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 (3) : 김장 하는 날

오늘은울집에

김장을하는날이다

어제는왼종일

텃밭에서채소를나르시느라

아침부터아부지는지게질로분주하셨다

봉당에는무우를배추는마당에부려놓으셨다

샘가에서죄다듬어염장을질러

착착쌓아놓았다

나는아침일찍마당가미루나무에서떨어진낙엽들을

흙마당이뽀얗토록열심히쓸고또쓸었다

마당에는멍석이깔리고

이웃집아주머니들이머리에흰수건들을쓰시고는

울집에서아침을두레상에들러앉아

뚝딱,해치우시고는

그위에도마며칼이며다라이들을늘어놓으셨다

할무니께서는마루끝에앉아일을감독하신다

여름내고추밭에서수확한태양초를

방죽거리방앗간에서빻아

어제형과함께리어카에

밀고당기면서

실어왔다

미루나무에까치들이날아와앉았다

오늘울집에김장하는날을어찌알고서왔나모르것다

어머니는김장마당으로나오시질않고

부엌에서일꾼들점심준비로

오일장에서할아부지가

소고기근을끊어오신것으로

큰가마솥에다배차국을설설끓이신다

그소고기를쬐끔넣고끊이는배차국냄새가주금이다

고쿠락에불을때시는어머니곁에앉아

너울거리는장작불을바라보려니

뱃속에서꼬르륵!~소리가

크게들린다

어머니는내게걸근거리지말고

어여마당으로나가심부름을하라고하시는데

나는킹킹,거리며몸을꼬았다

어머니가행주치마에손을닦으면서

부엌문으로나가바깥을살피고

부리나케들어오시더니

밥주발에배차국을

병아리오줌만치

떠서내미신다

할아부지드시기도전에

할무니아시면경을칠일이니

어여나가심부름이나하라고또채근하시는데

이노무뱃속에무기장터거지들이앉았는지

금새먹은배차국맛에그만

엉덩이가부엌바닥에

들어붙어버렸다

마당에는형과아부지가계시니

나는걍부엌에서어머니나도와드려야쓰것다

햅쌀을찧어서흰쌀밥을짓는어머니곁에서

그냥퍼질러앉아풍구질을도왔다

얼굴이벌겋게익어갔다

부엌한가득배차국냄새때문에

자꾸걸근거리니까어머니께서내등짝을

한대후려치시면서불알떨어진다고

저녁에이불에오줌싼다며

그만마당으로내쫓겼다

심드렁해져서심부름이고뭐고

뒷곁굴뚝머리에서유리다마를챙겨서

바깥마당동무들유리알따먹기판에끼어들었다

머..나하나빠졌다고누가찾지도않는다

점심때가다되어간다

아까쬐끔맛본배차국이

혓바닥끄트머리와눈앞을자꾸가라고친다

그때문에그만유리알이잘맞춰지질않아

가지고나간유리구슬은

몽땅잃었다

집마당으로들어오니

마당멍석한가득푸짐하게점심두레상이펼쳐졌다

나는마당아닌

할아부지계신사랑방으로뛰다시피들어갔다

막수저를뜨시던할아부지께서어머니를부르시며

내밥을사랑방으로내오라고하신다

흰햅쌀밥에쇠고기배차국을

허겁지겁어걱우걱털어넣고는숫가락을입에물고

할아부지를빼꼼건너다보며앉아있었다

할아부지께는언제나맛난것이있으면

내게반드시남겨주셔서참좋다

또한번

배차국에밥말아잔뜩먹어설라므네

그만배불뚝이가됐다

갑자기잠이실실쏟아졌다

오늘은사랑방아랫목이대낮부터절절끓는다

그냥모로쓰러지듯누웠다

잠결에할아부지께서

내잠자리를편하게해주시려는지

나를안아다아랫목에누이시고는화투깔개인모포를덮어주시는데

할아부지수염끝이내볼따구니를간지럽힌다

얼마나잤는지모른다

눈을떠보니저녁어스름이지싶다

마당으로연기가가득하다

아부지와형이장독을묻을구덩이를

굴뚝머리아욱밭에다몇구덩를팠다

그리곤아부지는볏집으로김치집을

뽀족하니지으시는참이다

할아부지께서항아리들을내다가

볏짚에불을당겨붙이시고는

항아리속을휘휘저으신다

일을도와주시던

이웃아줌니들은이미다돌아들가시고

울식구들만남았다

마당에거름자리에서서오줌을갈기면서

저녁하늘을올려다보니

황새열댓마리가

오동산쪽으로너울너울넘어간다

그러면금새어둑해지는마당인지라

서둘러김장독을묻는일을도왔다

할아부지께서새끼를꽈만든

김장항아리뚜껑으로

항아리를닫고는

김장끝!

인쟈겨울방학이면

김장속에서감칠맛나게익은무수들을

한보세기꺼내다가

어름살짝와삭거리는무수를베어물고

밥한숫가락먹는맛과

따순밥숫갈위에할무니가찢어서얹어주시는

그김장김치맛이나를기다릴것이다

오늘저녁두레밥상에는

겉절이김장김치에깨소금오소소뿌린

달콤매콤한김치가올라왔다

흐아!~

엄청나게맛나다

3:25고향의노래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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