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이 만건곤하니

아침출근길에서편으로넘어가는하현달을

무연히바라보다가

문득

재작년이맘때돌아가신엄니를생각하다

어제퇴근무렵부터쏟아지기시작한春雪

바람함께엄청나게휘몰아친다

금새산천을휘덮으며시야를가리며펑,펑,펑

다시금소강상태를보이는가싶더니만또쏟아진다

저춘설이어지럽게나니는산천으로

지나간십년저편의세월속에어머니가께신다

참모질고서러운세월을살아내신엄니

며칠전부터

아침식사시간을한시간앞당겼다

엄니와의대화시간을늘려볼요량이다

요즘팔순노모의입맛을사로잡은커피란놈

해서

구정선물로들어와창고에묵혔던놈을

꺼내서엄니앞에서엄청존놈이라고포장을뜯었다

성경책읽듯떠듬떠듬

커피곽상자에박힌글자를읽으시다가

오리지날을오리지랄로읽으시고

당신도뭔가이상하신지갈갈갈갈,,,웃으신다

아침햇살퍼지는안방보료위에앉혀드리고

이미자의[흑산도아가씨]를달력에큼지막하게써서

엄니앞방바닥에펼쳐놓고선에

두母子가봄날의아침을노래한다

이노래를엄니께글씨를큼지막허게써서드리니

돋보기넘어로손짚어가며따라부르신다.

‘우째맴이처량허다.’

-2004년2월21일치매에드신어머니께노래를가르치다-

아리답고어여쁨도이슬따라사라지고
저녁바람불어오면고운향기흩어질걸
하필이면잎이다진그때가되어서야
모든것이덧없이허무한줄알겠는가

-법안스님-

눈이그친저녁

사위가고요롭게저물어간다

십년전세월을자꾸잊어버리시는어머니

잃어버린세월을찾아드리려고가르쳐드렸던노래

그노래[흑산도아가씨]를

나즈막히불러보고또불러본다

눈이그치고노래도그친저녁

석고상같이서서빈들판저편을건너다보는데

불빛들이둘이됐다셋이됐다하며

눈앞에서흔들리며젖는다

엄니,

그녘에도눈이내렸던가유?

    1. 3:04흑산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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