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생애 (7) : 혼자 가는 길

LP판의여백이

아득히사라진지금사

고얀히섭함으로LP판을보관하고있다는내글에

부산에사시는어느양반이턴테이블을택배로보내오셨다

하지만현대적CD기기와호환이되지않아

그호의에부응치를못하여섭섭타

유독지나간아날로그에의회귀를자주글로표현하면서

그느림으로살아가던시대를그리워하곤하는데

혹자는왜그리가난하고궁핍했던과거를

이렇게풍족한세상이왔는데

자꾸만그시절을글에서

그리워하느냐고

의아해한다

그가나를이해못하듯

나또한그런사람들의생각에

안타까움으로동의치를못하겠다

현대적세련미와

물질적풍족함의시대가도래했음에도

정신적고픔과허기짐으로

나날이궁핍해지는이시류에서

아무런생각없이그에편승하기가싫어

짐짓뒤로물러서곤한다

그리움이

하냥없이먼길을향하여

미루나무신작로까지뻗어가는날이나

옛친구가생각나술한잔얼콰하니걸친날이면

깨끗하고잡소리하나없는금속성음악보다는

치칙~칙!거리며너울너울춤사위를추며

그소리만으로옛날을거슬러올라가

마냥아름다운시절속에

회상에잠겨드는

부드러운

음악

그LP판의사랑을

다시재연할수없는안타까움이

나이가들어가면서자주생각안으로들어오곤한다

LP와의첫만남은

중핵교1학년이었다

할아부지의풍족했던가세가아버지의

서울견지동이란곳에치과를여는사업에반이탕진되자

다시조치원이라는곳에그반토막의반을

또사업을벌리셨다가그만

그마져탕진하시고는

이내술로써

시름을달래시던시절이

거의5년인가흘러갈즈음에서

치질을고치는기술을배워오셔서는

말그대로돌팔이의사가되셨던것이었으니

그것은또다른아버지의수난사이면서

어머니의고단한삶을더팍팍하게

하신것이되고야말았다

그시절

서울대학병원에서

치질수술을하고도완치안돼

전전긍긍하던사람들이

아버지의

용한치료가

입소문으로나면서

전국각지에서모여들었다

아버지는금새가세가흥하게될듯한

옅은기대감으로밤이면우리들머리맡에서

작은주사용병에다가닝게랍이라는

이름도생소한약과키니내라는

이상한이름의약품으로

직접조제를해서

병입을하셨다

할아버지계신사랑방으로

전국각지먼곳에서쌀을이고지고와서는

보름씩묵어가는환자들이계속해서이어졌는데

그치질의술로쌀도받아오시고

돈도받아오시곤하셨는데

어느날하교를하니

아버지께서등짐에전축이라는귀한물건을

새끼로엮어양어깨에등짐을지고

막마당으로들어오셨다

그신기한전축과의만남은

동네서우리집에만있던금성라디오에견주지못하도록

어린내게는문화적충격그자체였다

함께딸려온LP판몇장에서

남정희의판도있었는데

그판에서[새벽길]이란노래가어찌나

어린가슴에애절하게파고들던지

멍청히뜻도모르면서

듣고또들었다

그노래는큰누나친구인경환이큰누나가

동네혁용이형과의연애를하다가

맺어지질못하고우체부를

섬마을에서한다는

낯선사람에게억지시집가면서

울며불며큰누나를끌어안고

부르던노래였으니

더욱애절했다

그런문화적신선한충격에잠기어

자주웃방에들어턴테이블에LP판을올려듣던

어느날

아버지에게시술을받은사람들이

치료후결코탈이나거나절대재발되는법이없는

신통방통명의로날로소문이나던중

한마을에서

아버지께형님하며지내던종철이아버지가

사촌이땅을사면배가아프듯읍내지서에다그만

꼰질러발고를했던것이었으니

졸지에돌팔이의사로둔갑하여

충주에있다는감옥에덜컥,갇히고야마셨다

어머니는그해혹독한추위를무릎쓰고는

사나흘건너한차례씩시외버스를몇차례씩갈아타시면서

철창에계신아버지의옥바라지를하셨다

몸이달아애가타서는

어머니의입술이바짝빠짝말라하얗게변해갔다

그런며느리를안타깝게여기신할아바지께서

몇마지기남지않은전답을마져팔아

집행유예라는이름을달고

감옥살이에서나온것이

이듬해초봄이었다

이저녁

LP복각판남정희노래를들으며

1988년올림픽나던해에저건너세상으로길을바꾸시며

다시는돌아오지못할길을떠나신아버지가

세상을향하여

원망스레서성이시던아버지가

내가아버지가돌아가시던그나이가되어

LP판음악속으로들어가

아버지를그리워한다

그신작로미루나무길을따라

아부지가읍내지서순경에게끌려가셨다가

다시그길을따라하얀옷을입으시고걸어오셨던

그먼길에서의아버지의고단하셨던

안타까운

생애

당신이

그리워지는저녁이다

24:04혼자가는길-남정희-(1968年LP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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