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생애 (2) : 날이 갈수록

낙엽들이떨어지며

바람에이리저리몰려다니는교정

썸썽거리는마음에

교정을서성거리며젊은날에부르던노래를

몇번이나불렀는지모른다

노래를부르다말고

한동안그자리에그대로서서

그저저만치앞서가버리는가을을

무삼히바라보았다

참왜이리부질없이

세월이흘러가는지모르겠다

이노래를배우고부르던내젊은날은

저낙엽들이운동장구석댕이로

초라하게몰려가웅크리듯

그저청소부아저씨의빗자라루에쓸려갈일만남아

그저이것도저것도아닌어정띤낙엽

붉은빛조차퇴색되어져

바람에마구흩날리는교정의한구석에서서

나또한젖은낙엽같은마음이되다

쫒기다쫓기다

강원도탄광촌막장까지흘러들어가

시커먼탄가루를뒤집어쓰고

쓰러질듯쓰러질듯

위태위태하던

폐가

거기서보낸석달의

가을과초겨울

송창식의[날이갈수록]을

부르고또부르며

망가져가는내젊음을

노래에얹어보던

그젊은날

우뚝막아선벽앞에

애둘러서갈그어느한곳조차없이

흘러흘러서찾아들은탄광촌

둘러봐도둘러봐도

검은산

웃으면유독하얗던이빨과

폐병의바튼기침

기침을할때마다무수히쏟아지던별

날파리같이춤사위를추면서떨어지던별,별,별

그것은

하루살이별들이었다

벽으로돌아누워

탄가루가시커멓게묻은벽지를쥐어뜯어가며

어머니를부르고

하느님을다시부르면서

따순밥한그릇이눈앞에어른거리며

배불리한그릇만먹어봤으면

이기침이멈출것만같은데

아무도없었다

기침을하면울컥,넘어오던각혈

그선연하던붉은피

눈앞에어른거리느니

그저잘차려진지극히소박한밥상뿐이었다

초겨울

첫눈이펑,펑,쏟아지는거리를걸어가는데

마치각혈을하며바튼기침끝에

눈앞이화끈불에덴듯동공이확장되면서

무수히쏟아지던그별들이

이번에는첫눈이오는

허름한거리

전봇대

아래

그아래에서올려다보는회색빛하늘가득

하얀별들이무수히쏟아지고있었다

보건소에서

엑스레이를찍어놓고

보건의가손가락으로폐가헐어진부분을짚어가며

뭐라고말을하는데그웅웅거림을나는듣지를못하고

첫눈이쏟아지는창밖만동공이풀린상태로

멍하니바라보고있었다

약이한움큼

손바닥위에놓여졌다

약봉다리가

한보따리되어

손에들려졌다

보건소를나오다가

모로스르륵,쓰러졌다

그리고나직나직

송창식의[날이갈수록]을

입술조차바짝말라혀까지말려들어가는

슬픈음성쓸쓸한마음으로

어깨를흐득거리며

불렀다

그젊은날

나의청춘은날이갈수록

점차초라해져만갔다

이저녁

사십년저편의노래를나직나직부르며

대학노트한귀퉁이를찢어끄적였던

옛글을다시금꺼내읽어본다

공중에매달린태양을보는듯
온통시야에가득한회백색의점들을
세는서러움

눈을감으면자꾸나타나는점……

어두운밤수면위를튀어오르는저빛
천억광년을지나비로소내게로온빛

물고기비늘

꼭움켜잡은주먹에서

스.르.르.빠져나간허공

턱수염을훔친손등에서
피가난다

허공으로빠져나간미세한입자들을

손가락끝으로하나씩눌러본다

꾹,꾹,묻어나는흰빛
흐르는흰빛의눈물

그옛날가지말라는길위에서의망설임

그예그길이끝나는곳의쓸쓸함
되짚어또먼먼길을가야하는

길나그네


그리움을심하게앓는다

바튼기침마다에별이왈칵,쏟아진다

어머니를불러보고하느님을불러봐도
꼭꼭닫힌사방의벽

밤새껏죽음이라는아득한나락으로떨어졌다간
몸을추스린아침

새털같은몸무게가차라리개운하다

죽음과그리움으로조제된

한웅큼의약을삼킨다

폐부깊숙히바람한조각이지날뿐

말을하면자꾸헛돌아폐부에박힌다

입안으로꿀렁,넘어온피

다시삼킨다

가을이간다

  • 3:34송창식-날이갈수록1975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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