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놀이
BY glassy777 ON 3. 4, 2015
엊저녁
일찍자면안된다며
눈썹이하얗게할아부지같이된다고해서
할무니무릎을베고잠이들지않으려고옛날이야기에
푹빠졌었는데어느결에잠이들었나보다
할무니가나를깨우시는데
눈을뜨지못하도록엄청나게졸려워서눈부비며억지로일어났다
할무니가자꾸등을떠밀며
어여사랑방에가서할아부지를모셔오라고
심부름을시키신다
하아아아~품!!
할아부지가건너오시고
할무니가따라주시는맑은술로
귀밝기를하시는데
할아부지
하얀턱수염이파르르떨리는가싶었는데
거푸석잔을드셨다
인쟈할아부지사랑방문을열지않고
그냥바깥에서진지드시라고
큰소리를질르지않아도
귀가밝아지셔서
잘듣기실까?
갸우뚱!
할무니가너두한잔먹을라냐고물으셔서
고개를주억거리며할무니무릎아래로다가앉았다
할아부지는석잔을주시곤내게고작병아리오줌만큼
따르다가만채로내미신다
걍눈딱감고선에홀짝,마셨다
부럼도깨물어으작,와작,씹어서
이빨도튼튼하라고
할무니가자꾸
먹이신다
부럼인지뭐시깽이인지정신하나도없이
술김에마구받아먹었다
어..어?이거큰일났다
웃방으로올라가고구마동가리에서
화롯불에군고구마를묻어놨다가낮에먹을려고
까치발로꺼내려는데그만
방바닥으로나둥구러졌다
이상하다..하고선에다시일어나려는데그만
천장하구방바닥이빙빙돌아가면서
자꾸옆으로나뒹굴었다
할무니가웃방문을열고나를바라보시며
갈갈갈,,웃으시는데일으켜주실
생각은아저녁에없으신가
웃음을참으시느라
손으로입을막고허리를굽혔다펴시면서
좋아라만하신다
으..병아리오줌만큼
쬐끔만마셨는데도귀밝기는거녕
귓구녕에서읍내정오싸이렌소리만엥~앵~들려온다
세상이거꿀루됐다바로섯다가
또거꾸리마냥천장과방바닥이뒤집히며
뱃속도뒤집힌다
으..이노무일을우짠데냐그래
간신히웃말래로나가앉아
크게심호흡을하면서가슴을쓸어내리고앉았는데
멀리오동산위로
맑고밝은정월대보름날아침해가떠올랐다
대청마루깊숙히까지햇볕이들어오면서
엊저녁부터새벽아침까지
어둑어둑하니
난리벅구니를치던집안이
갑자기노랗게아침빛이비춰들면서
환해져서참좋다
마루에앉아찬바람을쐬여도
술기운이도통가시질않해서몸살을하고
멍충히맥을놓고앉았는데
갑자기뒷집태영이가대문으로폴짝,뛰어들오더니
내이름을크게불르는것이었다
왜이렇게꼭두새벽같이놀자고찾아왔는지
어리버리한상태로대답을하니
"히힛!~내다구사가라!!!."
하면서수지맞았다는듯
신나라하며나간다
내다구(더위)를사가라구?
아차차!~!오늘아침이더위파는날?
으..으..
??..하지만난곧안심했다
왜냐면더위를파는것은해가뜨기전에만
효과가있다고형이알려주었기에
나는뒷집태영이가팔고간
더위를다시물릴수가
있는것이내겐
천만다행이다
작년에는멋도모르고더위를샀다가는그만
여름방학내내더워서쪄죽는줄알았다
엄니는보름에쓸잡곡이며나물을뜯어다
작년가을부터준비하고쟁여놓고는
말려서봉지봉지에담아
벽장에넣어두시고
벽에걸어놓곤
하셨다
어제광주리에서그것들을죄내려다가
부엌에서알캉달캉보름나물을
자박지물에다담궈놓으셨다
새벽일찍부엌문이끼이이잌!~열리는소리가
다른날보다더일찍잠결에들려왔었다
내가제일로좋아하는강낭콩을불퀐다가
광목을내다가물기를없애려
그위에널어놓으셨다
으..난강낭콩과동부콩만밥에박히면
겅거니하나먹지않아도
밥이목구녕으로
술술넘어간다
오늘은대보름이라고엄니는이름도모르는
왼갖콩들을내다가찰밥에섞어
보름날고봉으로밥주발에
주실모냥이다
할무니가다락에숨켜놓으셨던
문중시향에다녀오시며
할아부지가가져오신
별별과일을
내오셨다
달달하니
처음맛보는맛난과일도있다
대청마루끝트머리볕에다가
왕골돗자리를깔고며칠씩햇볕에말리던
호박고지나물도
무우로채를썰어얕게널어서
바짝말린나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