라터진논바닥같은
가슴이라면너는알겠니
비바람몰아치는텅빈벌판에홀로선
솔나무같은마음이구나
그래그래그래
너무예쁘다 새하얀드레스에내딸모습이 잘살아야한다 행복해야한다 애비소원은그것뿐이다 아장아장걸음마가엊그제같은데 어느새자라내곁을떠난다니 강처럼흘러버린그세월들이 이애비가슴속엔남아있구나 그래그래그래 울지마라고운드레스에얼룩이질라 참아야한다 참아야한다 애비부탁은그것뿐이다

3:22HMC애비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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