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春 3월)

평소좋아하는시인

박두진곡으로

부르는

소프라노강혜정의

봄노래

연중에제일좋아하고기다리는봄이

저만치서봄을시샘하는춘설에

그만다시금뒷걸음을치는

早春

어느해인가가뭇하지만

어머니를모시고떠난여행길

작은누이가멀리미국하고도끄트머리쯤인

씨애틀로이민을가려고밟은수속이

거의다돼가는싯점에서

형님큰누이를비롯하여

오남매가족여행을

안해함께떠나

봄길을따라서운전대를남쪽으로남녘으로

봄기운을따라달려내려가다가

어스름저물녘에야멈춘

전라도강진땅

그리고더아래로내려가다가

세상에안계시지만이맘때가생신이었기에

해마다고모생신으로내려가던

기차여행의종착역인부산역

그역광장으로쏟아지던

광안대교가내려다보이는

23층높이의콘도에

여장을풀고

오순도순나누던

남매지간의아쉬운혈육의정

갑자기백사장이신도시아파트로바뀐

말그대로의상전벽해

하지만눈에그렁그렁눈물이맺힌

작은누이의눈물을눈치챈이는

오직나밖에없었던

그밤

잔인한봄의오보

그리고몇해가흘러

그강진滿을잊지못하여

강진에유적지도돌아볼겸사

안해와단둘이서

떠난여행지

네비게이션의오작동으로헤매돌던

강진만의어둔강둑길

가까스로찾아들어간여관방3층

그곳에서늦은식사로직접

등산장비를풀어

밥을짓고

찌개를끓이면서여행지에서의

옅은여수에잠겨들즈음

어릿한술기운으로창밖을내다보던

3층데라스겸베란다

그곳에서의나른함이내재되어진

여행자특유의애련한여수

그곳에서잠을뒤척이다가는

안해몰래창아래방파제로나앉아

하염없이깊어지는생각으로

아랫층슈퍼에서맥주를

몇캔을사서는

홀짝이던

그밤

이즈음의초봄이었다

아침이밝아오면서

어슴프레하니강진만건너뭍이다가앉고

텅빈시골도로의한적함을따라

강진만해안도로를

달려가는

고얀히그도로를따라

끝없이한정없이걷고싶어졌다

해서

신발끈을단단히고쳐매고는

강진만에서후드득,끼쳐오는짭짜롭한바다냄새를맡으며

길을걸어가다가만난폐가

한채

복사꽃은흐드러지게피었는데

그를심었을주인도떠나고

텅빈외딴집

도화끼요염하니아름답게피워내는

아름다운봄날이처연토록

애스러워졌다

문득

목울대가갑갑해지면서잠겨들고는

맑은하늘위를날아가는

비행雲의긴꼬리만

무연히

촛점없이바라봤다

무엇이그들을이아름다운강진滿을등지고

도회지로떠나가게한것일까

살다살다가더버티지못할외로움을

복사꽃나무아래묻어두고

가다가뒤돌아보며

또돌아보며

떠나갔을

외딴집

그곳에서다가왔다가지나간

수많은단상들

다시금그강진만외딴집

복사꽃그늘아래

앉고싶은

三月

다시금이좋은봄날

여행을통해진정한나와대면코싶어진다

어디로떠날까나

어디로이봄님을맞으러떠나갈꺼나?

그래봄이아름다운섬진강변

그곳으로봄맞이를

떠나야겠다

근자한두달여

나에대한정체성을잃고비틀거리는

요즈음의헛헛한마음

이봄들어

그곳섬진강으로

봄맞이를다녀와야쓰것다.

복사꽃이피었다고일러라

살구꽃이피었다고일러라

너이오오래정들이고살다간집

함부로함부로짓밟힌울타리에

앵도꽃도오얏꽃도피었다고일러라

낮이면벌떼와나비가날고

밤이면소쩍새가울더라고일러라

-詩:박두진-

    1. 꽃구름속에(박두진작사이흥렬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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