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날

손꼽아기다리던추석날이다

부산고모도올라오시고

서울간누나며형도다내려와

방마다비좁았지만마음은붕붕하니좋았다

어른들은

뭔이야기가그리긴지

고모무릎을베고형광등불빛만

바라보다가그만잠이들어버렸다

엄니가부엌문을여시는소리에

잠이깨어버렸다

천장만

바라보며누워있다가

새벽닭소리에벌떡일어났다

할아부지는벌써일어나셨고

아부지는어둑한마루에서

향나무를창칼로삐져서

쟁이고계셨고

할무니는큰제사상을내려

행주로닦고계셨다

나보다늦게일어난

작은누나와큰누나도한복으로곱게차려입었다

추석날갑자기선녀가되어

어색하지만고왔다

해가막떠오르고제비들이강남갈준비로

처마아래가분주하니아침창공을날아갔다가

다시잠자리를입에물고마당빨래줄에앉았다가

처마밑으로들어오곤했다

강남까지가려면어여새끼들이날개를펴고날아야하는데

제비집으로삐쭉나온제비주둥이는아직도노랂다

제비들도저렇게뽀르륵,지지배배즐거워하는것을보니

오늘이제비들도추석날인가보다

누나들은마당에서이리저리거닐면서까르르웃음소리가

담장을넘어갔지만할아버지는나무라지않으시고

흐믓한표정으로바라만보셨다

나는몇달전부터산을댕기며송홧가루를

놋뱅뱅도리에조심스레털어담아

엄니께가져다드리곤했는데

깨다식,송화다식,쌀다식,콩가루다식을

조청과버부려다식판에찍어내는것을

엊저녁졸린눈으로옆에앉아

한개얻어먹으려했는데

조상님제사상에먼저올려야된다고

한개도얻어먹질못했다

힝!~

할아부지사랑방으로건너가서

매일하는곰방대청소를해드리고물러나왔다

할아부지께서는대야에뎁힌따순물로세수를하시고

할무니가내다드린한복으로의관을갖추면서

느릿느릿한시선으로마당을내려다보시고

형은뒤울안에서잠자던실한닭한마리를잡아

두다리를노끈으로묶어샘가돌위에얹어놓고

허리춤을추겨가며이리저리왔다갔다하며

무서워서낑낑거렸다

곧저너미어저씨가넘어오시면

뜨거운물을내다가털을뽑고잡으실것이다

차례는열시는돼야지낼것이고

그사이동네나한바퀴굴렁쇠나굴리고왔야겠다

나도형이입었다물려준한복을차려입고

댓님을매고는누나들이랑마당에서폴짝거리며

뛰어댕기다대문을나섰다

바깥마당으로는동무들이벌써나와

한복들을차려입고제기차기를하며놀았고

여자아이들은어른들이널뛰기를만들어놓은

커다란송판떼기에올라앉아기우뚱거리며앉아제자불거렸다

저짝무퉁이로저너미로가운테담으로한바퀴굴렁쇠를굴리고

왔더니만댓님이풀어져한쪽이너털거렸다

할무니가다시댓님을매주시며볼을감싸입을쪽,맞춰주신다

우리집에서나는할무니가제일로좋다

추석지나맛난것들을모아두고

며칠을핵교댕겨오면하나씩내어줄우리할무니

부엌이궁금해죽겠는데할무니는얼씬도못하게하신다

누나들은되고나는왜못들오게하는지

불알떨어진다고야단이시다

맛난냄새가코를벌름거리게해서감질나서

자꾸만부엌쪽으로만눈이갔다

저너미육촌형도넘어왔는데

한복이멋적은지자꾸딴짓만한다

빈코만큼큼거리며화단가에앉아

봉숭아잎파리만떼어서주물럭거리고있다

어른들께인사도못하는맹추다

차례상준비로봉당에서마루며큰방까지

부산스러운추석날아침

나는나는

차례지내고나면

맛난돼지고기와송편을먹을것이다

흐아!~

맨날맨날오늘같이

추석날이었으면참좋겠다

3:46둥근달인랜드여성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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