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 (2) : 봄 동산

내가젤로좋아하는

봄이왔다

핵교만댕겨오면

소를몰고나가풀을뜯기는일이내일이다

우리들이핵교를파하고다시모이는장소가

저수지옆풀밭이다

요즘이

어른들께서보리고개라고한다

핵교를댕겨오면대소쿠리에고구마를쪄서

안방가운데놓아두고시고는

모두들들로나가시고

아무도없다

마을은텅비었다

누렁이똥개들몇마리가이리저리돌아다니며

고개를땅에박고는무언가를집어먹다가다시뱉기만했다

삐쩍마른것은똥개나우리들이나

매양한가지다

높은봉우리마을뒷산으로

우리들이올라가면누렁이들도따라온다

돌맹이를들어쫓아버리고

우리는진달래를따먹으러올라가면서

보리밭이랑에서문둥이가우리들간을빼먹을까봐

이리저리눈을휘딱거리며오금이저리는

보리밭을지나면서

진달래무더기속으로숨어든다

꽃을따서마구마구우걱우걱입으로쳐넣는데

하나도배가부르지않다

그래도안먹은것보다야허기가덜하다

괜스레심심해져서산비얕을냅다내달아

저수지까지뜀박질로엄청난속도로내려오는데

몇은엎어져서무릎이깨져피가나는데

흙을끼얹으면그만이다

소를뜯기던아이들이하나둘

집으로가고나면

나혼자

봄하늘을올려다보며풀밭에누워있으면

하늘까마득히높은곳에

노고지리

저하늘높은세상은어디메일까?

큰누야가일주일마다

보내주는

소년조선일보에는세상이참넓은데

서울이라는곳은예서

얼마나멀까?

생각이깊어지다가

스스륵잠이들고깨어보면

서산에연분홍진달래빛붉은구름

우리소는하마

내잠든사이에저혼자

집으로찾아들어가서없고

노고지리

하늘높이날아올랐다가

보리밭고랑으로내리꽂히며

집으로가고는

빈하늘

집집마다

저녁밥짓느라

마을에는연기가낮게깔리고

집은아득히멀었다

3:47고향의봄-신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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