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
가을아침에/김소월

어득한퍼르스름한하늘아래서
회색의지붕들은번쩍거리며
성깃한섶나무의드문수풀을
바람은오다가다울며만날때
보일락말락하는묏골에서는
안개가어스러이흘러쌓여라

아아이는찬비온새벽이어라
냇물도잎새아래얼어붙누나
눈물에새여오는모든기억은
피흘린상처조차아직새로운
가주난아기같이울며서두는
내靈을에워싸고속살거려라

[그대의가슴속이가비업던날
그리운한때는언제였었노!]
아아어루만지는고운그소래
쓰라린가슴에서속살거리는
미움도부끄러움도잊은소래
끝없이하염없이나는울어라

가을아침나뭇잎사이로

가을햇살이너무아름다워차를세우고

어릴적유년의어느아침핵교가는길을생각했습니다

새벽일찍일꾼들과벼베기일참을나가시며

바지뒷주머니에흰수건을꽂아찔러넣고

지게걸빵을한쪽만걸치신채로

송연초를피우시며

들로나가시던

아부지

할무니가봉당세숫대야에

쇠죽끓인가마솥에서

뜨신물을떠다가

속내의살짝걷어놓고

얼굴을찡그리는내게어찌없이

세수를시키시던아침

킹,킹거리며목을한껏움추려자라목을하면

등짝을한번철프덕!~때리시며

까마귀가아저씨~하겠다

부엌에서내오신변또를보자기에싸면서

무우짱아찌의들큰짭짜롬한냄새

대청마루끝에서풍겨오던

가을아침에

책보를어깨에서겨드랑이로비껴매면

등짝으로고실고실따스했던변또

야들야들

코스모스가길가양에서

한들한들웃어주던핵교가는길

그아침도

오늘아침이었어라

그유년의풍경도

저렇게눈부시게아름다웠어라

이렇게아름다운세상에서

이렇게좋은날에

보고픈사람

그리운사람

어디에계신가요?

이가을아침에

3:51RoyKim-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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