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산골
BY glassy777 ON 10. 8, 2014
어느
심심산골
버리고떠나간
폐가를찾아들어
허물어진
봉당에쪼그리고앉아
왼종일
가을볕아래머물고픈날
부엌문열고
양은솥을모래수세미로닦아걸고
안방문짝뜯어
창호지새로발라양지쪽에세워놓고
석가래아래로처진양철처마밑
철사로엮어잇대어놓고
마당에잡풀일랑은
호미끄쟁이로
한나절만매면되겠지
뒷곁굴뚝머리지게를고쳐메고뒷산에올라
삭정이나뭇가지꺾을적에
흘러내리는눈물
꿈에도그리던사람은다어디로갔을까
손빨래머리에이고
산골짝개울가에앉아
이산저산메아리치도록
빨래방망이두드리며
유행가가락구성지게부르던사람
흰옥양목받쳐입고
책보어깨로비껴메고
시오리핵교에서돌아오다가
산딸기따서입에물고
풀피리불며불며노래하던사람
봉숭아손톱물을들여주려고
댕기머리어깨로흘러내리던봉당에서
귀밑머리쓸어올리며
백반을빻던사람이
어린새색시로시집간다고울며울며
꽃가마꾼도눈자위가붉어지게
고개를넘어가던사람
지게나뭇짐위에꽃가지를꺾어얹고
삽작거리들어서며
황소눈매껌벅이던사람이
보리밥사발그릇고봉으로얹어
풋고추에고추장찍어
입안가득우겨넣으며
풀어진댓님을고쳐매면서
배시시웃는듯눈물흘리며황소같이울던사람
앞산과뒷산에다
빨래줄잇대어
자부랑대받쳐두고
심심산골
외딴집차마버리고
다어디로갔는가
버리고떠난사람일랑은
마음편히떠나갔을까
이산골짝외딴집으로
그언젠가는돌아오리라
아,눈물나도록
그립고그리운사람아
그곳에앉아유치환님의詩를
읊고또읊으려니
심심산골에는
산울림영감이
바위에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