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생애 (13) : 우정
공군헌병으로

멋드러지게도싸이카를타면서

휴가때면더멋지게공군복을칼같이날세워다려서

바짓단에링을채워걸음마다베아링소리가

절도있게나도록비까번쩍갖춰입고

휴가를나와서는꼭

이친구와또다른고교동창인친구의

봉제완구공장을다녀가곤했다

이상한일이었다

그공장을드나들며하필이면

친구여동생을짝사랑했던것을뒤늦게야알았다

서로가너무가깝던친구사이라

나또한그여동생을친여동생같이예뻐만했지

전혀이성으로보이질않았다

그때부터그둘의우정에는

무언가이상기류가형성되면서

그사이에개입하기가어렵게꼬여만갔다

그리고는

그친구와여동생을둔친구와

험악지경으로치닫게되면서

급기야는술집에서식탁에칼을꽂아가며

여동생을포기못하겠단

결연한의지를

표시했다

짝사랑친구에게는장래가촉망되는

하나밖에없는영민한동생이있었다

그가서울K대에학격하여기숙사생활을하면서

짝사랑에눈이멀고귀가닫혀버린친형아닌

나를주말이면가끔씩찾아와서는

전통재래시장단골내에서순대국밥에막걸리를

함께마셔가며동생의향수병을달래주었다

제대하고형님집곁방살이를하는

내좁은방에서자고가길

몇차례

어느날그동생이심장병으로

죽었다는소식을듣고고려대병원으로

급달려갔다

그곳에서도두친구의우정전선에는

총칼이빛나고있었던것이었으니

그노무짝사랑의비애감의

깊디깊음의상사병이

날로극렬해졌다

졸지에동생을잃고

외아들이된짝사랑친구는

모든것을정리하고돌연고향으로내려갔다

그러더니석달만에논밭전지를팔아

친구옆건물에같은업종인봉제완구공장을차렸다

끝내여동생을내주지않았고

그여동생도오빠이상으로대하질않았는데그만

어쩌다가친구여동생이휴가를제넘동무를대동하고

그짝사랑친구시골집으로가서는이틀을묵었다가

올라오면서상황은더욱꼬여갈대로엉켜갔다

용기가백배해진친구는무리수를두면서까지

여동생을애인관계로발전시켜가려고

하는과정에서친구간의

우정은칼날위에

촛불이었다

아주복잡다난한중재를양쪽친구에게

요청을받으면서그냥강건너불구경하듯모르쇠로

일관하기가힘들어지면서나조차막다른골목까지몰려

점차중재가힘들어졌다

나는우선여동생을만나의사를타진했지만

전혀오빠란위치에서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짝사랑친구는그반대마음으로

오기를굳혀가며노래방만가면

[배신자]란절절한노래를

눈물로불러제꼈다

그러다자신이차린공장에서

여직공과눈이맞아어느날서울살이의모두를정리하고

홀연히그러나결연히낙향을했다

그로부터십년넘게우리와연락두벌이되어

고향에짱박혀농사만지으며지냈다

모임에도전혀오지않았다

나는가끔씩친구를찾아가

추풍령을넘어가는경부선기차소리를들으며

그친구사랑방에서막걸리잔을기울였다

술이취하면또그예의

[배신자]를불렀다

자식여섯남매를낳고잘사는듯보였다

동네이장도하고포도농사도

크게확장시켜가며

부농의꿈을

일궈갔다

세월이많이흘렀다

그간의세월에서짝사랑여동생이초혼에실패하고

다시오빠에게얹혀살아가는불행한일이벌어졌으니

그친구의마음이다시도졌다

다시는돌아갈수없는짝사랑였지만

엄청안타까워하며동생을끝내내주지않은친구를원망했다

둘사이의우정은전혀돌이킬수없는듯보였다

그리고또세월에흘렀다

이번에는짝사랑친구의부인이그만

사십중반의나이에암으로세상을등졌다

그상가의자리에서두친구의

어색한만남이이뤄졌다

그리곤또묵묵한세월이흘러갔다

어느날재혼을했다며

짝사랑친구가부인을대동하고는나를찾아왔다

둘이포도농사를일궈간다면서짐짓의도적인자랑을늘어놧다

그의눈을보면안다

아직도짝사랑여동생을잊지못하고살아간다는것을

내어머니돌아가신작년봄상가에서

둘은어느만큼의세월의앙금을풀내는듯보였다

그래도둘마음의우정은변하지않았으리라믿어본다

멋쟁이공군헌병에서

험난한사랑을찾아가는과정에서

이리저리흔들리며늙어간

친구의외사랑

이제는

포도밭을자랑스레바라보며

호주머니에서담배를꺼내불을붙이며

깊게들이마신담배연기마다에

지난청춘을날려보내는

친구와의우정

젊은날의

그외사랑이애처럽다

사랑이무엇인지

그렇게친구의생애가흘러간다

2:47우정/나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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