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전상서
BY glassy777 ON 9. 8, 2014
어머니,
당신가시고두번째추석을맞습니다
어머니유언대로명절이면연미사를드리러이렇게
성당언덕배기를오릅니다
이길을지팡이에의지하여
저언덕배기를오르셨던당신의뒷모습이선합니다
당신이짚으셨을난간이며쉼의자에도앉아봅니다
그리고아무도없는성당에들어
당신고정좌석인풍금이있는자리뒷쪽에앉아봅니다
당신께불효만다락같이쌓아놓고눈물짓는
이바보맹추같은둘째자식이뭐좋다구
말년을같이보내자구하셨나요
생각하면참아득한세월이었습니다
치매로당신의지와상관없이보내신고향에서의나날
이렇게당신과의아뜩했던세월같이무삼히가을입니다
낙엽이지고세월이또가고
저또한그만큼의나이를먹어가면서
어머니마음자리와부모가된생각을더욱깊이해봅니다
들국화가득피어난신부님거처아래를
조용조용한발걸음으로내려오다가
어머니모습을닮은성모님앞에서그만
눈앞이흐려져걷지를못하고
기도를올립니다
먼인생길을걸어가야할
이발길이
어디로닿을지모르는
정처없는고아신세입니다
어머니,
무심하신듯홀로가신당신의길
저도그길을따라무심하니세월을가야겠지요
기쁜일도진중히
슬픈일이닥쳐와도묵직하니
외따로떨어져앉은
안개만가득한저황톳길을무심히
걷고또걸어가겠지요
추석명절이라고
어머니생각이더욱깊어집니다
눈앞에안겨오는안개비를
닦을생각조차못하고
길을갑니다
저수지수변에도안개가가득합니다
지난여름에가져다놓아둔의자에앉아
안개에덮여희미한눈앞풍경에
하염없는마음이됩니다
어머니,
좀더잘해드리지못해지숭합니다
미국에있는막내에게서전화가와
긴통화를합니다
전화기저편의막내또한
목소리낮게저안개같이
촉촉히젖었습니다
뚝방에앉아턱을괴고서
모든생각을당신께로향하여앉았습니다
어머니,
추석이라고송편을만들었습니다
떡을별로좋아하시않으셨지만
에미성의를봐서하나라도드셔보시길요
어머니,
세월이가도자꾸만생각이납니다
숙영낭자전으로한글을깨치셨다던
울어머니께
이편지가
부디하늘나라까지닿아
어머니께쓴이늦은편지를
돋보기쓰시고한자씩읽으셨으면..
엄마!
3:44Danny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