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놀이

엊저녁

일찍자면안된다며

눈썹이하얗게할아부지같이된다고해서

할무니무릎을베고잠이들지않으려고옛날이야기에

푹빠졌었는데어느결에잠이들었나보다

할무니가나를깨우시는데

눈을뜨지못하도록엄청나게졸려워서눈부비며억지로일어났다

할무니가자꾸등을떠밀며

어여사랑방에가서할아부지를모셔오라고

심부름을시키신다

하아아아~품!!

할아부지가건너오시고

할무니가따라주시는맑은술로

귀밝기를하시는데

할아부지

하얀턱수염이파르르떨리는가싶었는데

거푸석잔을드셨다

인쟈할아부지사랑방문을열지않고

그냥바깥에서진지드시라고

큰소리를질르지않아도

귀가밝아지셔서

잘듣기실까?

갸우뚱!

할무니가너두한잔먹을라냐고물으셔서

고개를주억거리며할무니무릎아래로다가앉았다

할아부지는석잔을주시곤내게고작병아리오줌만큼

따르다가만채로내미신다

걍눈딱감고선에홀짝,마셨다

부럼도깨물어으작,와작,씹어서

이빨도튼튼하라고

할무니가자꾸

먹이신다

부럼인지뭐시깽이인지정신하나도없이

술김에마구받아먹었다

어..어?이거큰일났다

웃방으로올라가고구마동가리에서

화롯불에군고구마를묻어놨다가낮에먹을려고

까치발로꺼내려는데그만

방바닥으로나둥구러졌다

이상하다..하고선에다시일어나려는데그만

천장하구방바닥이빙빙돌아가면서

자꾸옆으로나뒹굴었다

할무니가웃방문을열고나를바라보시며

갈갈갈,,웃으시는데일으켜주실

생각은아저녁에없으신가

웃음을참으시느라

손으로입을막고허리를굽혔다펴시면서

좋아라만하신다

으..병아리오줌만큼

쬐끔만마셨는데도귀밝기는거녕

귓구녕에서읍내정오싸이렌소리만엥~앵~들려온다

세상이거꿀루됐다바로섯다가

또거꾸리마냥천장과방바닥이뒤집히며

뱃속도뒤집힌다

으..이노무일을우짠데냐그래

간신히웃말래로나가앉아

크게심호흡을하면서가슴을쓸어내리고앉았는데

멀리오동산위로

맑고밝은정월대보름날아침해가떠올랐다

대청마루깊숙히까지햇볕이들어오면서

엊저녁부터새벽아침까지

어둑어둑하니

난리벅구니를치던집안이

갑자기노랗게아침빛이비춰들면서

환해져서참좋다

마루에앉아찬바람을쐬여도

술기운이도통가시질않해서몸살을하고

멍충히맥을놓고앉았는데

갑자기뒷집태영이가대문으로폴짝,뛰어들오더니

내이름을크게불르는것이었다

왜이렇게꼭두새벽같이놀자고찾아왔는지

어리버리한상태로대답을하니

"히힛!~내다구사가라!!!."

하면서수지맞았다는듯

신나라하며나간다

내다구(더위)를사가라구?

아차차!~!오늘아침이더위파는날?

으..으..

??..하지만난곧안심했다

왜냐면더위를파는것은해가뜨기전에만

효과가있다고형이알려주었기에

나는뒷집태영이가팔고간

더위를다시물릴수가

있는것이내겐

천만다행이다

작년에는멋도모르고더위를샀다가는그만

여름방학내내더워서쪄죽는줄알았다

엄니는보름에쓸잡곡이며나물을뜯어다

작년가을부터준비하고쟁여놓고는

말려서봉지봉지에담아

벽장에넣어두시고

벽에걸어놓곤

하셨다

어제광주리에서그것들을죄내려다가

부엌에서알캉달캉보름나물을

자박지물에다담궈놓으셨다

새벽일찍부엌문이끼이이잌!~열리는소리가

다른날보다더일찍잠결에들려왔었다

내가제일로좋아하는강낭콩을불퀐다가

광목을내다가물기를없애려

그위에널어놓으셨다

으..난강낭콩과동부콩만밥에박히면

겅거니하나먹지않아도

밥이목구녕으로

술술넘어간다

오늘은대보름이라고엄니는이름도모르는

왼갖콩들을내다가찰밥에섞어

보름날고봉으로밥주발에

주실모냥이다

할무니가다락에숨켜놓으셨던

문중시향에다녀오시며

할아부지가가져오신

별별과일을

내오셨다

달달하니

처음맛보는맛난과일도있다

대청마루끝트머리볕에다가

왕골돗자리를깔고며칠씩햇볕에말리던

호박고지나물도

무우로채를썰어얕게널어서

바짝말린나물도

둥근보름달같이커다란두렛상에서

나물로무쳐내기위해설라므네

작은누야가부엌심부름으로

자꾸만내갔다

오곱밥에나물그릇이몇개인지

그냥맛나게아침상을

후딱물리고나니

할아부지께서헛간에지게를내다가

봉당아래에받쳐놓으셨다

일꾼송삼이아저씨는오늘주금이다

아까밥고봉수북히세그릇을

다먹는것을보았는데

오늘오동산골짜구니까지올라가서

고지박섞인나뭇짐일곱지게를

왼종일져와야되는날이란다

흐아!~아저씨는주거따..머

한낮에는바람이제법불었다

지난겨울방학에

할아부지가대나무를내다가

숫돌에다칼을벼려서

창칼로얇게대나무를져며

방패연을만들어주셨다

낮에동무들과

높은봉우리고봉장둥에올라연을날렸다

형이내연줄에다사기그릇을깨서그것을돌에다곱게으깨서

풀을쒀설라므네내연줄에먹여주었는데

얼마나연줄이튼실한지

겨울방학에내연이제일센방패연으로

이리살아남아마루대들보위에

곱게모셔놓고대보름인

오늘을기다렸다

한낮에연을날리며동무들과

깍,깍,소리치면서

하늘위로내마음도붕붕날아올라

엄청신나게놀았다

점심때는건너마을소염일을보는만수아부지가

풍물패맨앞잽이로괭과리를따다당!~치면서

안동네와수실말그리고방죽말까지

삼동네집집마다돌다가

우리집바깥마당에서한차례

신명나고뻐지게벅구니를치다가는

집안마당과뒷곁을돌아서

마당우물가에서한동안쿵쾅!~따다당!!!둥기탕!!

