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

오늘은

까치까치설날이다

아침일찍일어나어제엄니가오일장에서사오신

검정고무신을마루끝에모셔놓은것을

살짝신어본다

흐미!~발꼬락에감촉이엄청좋다

지링이고무신이아닌진짜타이어표를사오셨다

그노무지링이고무신은뜀박질을하다가조금만균형이안맞으며

걍쭉,찢어지는통에싫기도하려니와

누렁코같은색깔도맘에안들었다

난타이어표통고무신이넘좋다

어제장에서설비슴으로사오셔서건네주시는데

마루로방으로돌아댕기면서새신을신고팔짝뛰어서

안방천장을손으로닿을락말락까지

몽굴르고또몽굴러서천장

반자까지닿았다

고무신을방으로들여놓고자려는데

할무니가고무냄새가난다고

마루에내놓고자라고

지청구를놓으신다

옆집주열이가엄청부러워했는데

주열이가훔쳐가면어쩌나걱정도됐지만

마루끝에내다놓고는밤중에

요강에오줌을갈기러

일어나내다보고

또보고

날이부염하니문창살에비쳐들면서

검정고무신을봉당에서신고

동네한바퀴를돌았다

오늘은까치까치설날

담장미루나무에까치들이날아와짖어댄다

바깥마당담배건조실벽으로아침햇살이

환하게벽을타고오른다

할무니가쇠죽솥에서뎁힌따순물을대야에담아

봉당에놓고는내일이명절이니목에

때를벗기자고하신다

추운데목에물을두루기가싫어킹킹대니까

까마귀가나보고삼촌이라고부르겠단다

어느결에손목이잡혀서빠져나갈도리가없는데도

뿌리치려고버둥거리다가할무니매운손맛으로등짝을맞았다

히힝!~저녁에부엌바닥에자박지에다가

엄니가뜨신물을넘치도록담아놓고

부엌문을닫아놓고때를

박박밀어주실것인데

왜할무니는

이러는가

몰것다

세수를마치고방문고리를여는데

문고리가손에철컥,붙는다

왼간히추운날씨다

세경아래온식구가모두얼굴을씻는

수건이한장걸려있는데

할아부지가제일먼저닦으시고는

할무니아부지순으로닦는다

세경에비친내얼굴이말끔하니미남이되었다

상고머리를참빚으로빗으니가지런하니기분이참좋다

어제방죽거리이발소에서바리깡으로깎는데

아파서죽는줄알았다

반은뜯기면서머리카락만빠진게아니라

눈물이쏙쏙빠졌었다

사람이많아서대충대충깎았다

그래도앞머리는일자로잘깎아맘에든다

할무니께서웃목에놓인콩나물시루에물을주신다

바가지로한가득물을떠서휘휘뿌리면아래로주룩주룩

그물소리가얼마나듣기가좋은지모른다

새벽잠결에그물소리로잠이깨곤한다

형이입던검정헌교복을덮어놓았는데

오며가며열어볼때마다쑥,쑥,

잘도자란다

할무니가자주열어보면

콩나물대가리가파래진다고자주열면

못쓴다고물줄때만열라고하신다

나는콩나루시루아래스댕다라물에다

공책을찢어종이배를접어띄우고

손으로살살밀어가며

핵교에서배운동요를부르며놀다가보면

엄니가화로에다가시뻘건불이아직도타닥거리는

화로를안방으로들이신다

화로가운데로청국장뚝배기가놓이면

그구수한냄새에갑자기허기가

와르륵,밀려와서

UN표성냥개비로

청국장에들어가보글보글끓는

깍두기를콕,찍어내서호호불어가며

입안에넣으면?

흐아!~그구수하고어석거리는

기맥힌깍두기맛

안방에는나혼자만앉아화롯불을쬐는데

바깥에서연신까치소리가들려온다

오늘이까치들설날이맞다

아직아침밥상이들어올려면멀었다

검정고무신때문에잠을설쳤더니만

졸음이슬슬쏟아진다

하아아아품!~

벽시계의똑딱거리는소리만방안가득하고

문창호지틈새로해맑간아침햇살이

콩기름멕인방바닥으로

길게눕는다

나도따라배를아랫목에대고선에

엎어져눕는다

설핏잠이들었는가싶었는데

할무니가둥근두렛상을들여오시며열어제낀통에

그만화들짝,일어나앉았다

매케한화롯불냄새에청국장냄새가

콧속으로흐드득,끼치는오늘

오늘은

까치까치설날이다

검정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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