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앞 보리수

안해와이르디이른

아침운동길을갑니다

봄이오시는길을따라걸어가는데

코끝이매섭습니다

귀딱지며손

발끄트머리까지시려옵니다

한겨울에도추위를그닥타지않는체질인데

옛날어르신들말씀마따나

설늙은이얼어죽기딱알맞은

이르디이른초봄입니다

그래도서로의건강을챙겨가는마음하나로

한시간여의우리만의운동코스를

너끈히걷습니다

처음에만써늘하지만십여분지나면

몸에서발생하는자가발전으로인한체온상승으로

상쾌해지며깨어나는몸으로

먼시골길을두런두런이야기하면서

자연부락들의고즈넉하면서고요로운길을걸어넘습니다

집안으로

따순봄햇살이길게눕는

오후녘이면

집안의기운에순응하여

단전호흡에가만들어봅니다

단전호흡이별거입니까?

내콧구멍이배꼽에달려있다고생각하면서

내마음을깊숙히아래까지내려가

들숨과날숨을가지런히모으면서

생각을가만가만다독입니다

허면아주미세한마음

그끄트머리까지세세히와닿는

형이상학적?의필설로표현키어려운심연깊은곳에서

물고기지느러미를달고유영케되는데

무슨득도를하고자함도아니고

대단한경지에이르고자함

또한아닌평상심

그를유지하면서

잠시깊이들었다가나오는순한마음자리

그리고또한

혼자만의마음의날개를달아

머리와마음으로먼먼공간과풍광으로날아가

좋은음악을옆구리에끼고

구름을따라뭉싯뭉싯

심리치료학에서음악요법이존재함의이유를

스스로깨달아쟝르에개의치않는

넓은범위의편안한

음악감상

그러면서집안으로쏟아져들어오는

천지간의크고넓은기운을

가만가만두손바닥으로받아

그氣를내안에들이는것입니다

아..시방내가뭔소리를하는지요

아뭏튼지간에그런홀로만의깊은고요를

하루잠시간이라도가져봄이

현대를살아가며

사방으로들어오는스트레스를

일거에걷어낼수있다는것이면서

정신건강에

아주유익하다는것이겠지요

그냥심심파적으로행하는

제나름의명상과호흡법을생활속에

슬몃끼워넣곤합니다

그러다가저물녘이찾아드는시각이면

書冊에들어보곤합니다

절대티브이나신문사회면같이

머리속엉클어지는오만잡스러운세상사에는들지않고

고요한마음으로서가에서책을내려다가

안해가마련해놓는간식과함께

책속에깊이들어봅니다

아무리이세상문명이발전해나아간다손치더라도

공룡화석이몇억만년을살아남았듯이책은

결코세상에서사라지지않을

인류의정신적음식으로

영원할것입니다

안해가가게를닫을시간이되는

저녁열시쯤이면모든것을중단하고는

고무장갑을끼고는주방설겆이를하는재미도소꼽장난하듯

개운하게마친연후에안해가집안에들어서면

기분좋게하루의피로가풀리라고

집안이곳저곳을정갈히

정리정돈을합니다

정갈히한연후에

현관문을열고들어서는

안해의급밝은표정으로말미암아

곧내마음도덩달아밝아지는하루의끝이되는데

안해만장사를합니까?이런남는장사를

작은배려심하나로매일반복하여

내스스로를위해갑니다

간단하고도돈도안들여가면서

절대남는장사입니다

아?아이들도머리가굵어

각자제삶을찾아서대처로떠난집안에

부부지간둘만이남아오곤조곤

뭐를들여야겠는지요

이런소소한일상들을

따순눈빛으로건너다보면서

반짝반짝집안을빛나게하면서

서로의마음밭을북돋아줘가면서

그리살아가면되얏지뭔돈과명예와영달을꾀해

험한세상속으로몸을들여야겠는지요

거..요즘시끌시끌한

정치성청문회기사를인터넷으로들여다보면

살갗에소름이다돋습니다

왜저사람은저렇게온나라안팎으로

천둥벌거숭이를자초하며까지

내밀한사생활적집안내력을

방방곡곡낱낱이까발려가며까지

용을써서라도감투를쓰고명예를쟁취

富를얻는다손치더라도어디그게

참행복이랍디까?

행복은커녕

근처에도이르지못할언강생심으로

그발치께에나이른다는것인지한번묻고싶습니다

"너희들이거들먹거리느라서민들의사람다운진짜배기행복이뭔줄알어?"

