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생애 (11) : 친구

살아온

한생애가

서로간에훤히보이는

고향에친구들

누구는

허리를굴신치못하여

제대로앉지도서지도못하면서도

해마다부부함께인삼밭을늘려먼타지까지

삼백예순날을삼밭지기로

아들딸모두대처로내보내

공부원없이그르친

그보람

누구는공사판십장부터시작하여

뼈빠진집장사만삼십여년에

기껏가족없이홀남겨져

묵묵히외로워서

사냥개몇마리들여놓고

겨울이면멧돼지사냥

봄이면토종닭에

꿀벌치기

한생애의고된노동을

모두정리하고고향마을로들어

숨한번다시고르기

누구는

벼라별콩이란콩들의거간꾼으로

냅다거상으로성공하여

좋은집

언덕위에짓고

친구들불러다이것저것먹이는

그재미로

고향에친구들이

늙어간다

누구를

들여다보면눈물나고

누구를넌지시건너다보면

애틋하고

술거너하게취한저녁

손을잡아악수하는

손바닥의꺼칠한

투박스러운

감촉

어린날

함께눈둑을빠대며

메뚜기잡던손아닐세

여름날냇가에서개구리잡아

함께궈먹던손아닐세

수수밭수수를꺾고

콩밭고랑덜익은콩서리로

모닥불에따발총튀기듯궈먹으며

시커먼입가를서로손가락질해가며웃다

밭주인에쫒겨고봉장둥으로내닫던

그손들이아닐세

친구!

왜자네의소주잔잡은손떨림에

내마음깊숙한곳에파르르~파문이이는고?

힘겨웠고서러웠던

우리들의

생애

자꾸만

낯설어지는고향에서

나도함께늙어가는구나

몇친구의부재

이승의쓸쓸한빈자리

쓸쓸한고향
  • 2:53고향-서유석-
  •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