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고향길

자전거로고향을넘어갑니다

고향에는시방김장배추모종을냅니다

정겨운고갯길을넘어갑니다

벌초를마친선영과수확이끝난옥수수밭머리를지납니다

저수지아래농수로에시원한물이흐릅니다

잠시쉬면서손을씻다가세수를푸드득,하고일어나

고향산천을한번돌아다봅니다

어느덧벼가누르렇게익어갑니다

올해는유독대추알이굵고

대추나무가지가휘어지도록풍작입니다

한개를따서와드득,씹어봅니다

유년의고향내음이풋풋하게입안을맴돕니다

담장으로해바라기가

길게목을빼고한길을내다보는고향

다시뱀이나오는언덕길을가야합니다

뱀이쫓아올까봐잽싸게

폐달을밟아고갯마루를통과하니

내리막에서잠시쉬는데수제비구름이동동떠갑니다

그산너머에서는

숯을굽는지연기가피어오릅니다

계속내리막길이라서

나훈아옛노래를소리높여서부르며부르며갑니다

벌초로산소가말끔해진

고향을갑니다

인쟈추석명절에대처로나간

자식에손주들만기다리는고향입니다

밤도투실하게익어갑니다

밤알이제법단단해지는추석밑

자식들내려오면차에실어줄얼갈이배추도심궜습니다

이번추석명절에는

모쪼록에한넘도빠짐없이내려왔으면좋겠습니다

가을농사를마치고허리를펴고하늘을올려다봅니다

갑자기자식넘들과손주들이엄청보고파집니다

대대로내려온농사를어찌해야쓰것는지

이번명절에애들을모아놓고의논을좀해야쓰것습니다

해마다이노무허릿병때문에오금도펴지지가않으니

이를우찌하믄좋단말입니까유

약봉지만읍내보건소에서한보따리씩가져다가먹는데

빈속에먹기가뭣해설라므네

텃밭에서속아내식초로버므린겉절이로썩썩비벼서

고추장넣고후딱허기를면했습니다

그래야이노무독한약기운을이겨냅니다

너무늙어져농사가힘에부쳐

숨이목에차오르기일쑤입니다

어느자식넘이농사를물려받아얄텐데

시류가어디농사꾼으로살수가있어야지유

뭣보다우선에

며느리가손주들교육문제를앞에세워

가당치도않습니다

그저멀리산이나바라보다가

심심파적으로샘가에서고무신이나닦습니다

고얀히

자꾸한숨만나옵니다

우리세대가가고나면

고향은누가지킨단말입니까

선산은누가지킨답니까유?

벼농사가백날풍년이면뭣합니까

농협수매도걱정이고쌀끔도해마다헛짓이다싶게

기운만쑤욱~빠집니다

조상시제각안팎으로

예초기로말끔히다듬은연후에

뒷산반석바위에올라봅니다

내친구자작나무입니다

혼자외로운마음이들면찾아와

두런두런이야기를나누는

내친구자작나무

여름이면마라톤으로이곳까지뜀박질을해서달려와

땀에젖은옷그대로반석바위에누우면

얼마나시원한지모릅니다

책하나들고와서

물소리를들으며종일내읽기도하고

졸리면그냥양팔벌리고대자로누워

달콤쌉싸롬한오수에들곤합니다

여름물소리와

가을물소리가다른것을아시나요?

절기를따라흘러가는물소리에

하냥없이세월이갑니다

붉은빛으로

가을볕아래돌담장을오르는

가뭇없이가는세월

자전거를잠시쉬고선에

멍하니앉아봅니다

감나무그늘이유난하게시원하고

바람이이리저리드나듭니다

꽃들도가을색으로점차예뻐집니다

좀있으면시집을갈모양으로

한껏치장을합니다

길만바삐가시지말고

나좀보서요

백일동안의홍안이지나면

찬서리에꽃을떨구어야만해요

그아침이오기전에

아무도보아주는이없는이산골마을

경로당앞화단에서연지곤지찍고

입술도붉게발라보곤해요

나좀보서요

나좀보서요

마음은벌써가을을맞으러

산잔등이를넘어갑니다

선영에올라한동안무릎을세워

오래도록앉았습니다

사는일이참잠깐이다싶게지나갑니다

생각사록너무나허무개그같이

일년이지나가고

이년이가더니

십년세월이후딱

엊그제같이흘러갔습니다

허면앞으로십년세월또한

엊그제같이닥쳐올것임을

왜모르고들살아가는지

너나없이

참아둔코우매함으로

발밑의바쁨만쫒아살아들갑니다

너나없이

그렇게그렇게늙어갑니다

농삿일을하다가

새참을먹는원두막쉼터입니다

아까부터자꾸

고추잠자리한마리가따라옵니다

언덕배기를몇개를빡세게넘어오다보니깐두루

잠시숨도고를겸사쉬어가야쓰것습니다

새참으로안해가만든

쑥인절미얼린것을싸서두유한팩을

허리춤에매달아넘어왔습니다

소풍나온기분이되어먹으니

꿀맛입니다

유년시절

어머니오일장에가실제입으셨던

예쁜치마에박힌꽃무늬가

저렇게잔잔했습니다

어머니를뵙듯

꽃들을손으로쓸어봅니다

그런시절이그리워져서

하릴없이먼산을한참동안바라봅니다

가을이내려앉은고향길을

다시페달을힘껏밟아가며지나갑니다

들판이끝나고

이제부터산길로접어듭니다

구불구불산길을한참달려가면

산간마을이나타납니다

다시금이어지는

마을안길

빨래터옆구판장자리에는

1970년대치클껌광고판떼기가아직도걸려있습니다

반공방첩이란붉은글씨도

빛바래흐릿합니다

요즘도누군가는우표딱지를부쳐서

편지를써서보낼까요?

뒷집정애한테속엣말을대필로써서보내주셨던

향수병으로힘들어했던사춘기고교시절

고향에서날아온어머니의편지를받던날은

자취방뒤높은언덕배기를뛰어올라가

고향쪽먼하늘을바라보며

읽고또읽곤하였습니다

흐릿해지는시야가득고향소식과

어머니행주치마에서풍기던고향냄새가묻어왔습니다

언제또어머니의편지를받아볼날

있어줄까요?

이제어머니도가셨습니다

고향도이제의미가퇴색되어져

상전벽해로변해버려그리던고향은이미아닙니다

그렇지만

고향을지척에두고서도

매양그리워하고언제나애틋해집니다

가을수수꽃이피었습니다

참새들이어찌나극성으로덤벼들어쪼아먹는지

저렇게요상한꽃다리를매달고

장승같이동구밖을지킵니다

어느덧

네시간넘게고향길을달려

산을넘고내를건너서

오랫만에

빡세게운동한번잘했습니다

정리운동을하면서

이제껏의고향생각도정리합니다

조용히

홀로넘어가는

이고향길에서의단상들을

참좋아합니다

시원한다리아래로

청청한가을바람이불어오고

벌초를마치고친척들끼리모여앉아

민화투판으로소일하시는

한가로운가을

자전거로

안해가게에들르니

이웃에서어제막캤다는밤고구마를쪄서

시원한김치국물함께내옵니다

고향고향내고향

박꽃피는내고향입니다

엄마!

  • 3:12감나무골나훈아(1987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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