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모든인연들에서는

만나면반드시헤어지게되고

또언제인가는다시만나지곤한다

유난히도인사성이부족해줄창내게

혹독한훈육을받곤하던하빈이가전학을갔다

저남쪽어딘가

바닷가마을이하빈이아빠고향이라는데

그곳으로귀향을한다고했다

이별이아쉬운지

아님줄창내게혼난다는소리를

아이에게서들었는지이별의선물을들고

찾아와서는몇번이고머리를조아리고는

하빈이손을잡고가셨다

집에와서열어보니

남쪽어느항구에서부터올라오는봄냄새

바다내음이물씬풍기는유자청이

정성이깃든다소곳한포장지에서나왔다

그래이별이구나

너도가고나도가야지

며칠있으면나도이곳을영영떠나간다

이제봄이오고

너는먼바닷가항구로떠나고

나도세월저너머의어느마을로떠나리니

퇴근을하다가말고

하빈이가사는마을로들어가는초입에서

잠시멈춰서서는이별과떠남에대하여깊은사유에들었다

봄은오는데

너는가면서촉촉한이별

나도곧떠나갈채비를하나둘씩해야만하는

오래묵은것들에서의별리

정든것들에서의

떠남

저물녘해거름에

노을이진다

아,

봄이오는

저벌판을건너

너도가고

나도가야지

저녁때/김소월

마소의무리와사람들은돌아들고

적적(寂寂)히빈들에
엉머구리소리우거져라

푸른하늘은더욱낫추

먼산비탈길어둔데
우뚝우뚝한드높은나무

잘새도깃들어라

볼수록넓은벌의
물빛을물끄럼히들여다보며
고개수그리고박은듯이홀로서서
긴한숨을짓느냐.왜이다지!

온것을아주잊었어라

깊은밤예서함께
몸이생각에가볍고

맘이더높이떠오를때

문득,멀지않은갈숲새로
별빛이솟구어라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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