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한 귀절의 행복
반달/김소월

희멀끔하여떠돈다

하늘위에

빛죽은반달이

언제올랐나

바람은나온다

저녁은춥구나

흰물가엔

뚜렷이해가드누나

어두컴컴한

풀없는들은
찬안개위로떠흐른다

아,

겨울은깊었다

내몸에는
가슴이무너져

내려앉는이설움아!

가는님은가슴에

사랑까지없애고가고
젊음은늙음으로바뀌어든다

들가시나무의

밤드는검은가지잎새들만

저녁빛에희그무레히꽃지듯한다

한겨울추위를잊는방법에서

책읽기만큼좋은것이

또있을까싶다

한가로움으로깊이들어

좋은책이나시집을읽게되는

그끝없는깊이로의여정

음악을낮게깔아두고책을읽다가

언뜻귓속으로들어오는옛노래한소절에

아득히멀어진시절이다가앉는휴일의한낮이

따스한햇살가득음악에실려

안겨올때에느끼는

행복된자리

눈을감으면먼바다가다가오고

눈을뜨면먼세월이싯구에실려다소곳이다가앉는

그책과음악과어루러지는한때

먼겨울바다의파도소리가

다가앉는다

먼세월저편의아름다운날들이

다가앉는다

이젠멀어져간사람들얼굴들이

다가앉는다

한가로움으로깊이들어

좋은책이나시집을읽게되는

그끝없는깊이로의여정

그행복자리

3:11단둘이가봤으면-진송남(1964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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