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루
BY glassy777 ON 12. 29, 2014
열심히살면서의休
몸과마음을쉴겨울방학이
누구에게나주어진다면얼마나좋을까싶다
서재앉아
책을내려읽다가
책상유리판아래로푸른날의사진한장이
스탠드뒷쪽모퉁에서눈에들어왔다
가만들여다보니참기상푸른젊음이
그사진속에서나를부른다
우리병사들보다계급이위였던중사급군견단결이
폭설이내린뒷배경에서웃던중간의나
그리고내양옆의최하사와박병장은
시방은어디메에서나같이옛추억을
더듬어서기억이나할까나?
군대말년에
모든보직을내려놓고
좀쉬다가제대를하려고작전관의허락을득하여
눈여겨봐뒀던서해바닷가의비경에서
보냈던행복했던한시절
산하루라는외진곳
오지중오지
그곳풍광이
문득떠오르는아침나절이다
소초단위의최신식막사를짓는국방부사업의
첫번째혜택으로지어진번듯한막사로
샤워시설은물론하고
내무반시설이현재군시설과그닥차이가없이
그당시에는최고급의군막사였다
마침소대장이ROTC로고대를졸업한
내또래의소대장이었는데
대대로들어올때마다
나와친분을가졌던
그와의말년의
한시절
서로가많은면에서상통하여
참으로편안하였다
명목상상황병을자처하여
상황실에앉아군대밥
그가치를해냈다
작은공간이지만참아늑했다
상급부대로통하는통신기기와무전기가
책상거의를차지하는그곳에
책상하나를덧댔다
그리고는옥상에다큰나무를짤라다가세우고
그곳에구리를칭칭감아서는사제안테나를
방위사병여럿이세워주었다
그당시에흔치않은카세트라디오도방위사병이
가져다주면서제대날까지사용토록
배려를자처해서해주었다
인천에서발신되는FM방송이잡혔다
그것도잡음이별로없이깨끗한음질이었다
맞바로바다를건너오는전파의양질에서는
당시의유행되는음악을듣는기쁨과
생활영어를녹음해가며듣고
그것을반복하여학습하는
배움의풍요를제공
스스로의행복된공간으로만들어갔다
낮이면모든근무자들이야간매복이나동초근무를마치고
내무반으로들어와창문을모두모포로가리고
컴컴한속에서낮잠인오침을먼저
취하고난연후에조식을
늦게먹곤했다
그들이기상하는시간까지의아침나절의
고요로운소초분위기는더할나위없이
나만의공간이돼주기에충분했다
바다가내려다보이는높은진지의
동초한병사만남겨두고
깨어있는병사는
둘뿐
작전지도를흝어보다가
[산하루]라는예쁜지명의군사지역을
점찍어가보기로설정해놓았다
전방초소로올라가쌍안경으로
산하루를들여다보고또촛점을당겨서
가만가만지형들을숙지하였다
그리고오침이끝나"ㅅ"자콘크리트지붕옥상에다
모포먼지를털어가며펼쳐서널어놓으면
그곳에올라가모포를덮고
눈감고누우면
따스한겨울볕의따순온기의다솜다솜함과
멀리에서가까운곳에서들려오던
자연의오케스트라
바닷바람이해송을스치는소리와
맑은새소리와비행기아득히높은하늘복판으로지나가는
미세한비행음까지들려오곤했다
누가지명을산하루라고지었을까?
우리한글고유의명사에서
절대아름다운이름자
산하루
이름자하나로
더욱아름다워지는그곳지형이었다
동초근무자들이달없는그믐쯤이면
벼랑과심한굴곡으로인해
실족당할위험때문에
야간경계근무를그쪽으로나가길꺼려하는
산하루
어느날
벼르고벼르다가
쌍안경과작전지도그리고워키토키를휴대하고
단독군장을하고그길로나섰다
마을도없고
사람이거의다니지않는군사취약지역인지라
대낮임에도바닷가숲길이으슥했다
바닷가로연한벼랑길을조심스레밟아가노라면
아찔아찔한현기증까지일어속이울렁거렸다
어떤안전장치도없이
좌측의천길낭떠러지기한참아래로
하얀포말을일으키며부서지는흰파도와
벼랑을타고솟구치는바닷바람에
고소공포증이있는나는벼랑아래의칼날같은바위들이
와락,달겨들것같은느낌으로휘적대며걸어갔다
그험준한곳의경치는
그야말로빼어난절경중의처녀지같은절경이었다
민간인의발길이전혀닿지않는군작전지역인지라
천혜의비경이황홀경으로펼쳐지고있었다
전방초소에서쌍안경으로만건너다보던풍경과는달리
그곳은아름답고장엄하기까지하였다
벼랑중간쯤에매달린해송이바람에흔들렸고
그주위를갈매기떼가오르내리며자맥질하고있었다
왼편벼랑아래로길게누워반짝이는
은빛의물고기비늘같은銀波
그끝수평선으로얹혀진섬하나
파도소리와솔숲을지나가는
싸한한겨울의바람소리
그러다가
의외의외딴초가삼간을만났다
아마도작전지역이라서버리고떠난외딴집같았다
초라한집낡은문틀이반쯤떨어져서열려
방안바람벽에걸려있는
흑백사진틀액자가
훤히보였다
중학생모자를쓴아이와수염길다랗게기른
할아버지와햇빛에눈이부셔하는할머니
외지로떠났을자식
그젊은이의양복에어색한넥타이
그리고가족이모여무슨잔칫날에박은여럿의사진
갑자기코가시큰해졌다
왜눈만들면수평선이아득하고
사시장천파도소리가들려오는고향집을
이렇게초라하게버려두고어디론가떠났을까
때때로그들의머리에서
그리워졌을초가삼간오막살이
이아름다운지명인산하루에서의세월을그들은
어디에다가잃어버린지도모르게들
새로운터전에서허부적허부적
잊혀졌으리라생각하니
고얀히시큰해졌다
한갓지게해안가벼랑에서바다쪽을바라보면서
읽으리라가져왔던책읽기의호사마져사치스러워지는마음에
그냥접어고는봉당에앉아하염없는마음이됐다
바닷가의넓음에의너른자연
그품안에한점과같은사람의마음
그한점같은마음으로
나고자란고향집에서피워내지도못한
꽃같아지고자하던그가족사의
쓸쓸함이배인오막살이
그작은산하루에서의젊은날의짧디짧게스치던
오랜세월저편의단상들이문득다가앉는다
우리살아가는삶또한
그산하루의외딴집오막살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