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에서 쓰는 편지
BY glassy777 ON 9. 15, 2014
대구에서밤길을돋아
하회마을로향하는
고속도로에서의
하현달
팔월스무날의달빛이
밝았습니다
달빛어린하회에당도하니
예약하고찾아든
감나무집에
늦은달빛이
봉창에어리었습니다
생각하면
참먼길을달려왔습니다
오르막길에서
다시내리막길에서
많은단상들이지나갔습니다
가뭇없이저윽히멀어지며
지나온한생애
생각사록
슬픔어린길에서
모든사방이
어둑한노정에서
홀로가느다란불빛에의지해가며
먹먹히달려온밤길
사람의길에서는
슬픔도괴로움도기쁨도
모두가슴깊이안아들여걸어가야한다는것을
이리도
늦은나이에야
비로소새삼스레깨닫게되었습니다
며칠여의추석밑
둠벙같이깊어지는우울한심사로
외론마음이어둔산을넘었습니다
여장을풀고
그윽한달빛아래
뜨락을이리저리거닐면서
추녀밑봉창아래섰습니다
어두운하회마을낙동강강뚝까지
뒷짐을지고걸었습니다
내천륜들이
시절운이다하여아득히멀어지는
귀밑머리반백이되어지는
이제쯤의
황혼에물든
서산마루에서서
어디로가야하느뇨
부귀영화를
한껏누리고살아간들
어디에뜻을세워나살아갈꺼나
목울대가먹먹해지는
홀로된心思
이모두
헛되고헛되도다!
낙동강변밤바람에
마음축축히젖어돌아와
이윽히
깊어지는旅愁
쉬잠을이루지못할것만같아
불을환히밝혀놓고
하염없는마음으로
앉았습니다
길이끝난곳에서
또다른길로연하여이어지는
우리네사람길
그길에의
부침
돌아다보면
달빛아래
고무신짝이끌며
밤이슬에댓님이축축하니젖어드는
멀고도먼밤길이었습니다
이부자리를깔아놓고도
옛시집한권을
다읽고도
방안을
몇바퀴돌아도보지만
가여운심사가그치질못합니다
안해없이
홀로떠나온여행지에서의
쓸쓸한마음으로
잠에쉬들지를못하고
이리저리생성되었다가소멸되어지는단상들로
깊은밤달아래
자정넘어삼경으로깊어갑니다
생각사록에
이모두가
헛되고헛되도다!
늦은잠자리로
아침아홉시에야눈이떠졌습니다
봉창을열고내다보니
앞산머리로아침안개가자욱하니
예스럽고아름다운하회마을이밝았습니다
토담아래로갈꽃
문창살에맑은아침
세안을마치고
엊저녁봉창아래에나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