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 초동친구를 보내며
높은뱅이

고향동네에서함께자란

초동친구가또멀리떠나갔다

부고를받은어제부터이제껏

내우울한심사

일이손에잡히질않아망연히

하얀적설로온통하얀높은봉우리

흰산만먼산바래기하며

한숨만내쉬다가

흐득,

수원에서목회활동을하는

목사친구또한눈물을글썽이며

먼길을달려왔다

점심시간의상가에는문상객이라곤목사친구와나단둘이다

식사를차마못하고다식어빠져기름이둥둥뜨는

육개장국사발만들여다보며

한숨만들이쉬다가뱉어내기만하다가

커피한잔으로수저를놓는목사친구의눈에눈물이그렁그렁

서로보듬어부둥켜안고

친구의애통하고불쌍한죽음에슬픔을나누며

나또한붉어지는눈시울

가세급격히기운나

칠형제의막내인목사친구

집안이가난하던친구

가난했던우리

셋이서만자전거도없이

이십리중핵교먼길을삼년간걸어다녔던

우리들셋의가난했던지난날

그먼길을셋이함께신작로를걷던등하굣길

어린날나누었던수많은추억들이생각으로다가서다가

아주까마득히멀어져사라진다

죽음전까지도가난했던친구

저많은조화가뭔소용에닿는단말가?

살아서가난했던친구의쌀한톨만도못한것을

나보다더우울함으로슬픈얼굴을하는

목사친구는친구의안타까운죽음을친구누이로부터듣고는

바깥으로나와모쪼록건강하자고자꾸만나를부둥켜서꽉,꽉,안는다

왜이렇게높은봉우리우리마을초동친구들이많이떠나가는가

이좋은세상에서좀더행복히머물지를못하고

그렇게들급히서둘러서떠나들가는가

우리네죽음과생의경계가

얇은마분지종잇장만도못함을절절히깨달아간다

동창들이문병을가고자해도자신의송연한몰골을

고향친구들에게보여주고싶잖아한사코거절하던친구는

항암치료네번마치고먼노무전신마취로로봇수술을한연후

급작스레악화되어3일밤낮으로통증과식음전폐로

사경을헤매이다가는먼하늘로가버렸다

너무아픈통증으로직접운전대를움켜쥐고

동네병원에서아산병원응급실로초인적힘을쥐어짜다시피가서는

이틀만에하늘로가버린것이다

죽기6개월전까지도

4년째우울증으로아무런일상생활을못하고

골방에박혀있는부인을대신해

집안살림살이를도맡아

힘든나날을보내며

힘든경제적난관앞에극도의스트레스를

내줄담배와술로버텨내다가는

암을발견했을때는이미

모든상황이끄트머리벼랑에서있는

가랑잎과같은마지막잎새로대롱대롱삶과죽음의경계를

이리저리넘나들기를석달여

로봇수술의엄청난고통과통증으로

모든치료를받기를거부하여

씨티촬영마져도거절

그렇게갔다

왜말기암환자에게

무슨연유로로봇을통한내장기수술을강행해야했을까

그냥저냥버티면서나죽지않을거야라는말을자주하며

삶의끈을단단히쥐고있다가는그노무로봇수술로

끈을놓아버렸다고유족들은애통해한다

그냥편히가게하지못함에대한미안함으로

친구누이는펑,펑,운다

우울증에깊이들어허부적거리는부인은

집으로들어가서는보지를못하고

유치원다닐때색칠공부와한글공부노트들을

크레파스와함께몇년간한아름씩날라다줬던

두아들이33세와30세청년으로

그래도나를알아보는데

아직두아들모두

에우질못하고쓸쓸히갔다

목사친구는중국으로건너가

홀로또하나의교회를개척한다고말을건네오는데

종교적결심이라뭐라고딱히말리지도못하고

뭔교회를셋씩이나세워야만하는가

말리고또말리고만싶다

신의뜻과소리를

어떻게지혜롭게알아들어야

진정사람인고?

악수와보듬어안아

등을토닥토닥다독여주는일로밖에

뭐라고해줄말이없이돌아다보고또돌아다보며

차쪽으로가던발길을되돌려내게다가와

의미깃든포옹만반복한다

아..짧디짧은한생애

어떻게사는일이잘사는것이련가

너도모르고나도모르는무겁디무거운화두

안해가게로돌아와

빈자리를무연히내려다본다

누군가있어야할

빈자리

이젠영원히높은봉우리마을

친목계에서또하나의이름자를지워야만하는

쓸쓸하고도슬픔이배인비애

몇달전까지만해도

함께웃으며나누던술잔

그술잔을마지막으로영정앞에올리고

향을살라절을올리는데

눈물한방울

투툭,

잘가시게친구

힘들고고단했던세상사

우울증에서헤어나오지못하는부인과

아직짝을맺어주지못한자식들뒤로하고

어찌그리서둘러가시는가

우리네죽음과생의경계가

얇은마분지종잇장만도못함을절절히깨달아간다

이마분지같이얇고가벼운삶의경계에서

열심히그리고최대치로깊이숙고에숙고를거듭해가며

될수만있으면오늘인현재에서행복권을추구하고또추구하여

부부지정하나로최대한재미있게살일이다

그냥이러저러살아가기에는

이삶이너무나헛헛히짧고쓸쓸타

추운바람에쫓겨흰산을넘는조각구름몇

그위로푸르른겨울하늘을넘어가는

우리네바람같은한생애

친구야,

근심걱정없는피안의

좋은그곳으로

차마잘가시게

  • 3:1110.고향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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