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생애 (12) : 고추잠자리
저녁때/김소월

마소의무리와사람들은돌아들고

적적히빈들에

엉머구리소리우거져라

푸른하늘은더욱낫추

먼산비탈길어둔데
우뚝우뚝한드높은나무

잘새도깃들어라

볼수록넓은벌의
물빛을물끄럼히들여다보며
고개수그리고박은듯이홀로서서
긴한숨을짓느냐

왜이다지

온것을아주잊었어라

깊은밤예서함께

몸이생각에가볍고

맘이더높이떠오를때

문득

멀지않은갈숲새로
별빛이솟구어라

해넘이를무연히바라보는

쓸쓸한저녁

어린애도아니면서

엄마생각이깊어지더니

고얀히코끝이시큰해지면서

쓸데없이

눈가에눈물이솟구쳐라

시월초닷새눈썹달이

길건너편아파트옥탑에걸렸다

어머닌가고

어머닌가고

자꾸만올려다본다

돌아가시고난연후에

내가어머니를엄청많이사랑했음을알았으니

생각사록

이렇게바부팅이맹추마냥한참늦되었다

지지난어느해

이맘때

퇴근하여

현관문을열고

몸배바지에똥을한자루담아끌고

비칠비칠화장실로발을끌며가시다가

자식을보고흠찟놀라

열린변기통에그만

엉덩이가빠질

순간

급히

똥을닦아드리려고

쭈구렁엄마젖가슴을뒤에서끌어안아일으켜

똥목욕을시켜드리려는데

창피하신지당최옷을벗지않으셔서

급히넥타이를풀어내고

속옷도벗어버리고

나도

알몸이되었던저녁

몸배바지를놓으시며어린애같이

그제사몸을맡기시던일

목욕을다시켜드리고

널부러졌다가

고개를

드니

저렇게

새하얀눈썹달이뜨던

어느가을밤

엄만내가

보고싶지도않으신지

이제도통꿈으로안오신다

나이가들어세월가면무뎌질줄알았는데

이저녁뭔그리움이솟구쳐

이리눈물이다날까

한동안창가소청마루끝에앉아

그려보는엄마의얼굴

가엾은마음으로

나직나직불러보는이름

어머니의

고단하고애끈하셨던

생애

어머니

이저녁

어머닌가고

어머닌가고

자꾸만올려다본다

4:47조용필-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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