저녁판에어둔길을

흰고무신을신고뒷짐지고선에걸어내려가

안해가게문을열고들어서면

하루왼종일분주하던안해가

아주환히미소를지어주면서반겨줍니다

허면

하룻동안쌓인음식물쓰레기를손으로묶어서

바깥에내다놓으면서가게안을정리하는

급안해의종업원모드로전환

손님식탁을정리하고

손님들이고기를구워불판에서튄식탁테이블을

손님들이먹다병아리오줌만큼남긴

소주몇방울을식탁에흩뿌려

기름끼를말끔하니제거

어떤까탈스러운손님이앉더라도군소리없이

맛난식사를할수있도록행주질을확실하게합니다

그런내모습을가만가만오며가며곁눈으로지켜보는

안해의모습에서아주소소키그지없는행복을

부부지간에공유하곤하는데

이런참행복론을

거들먹거리며돈과명예를쫓아불나방같이

티브이신문에얼굴을들이미는

정치하는부류들이조그마치라도알기나할려구요?

묵묵히내역할을완수하면

슬몃지아비앞에차려주는과매기의꼬득한안주에

시원한맥주한잔으로톡톡히대접을받습니다

샷타맨을자처하여매일같이안해가게문을잘단도리하고

팔짱을끼고설라므네집으로올라오면서

밤하늘별떨기를헤아리고

어느저녁에는둥싯한달무리를가슴에품어안고

하루를마무리하는매양이좋은날의

소소한일상속의따순부부지정

부처님께서보리수아래에서득도를하셨다고

상호를[보리수]라고짓게되었습니다

언제나사시장천나를포근히감싸주는

그성문앞보리수

매양이

좋은날인

아름다운城입니다

우리이세상을따로살아가다
우리어느길에서만났으니
이제남은생애로
남은생을함께살아갈뿐

봄밭에서돌아오다먼산보면어느덧봄이가고
여름이다싶어앞냇물들여다보면
어느덧앞산뒷산이맑고
물에손담가보면손시리고
손등으로이맛머리씻어올리면벌써지는해
치맛자락에묻은흙인지털다보면
어느새또한해

한해한해가그렇게가고오며
앞산복사꽃피면설레이던가슴
어느덧무심해져
호미자루괭이자루손에익고
우리동네온갖길발에익어
땅에맡긴그대이세상세월이
그렇게일하다허리펴며바라보는밭언덕풀꽃에
하염없는바람같고

지나온생애를떠올리다
삶은다이런것인가,그때가좋았지
그대쓴웃음쓸쓸해하며
물을흔들어버릴짬이나날는지

아내여,
그대허전한세월의자국마다
돋아나익고거둔온갖곡식과채소
차곡차곡쌓인일감들을
한시름두시름추려내며
늙어갈아내여


마루끝에앉아
동산에등근달떠오면
아,저기가동쪽이지깜짝놀라며
첫날밤내게
어디가동쪽이냐고묻던일생각하며
꺼칠한흙빛얼굴쓰다듬으며
이제나도많이늙었제,많이늙었어
가는한숨몰아쉬며
그대중년을넘은어느세월

귀밑머리세어진달래뿌리같이굵어진손마디
만지작거리며
사랑은이런것인가
세월은다이런것인가
그대내게다가오며
믿을것은너무낯익은내가슴뿐이라고
어색하게가슴을파고들며
사랑은이런것이라고
삶은,세월은별것이아니라고
어쩔줄모르는눈물로
내가슴을적시며
막상살아보니
세월은,세상은별것이아니라고
울먹임다스릴그대순결함,깨꿋한땅의순결로
내등을돌아오는그대거친손
흙내나는가슴을내꼭꼭믿을지니

우리살아온두생애가한생애로닮아
한나무로땅에뿌리내리고
서로어깨에얼굴을얹고
서로살아나온어깨너머
거칠고험한농사꾼의일생을보며
서로등또닥거려줄수있다면
이땅어더선들
이땅누구의삶인들
파란만장하지않은삶있겠냐고

저기저앞산을바라보며
이제죽어도좋다고
죽어서도눈감지못한
조상님네들눈도감겨주며
이제죽어도좋다고
그리하여
차례로강건너저청산에
우리살아나온이땅에
나란히묻힌다면
우리흙에맡긴
이한생애가

-김용택님의詩[정든땅언덕위에]전문-

~DerLindenbaum~(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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