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 (6) : 높은봉우리

우리고향마을

높은봉우리자랑한번들어볼래?

우리동네이름은높은봉우리인데

어른들이편지를보낼때는

괄호를치고(높은뱅이)

이렇게추가로쓰면

우체부아저씨가

잘알아보셔

그런데울할아부지는(고봉)이라고쓰셨어

밥주발에보리밥수북하면고봉이라는데

우리동네가배가띱따리부르게

살기좋은고봉이라는겨

높은봉우리산아래양지녘

그안쪽골짜기에내곡이란큰마을이마치

조갑지를엎어놓은듯옹기종기초가지붕끼리

사이좋게잇대고그사이에토담을쌓아

요새는

그토담으로늙은호박으로

호박죽을쒀서넘기고넘어오면서

마을어른들인정살이가

얼마나훈훈하다구

봄이오면마을앞저수지로흘러가는냇가에

버드나무에물이오르면서

버들강아지가예쁘게펴

우린그물이막오르는버드나무여린가지를꺾어

비틀어서호두기를맹글어서입에물고

동네똥개들을쫓아뛰기도하고

토담아래장탉도쫒아내

마을구석이곳저곳을

호두기를불며

몰고다녀야

그것도시들하면

우리들은높은봉우리를올라

담배대궁으로칼장난도하고총쌈도하고

그것도심드렁해지면가파른경사지를말달리듯

냅다뛰어서내려오는데귓가를스치는겨울바람과

겨울나무들이휙,휙,스쳐가면서나뭇가쟁이에얼굴도긁히고

모퉁이를돌아나갈때는쁘리끼를잘잡아야만하는데

그를잘못하면그냥마구굴러서쳐박히기도하는데

푹신한눈이이불같아서다치지는않아

비료푸대에다짚을넣어서그것을타고마구내달려서

내려오는시합은오줌이질금거리도록아슬아슬해

이건발로방향을잡아야만하는데

눈발이치솟아앞이보어야지

그래도또높은봉우리로올라가

아까길을낸곳으로또

신나게내닫기를

세번하면

점심여

옷이다젖어서그대로집에가면혼나

산아래밭에서수숫대궁이나고추대궁을모아다가

모닥불을피워놓고양말부터바짓단을말리는데

그노무나이롱낙하산양말을불길에

대지도않았는데빵꾸가뽕,하고

발가락이튀어나온다머?

우리들은혼날생각도잊어먹고는

발끝을가리키면서깔깔거리다

각자오줌빨이누가센가

시합하면서불을끄고는

아직마르지도않아

김만모락거리는

옷으로마을로

내려와

엄니계신부엌고쿠락앞에서마져말리곤

안방으로들어가면할머니가뭔싱냥구리마냥

눈밭을쏘댕기다왔느냐고

화롯불을쬐시던따순손으로내볼과

얼어붙었던귀딱지를폭,감싸주시는데

그따스함이란세상에서제일로

엄청부드럽고따셨다너?

그러면꼭오줌이마려워져

슬그머니삽작거리로나와서는

초가지붕너머높은봉우리를

다시한번높이

올려다봐

겨울산이

너얼마나이쁜지알어너?

우리동네이쁜높은봉우리못봤지?

한번도못봤지?

느그동네는높은봉우리없쟈

끄치?

아이손시려

귀도시려서꽁꽁얼었네

훌쩍!

아코,코도시려워

으..

  • 5:54봉우리
  •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