한바탕풍물을놀다가는할무니가차려낸

막걸리한초롱을거의다비우곤

저너미동네를향하여넘어갔다

집안이다시고요한정적에들었다싶었는데

할머니가깨끗한흰옷으로갈아입으시곤

봉당에할아부지가만들어놓으신

답집태울짚가리몽댕이를나를앞장세워들리시곤

고봉장둥꼭대기를오르셨다

그곳에올라달뜨기를

기다릴참인데

타동네산에서망울(만월)을놓느라

이쪽산과건넛산그넘엇산

모두에불꽃들이피어

고함소리와함께

싸움준비로

부산했다

울동네형들도장둥에서서

타동네낮은동산에서들려오는고함소리에귀를모으며

마치원수를쳐부술듯무서운표정으로

내려다보고있었다

마른나무고지박부스러기를넣고

구멍숭숭못구멍이뚫린깡통에성냥불을긋고

불을살라천천히빙빙돌리면서

이순신장군폼따구니를하고

적진을내려다보며

전열을가다듬고

있었다

할무니와나는볏집을내나이만큼여섯동가리로

길다랗게엮은달집에불을막붙이니

오동산위로둥싯!~

쟁반보다훨씬커다란

노란보름달이두둥!~떠오르고있었다

할무니가내건강을위해

달님에게싹싹빌었다

할머니를따라나도

달님을향해두손싹싹빌면서

핵교들어가면공부잘하게해달라고

빌고또빌었다

  1. 강강수월래

오곡찰밥에

덕산약주술로귀밝기를하였습니다

새벽에는

땅콩으로부스럼도깨물었습니다

뿐입니까?

동녘으로해뜨기전에

울아파트이장에게손폰을넣어[내더위사가라!!]하고

힘차게더위도너끈히팔아치웠습니다

이만하면

정월대보름아침격식은갖춘셈입니다

대보름식사를마치고

오곡찰밥에나물등속과쇠고기넣어끓인무우국을

보온병에담아실원리산마을에홀로사시는

천문대어르신을찾아뵙고안해와함께

새해덕담을듣고내려왔습니다

점심을마치고

사물놀이복장으로갖춰입고

나란히면사무소마당으로나갔습니다

안해는북채를잡고어깨끈을조여매는데

이세상에서제일행복한표정을내게지어보입니다

나는둥근징을거머쥐고

힘껏쳐봅니다

징소리는

굴암산언덕배기로메아리쳐

웅장하니퍼져나아가는징소리

(((())))

징소리

일거에날아가는

구석진마음

징소리는

지난세월에켜켜로쌓였던

골깊었던음습함도일거에걷어갔습니다

생각컨데마음에응어리가더깨로남아

지워지지못한세월도있었습니다

눈밑짓무르게

회한도구비구비서렸던

아뜩하였던세월도이리지나갔습니다

정초대보름달을올려다보며

소원성취와액막이대보름놀이로

그지난한세월들을모두묻어버리고자

오늘신명나게걸죽한한마당을놀아볼참입니다

면사무소마당을출발하여

넓은농협마당에서한차례신명난벅구니를치고

차부를지나한길을건너바들말로향하여어깨춤을들썩거리며

나의징소리에안해의북소리를보태어

농악사물패와흥청흥청돌아가며

만장이오색깃발로나부끼는다리를건너

마을회관마당에서또한차례신명난벅구니를치고받아든

소반에얹은돼지고기첨에막걸리상차림

푸짐한고기첨에막걸리상을

봄볕바른양지쪽에받아놓고퍼지게앉아

안해와나란히풍물패들과서로권커니자시거니

마을의이집저집을

겅중겅중,들썩들썩,풍물패와섞여돌아

대문열어우물을돌며福을나눠주고

마을아낙들과으쌰으쌰,

얼쑤얼쑤!!

날이저물고

동편으로달떠오를때

다리께위며뚝방으로

각마을사람들이나와빼곡히서서

우리사물패의신명나는놀음에흥겨움으로들썩,들썩,

칠장천천변에여덟척높이로

짚가리를높이돋아달집을만들어놓고

돼지고사머리에시루떡을고여놓고

두손싹싹,빌적에

불을당겨치솓아오르는

불기둥

불놀이야!!

불기둥을가운데두고사물놀이로

빙빙몇바퀴를돌아나갈적에얼굴로화끈

뜨겁게달겨드는불기둥위로

정월대보름

휘엉청둥근달이솟아오르는데

안해는파안대소로

북채를높이높이휘두르고

나는손목이시큰토록떵!~덩!~

징소리높였습니다

(((((()))))))

높이높이솟아오르는

달집의뜨거운열기가등짝으로화끈거리면서

태평소소리의환청이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멀리피안으로부터들려오는소리

북소리

징소리

(((((())))))

아흐!~

대보름보름달과같이환하게

파안대소하는얼콰한

안해얼굴

내더위사가시유!!!..

풍물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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