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그 절치부심

오랜40년지기친구들과의하룻밤

그긴이야기를나누고자

그우정을다지는만남을가지러

퇴촌에서팬션을하는

친구집에당도

점심즈음막당도하여

골짜기산비얕으로내리쬐는겨울햇살을

커피를마시며무연히바라보다

잠시후친구들이도착하며

점심겸저녁을제수씨가차려내오신다

이번모임을채근하던친구는

김포공항관세사로17년간공무원을퇴직하고

포부를갖고관세사무실을차렸다가는

맞바로닥쳐든아이엠에프여파에휘둘려비틀거리다가

문을닫으면서가정까지풍비박산

사당동달동네쪽방에서

이시대적불운을삭히며

절치부심하기를

7년여

다시인천으로이사간것이3년전으로

이제사조금은안정기에들어

법무사시험준비로맨날

홀로집에서

공부中

모든동창들에게연락이두절돼

가족없이홀로살아오던긴세월동안

친구의공무원시절말고

거의30년만의만남

요즈음자주내게전화를걸어오며

한번통화가시작되면시간여를넘기기일쑤였던

한스러움으로내재된답답한마음을풀어내려애쓰던

그절치부심의역력함을슬몃알아차리고는

내가나서서주선한모임이

오늘

이게뭔음식이냐

맵기는또얼마나맵던지친구들은쐬주로

나는맥주로연거푸매운안주를달래려먹느라

아구찜인지매운무침인지머릿속이

온통경운기가는소리라

친구가팬션뒷산에올라약초를채취해다가

반찬으로담아내온이삼삼한맛

팬션을두부부달랑꾸려가려니

얼마나육체적노동의강도가극에달했으랴

얼마전인감관계로퇴촌면사무소에갔는데

손가락지문이나오지않더라며

씁쓸히웃는데그웃는것이

웃는게아니더라

문득

우리네삶이숙연해지면서

친구의노고스러움과안쓰럼에만감이교차되면서

따스한격려성말을내입에서건너가긴해야겠는데

도무지마뜩찮게말이되어나오질않았다

자꾸만애꿎은술만

연거푸마시고또마셨다

서로간이야기가취기로깊어지면서

다시40년저편으로되돌아가

그즐거움으로서로간에

즐겁게느슨해졌다

방바닥은쩔쩔끓고

되찾은반가움의우정으로

관세사친구의입에서는서서히

유모어가섞여넘어가면서독판무대가이어졌다

친구셋은그냥듣는쪽에속하고

그친구의한많게맺혀진실타래가풀려가면서이어지는

친구의힘들었던지난인생역정을들으며묵묵히마시는술로

밤이이슥해지면서자정을넘어가고

새벽으로치달았다

잠시밖으로나와추운지붕아래

밤하늘을올려다보는데

고얀히내눈가가

서늘해졌다

가도가도끝이없는

우리네고행같은인생길의

먼장도

교교동창들이공유할이야기로넘어가면서

옛날의사춘기적고등학생이되어

담임선생님이름을기억하고

동창들안위를전해듣고

한때제일잘나가며거들먹거리던동창이

나락으로떨어져쑤셔박힌

이야기에이야기

인생지사

새옹지마로고

새벽3시가넘어가도록

사춘기에서남자들의공통사군대이야기로

또한고개를넘어가면서의나라의격변기이야기

팬션하는친구가노태우사단장예하부대로

잠자다가비상이걸려잠결에트럭을타고

날이밝도록달려내려보니그자리가

바로광화문앞이더라며

얼떨결에계엄군의반란군편에서서

그중심에서있더란

격랑같은시절

이야기

영하2~30도아래로곤두박질하는

전방군부대산정상막사에서

소피보러나와일을보면

얼음이되어솟구친

오줌빨이야기

웅웅거림으로이야기가귀에서멀어지면서

취기로닥쳐드는졸음에그만

모로쓰러져잠이들었다

깨어보니

앞산과뒷산골짜기가깊어

이편에서저편골짜기나무에다빨래줄을걸어도될

그골짜기에영하20도의차가운냉기로얼어붙은

아침이밝아오고있었다

차량밧데리까지얼어붙어

두세번시도끝에야시동이가까스로걸리고

차앞유리에얼어붙은얼음입자들이저렇게아름다웠다

저산간마을골짜기의

얼어붙은산하

산아래마을과나목으로얼어붙은산잔등이를넘는

스산한풍경들을바라보면서맞이하는

산간마을의아침

천진암성지까지올라

어스프레한여명을운전대에턱을괴고

한동안친구들의인생과나자신의인생역정을생각하며

점차그깊어짐으로하염없이앉아있었다

너나없이수월케넘지못하였던

인생산맥그너머로햇살이따스하게비춰들면서

다시금되돌아보는지금사의인생

그고갯마루

팬션주인장친구가

손가락지문이닳아서뭉툭해진손으로

강아지를낳았다고그를안아들고환하게웃는다

친구의팬션을빼앗으려들어온이웃집악인과의

송사로엉켜들면서극도의스트레스로보낸허송세월

길고긴4년간악연과의시달림

모질고독한앞집그건물주부도로인해

그집이경매로넘어가서는집달리에의해알거지로추락

먼곳으로쫓겨가던악연의고리가끊어진것이엊그제였단다

나는악인의말로를직접목도하면서

권선징악의옛말을

강아지를안아들고펀안해하는

이친구의얼굴을바라보면서

안도의한숨을쉬었다

친구들모두가

흰머리는염색으로감추고

지난한세월을아무렇지도않게넘어온듯

저렇게들천진하게웃는다

산잔등이저편설산마루로비춰드는

겨울햇살과같이그따스함이내재된

친구들과나의고된세월

그래환히웃자꾸나

이렇게오오랜우정의만남으로

가슴한켠까지따스해지는이편안함으로

그렇게남은세월

오늘같이만웃으면살자꾸나

순대국밥아침식후

가볍게나누는커피한잔으로

엊저녁과는또다른새로운이야기

그끝에는항상

건강으로귀결되어지는우리나이의공통관심사

중년에서장년으로넘어가는길목쯤에서는

우리모두나나없이이곳저곳의종합병원化되어가는

공통분모적건강에대한이야기

그래친구들아,

저얼어붙은개천을건너

차가운겨울산을또힘차게넘어가자!

저높은봉우리를향하여

다시또땅힘을받아올라채자꾸나

수많은인생역정

그세월속에서힘겹게넘어온

절치부심의날들속에서이제사돌아온

사랑하는

내오오랜친구들아!

무탈하게오래도록

건강들하시게!

9:21relaxdailyN°072-inspir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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