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얼굴
마른잎꽃화병과

늙은호박덩이의정물화가

그윽히그리운사람을그립게한다

들판으로무서리내린길

희뿌옇게운무낀길을

홀로달려가노라면

계절이

저만치앞서가는

뒷모습을보이곤하는데

아득하니

그리운사람

멀어져간얼굴들이

고요한마음한켠에

아릿해지곤한다

이제는몸이멀리떨어져살다보니

마음또한자꾸이역하늘

높은산을넘지못하고

건너지도못하고

애틋함마져

자꾸빛이바래져

정물화화병에꽂힌마른꽃같이

시들고사위어

으스러지고

부서졌다

늙은호박과

마른꽃화병앞에앉아

자꾸흐릿해지는안경을고쳐써가면서

서가에서책을내려다가읽으며

가끔씩눈을들어바라보는

정물화가있는

가을저녁

아름슬픈

정물화한폭에

어리는

잊혀진

얼굴

3:47잊혀진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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