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 고개
BY glassy777 ON 11. 2, 2014
새벽길을가는데
광풍이휘몰아치면서보도위로낙엽들이
이리쏴아!~저리쏴아아!~
은행잎들이비에젖어
파란낙엽까지나뒹굴어축축써늘한아침
아이들이내려와
먼가을여행길을떠나는아침
표고버섯탕수육에잡채로속을뎁혀주는안해
해마다가족여행을떠나는것을
실천하려고해도이젠아이들머리가굵어지고는
그것또한여의하질못하여이렇게
서로간에좋은날을잡아
먼길을떠나는
아침
雨섞인
광풍이불어
아침바람찬바람이다
아파트담장아래를
물끄러미바라보다가는퍼뜩
여행길을나서는여여하고도한갓진마음
작은넘운전기사삼아
뒷좌석에느긋하게허리를최대한편히
창밖의가을끝물단풍진산들을
차창으로바라보며
추풍령고개를넘어가는휴게소에서
따끈한커피를손에거뭐지고
그따순온기가몸으로
전해지는감촉을
추풍령에
얹다
얼마를더깊은산중으로들어가면
오늘의목적지인사찰로가는
비포장도로
느긋한시선으로먼산들을바라보며
왔는듯가버리는가을에게
안녕을고해본다
먼산으로
햇볕이나면서골마다
가을빛을머금은산들이다가서다가
다시소낙비를동반한비바람이
어지럽게차창을때리는
가을비
높은산봉우리깊은골을따라
가을깊숙히들어가는
晩秋
소낙비긋고계곡의물소리높아
가슴까지서늘하다
다시파란하늘이산마루에보였다가
다시광풍낙엽이앞을가려
걸음을멈추다
물이불어나는계곡에서
가을이이미저만치멀어지고
혼자개울이편에서저쪽건너편을바라보는
안타까운응시
추풍령을넘어온바람
그바람찬고갯마루에서의
쓸쓸코아련해지는
길나그네의
旅愁
주지스님과의한담으로
가을높은하늘만큼이나넓어지는
周易
못이맑으면
그바닥에그림자가분명하고
허공틈으로
햇살이비치면
가느다란먼지들이분명하다
애초에누구마다에운명이주어져
그사주로한생애길나그네로
터덕,터덕걸어가는
고행의길
치우치지않고
기대지도않으며
지나침이없고
모자람도없이가야할한생애
중용을지켜가는길이
얼마나힘겹고어려운길이던고?
어느길에서는한숨이
어느산마루에서는환희로
어느골짜기에서는엎어지고넘어지고
어느산능선길에서멀리길을밝히는장명등처마밑을
가느다란불빛을따라어둔길을가는
길나그네의비애도존재하여야
넘어갈추풍령고개
이제낙엽을휘몰아
산을넘는광풍도잦아들어
사위가평안해지나싶어
다시길을가면
다시또후두둑,눈물진
추풍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