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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뜰 (5) : 수정 고드름
BY
glassy777
ON 12. 2, 2014
오늘은날씨가엄청춥다
애들이죄우리집바깥마당양달에모여들었다
독고리들을꺼내입었는데모두나이롱이라서
바람이옆구리까지송숭들락거린다
추워서옹송거리며우리는어깨와어깨를밀착시켜가며
마을뒷산높은봉우리에서내리꽂히는
겨울동장군바람을맞고있었다
양달햇살이눈부셔서눈을찌푸리던애들이
어느결에눈앞에주렁주렁한고드름을
하나둘씩따서는입에넣고
와드득,와드득,씹어댔다
내친김에제일커다랗고긴고드름을따서는
마당한가운데로나가서양편으로갈라
칼싸움을했다
쨍강,쨍강!~고드름끼지부딪히며
부러져나가는소리가더재미있다
칼쌈을하다가적군에게쫒겨옆집주열네
변소간으로까지피해서들어가숨었다
적군이들이닥치기전에얼릉초가추녀고드름을
잡아당기자끄트머리까지지푸라기가
왕창끄들려뽑혔다
수정고드름이아닌누런고드름이다
아쉬운데로적군과싸웠지만
우리편이졌다
진편에서는각자집으로가서고구마두알씩
이긴편에게줘야만한다
웃방으로들어가니작은누이친구들이마실와서
고구마동가리옆에서창칼로껍질까서
맛나게들먹고있었다
배추꼬랭이도깎아먹으며뭐가그리재미있는지
까르륵,깔깔..웃음소리가마루를건넌다
안방에서는할머니가화롯불을쬐시며
할아버지두루마기동정을인두로다리고계셨는데
웃방에서작은누이친구들수다떠는소리를나무라지는않으셨다
겨울한낮의햇살이뒷문문창살에노랗게어리고
방안이아늑하니기묘해졌다
나는그만동무들에게고구마를가져가야하는것도잊고
그만할머니무릎을베고누워버렸다
따스한안방에들어오니까
다시추운바깥에나가는것이싫어졌다
바깥에서아이들이나를부르는소리가들린다
할머니가아이들을방으로들이셨다
웃목으로오로로..앉아무릎을꿇고어리버리
눈길을어디에둘줄을몰랐다
할머니가가화롯불잿더미를들춰내
잘익은고구마를양철쓰레받이위에얹어주시며
추운데어여들먹으라고인자하신미소를지으시니까
아이들이허겁스레손바닥으로뜨거운고구마를굴려가며
맛나게얌얌..먹어댔다
고구마두개면될것을한앞에두개씩
군고구마가쥐어졌으니나만손해다
으..흐
다먹고는아이들이뒷걸음으로조심스레꾸벅,인사를하고는
바깥마루에서부터는우당탕,봉당으로내려가
고무신짝을뒷금치에걸치고는
냅다뛰어나갔다
우리는다시고드름을땄다
낮보다더딴딴하고야물어졌다
물도흐르지않고손에쩍,쩍,달라붙었다
새끼를꼬아서발을엮어들고
우리는핵교에서배운노래를부르며
고드름발을어깨에메고는맨앞에서나는손나팔을만들어
동내골목쟁이를돌아다니며동요를불렀다
고드름고드름수정고드름
고드름따다가발을엮어서
각시방영창에달아놓아요
각시님각시님안녕하셔요
낮에는햇님이문안오시고
밤에는달님이놀러오시네
하늘로저녁새들이집을찾아날아갈즈음
엄마들이멀리에서부르는소리들을알아듣고는
동무들이하나둘씩집으로돌아가고나면
우리가다따서없는
추녀밑에고드름이
다시고추만큼씩자라있었다
내일아침이면또
우리팔뚝만하게고드름이자라있을것이다
고드름
고드름
맛난
수정얼음과자
1:53
고드름-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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