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해가개량한복을추석빔이라고읍내에나가

번듯하게한벌입혀줍니다

나만추석빔을입나유?

똑같은무늬개량한복으로

안해와세트로맞춰입었더니만

추석맞이마음이붕붕하니참좋습니다

한복을차려입고서재에들어

반듯한마음이되어

書冊을하다가

안해가게를접어주려고

곱게닦아현관에세워둔흰고무신을신고

뒷짐을지고선에어둑한길을나섭니다

안해가게가끝나길기다리며

막간에출출하여차려내온주안상으로

날궂이로동동주한잔하는데

먼노무늦은시각임에도

식사하려는손님들이자꾸만들어옵니다

생각지도않은둘째넘이

멀리안산에서예까지예비며느리함께불식간에들이닥칩니다

손전화한통없이

생각지도않게내려오니그것또한엄청반갑습니다

부침개새로부쳐내오고

아이들과이러저러한저간의이야기를나눕니다

신세대와의간극을이야기하며

미리예비며느리와솔직담백하니이야기를주고받습니다

운전할둘째넘은뻘쭘하니앉혀놓고

예비며느리와주고받는동동주잔술이제법얼콰해집니다

세대적간극을좁혀가며이야기가소통되어지니

이아니기분좋습니까

연휴에첫째넘은여친함께룰루랄라외국여행을떠났는데

둘째넘은고맙게도이렇게데이트를하다가

불식간내려온것이

참기특합니다

집으로올라와침대에서잠시쉬고는

밑반찬을챙겨실려서올려보내고낮에읽다놔둔

책장을다시넘기다가신새벽을맞습니다

사는것이뭐별거있습니까?

이렇게소소한일상에서얻어지는행복된마음

이런소소한마음들이곧

진정으로사람다웁게사는일이지싶습니다

삼경이훨씬넘은

이고요함으로의침잠

청년기에익히읽었던

이광수작품집을편집하여엮은

옛날을다시만납니다

가끔씩거실소청마루에나가

비에젖어번들거리는읍내를내려다보면서

눈을쉬다가다시서재에들어

스탠드조도를올려

책장을넘깁니다

밤中의막막한정적을

읽습니다

웅덩마다물괴이고밤에는개구리소리

동산에숲이짙어낮이면꾀꼬리소리

그바쁜마을집들은더욱적적하여라

앞뒤넓은들이어느듯검어졌다

모기와벼룩거머리뜯기다가

겉절인열무김치에보리밭이살찌운다

일심은오렴논에기심이길어있다

헌삿갓베잠방이호미메고삽들고

내일은내가서둘러새벽부터나간다

울마다호박넌출그밑에가지고추

비는오려하는무더운저녁날에

똥오줌걸찍한냄새왼마을을적신다

몇만년걸고걸은기름진메와들은

갈고고르고심고거두고하여

일찍이우리조상도이흙에서살았다

고향으로돌아가자

나의고향으로돌아가자

암데나정들면못살리없으련마는

그래도나의고향이아니가장그리운가

방과곳간들이모두잿더미되고

장독대마다질그릇조각만남았으나

게다가움이라도묻고다시살아봅시다

삼베무명옷입고손마다괭이잡고

묵은그밭을파고파고일구고

그흙을새로걸구어심고걷고합시다

4:25가야금남도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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