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에서 쓰는 편지
먼길을달려

당도한산사에는

언제나처럼백구가나와반겨주었습니다

울부부를알아보며

산사마당을들어서면달려와

벌렁누워배를보이면서반기던백구

비구스님이가신자리에

강아지를낳았습니다

이번에는

젖이불은꼭지들을벌렁누워

보여줍니다

하지만

뒤이어곧드르륵,장지문을열고

우리부부를반겨주실비구스님은아니계십니다

아..가고없는세월의슬픔이

아뜩히밀려옵니다

혜옹스님의말씀으로

오늘이무여스님의백일제가된다고합니다

산사아래밭둑으로는

한창봄나물이올라와연년이스님을기다렸건마는

올봄은그봄마중을하실무여스님이

아니계시는쓸쓸한산사

선방에들어다과상을받아들고앉았는데

문득,

선방한켠의

영정사진속비구스님을뵈니

둠벙같이깊고깊음의끝모를

마음의침잠

저남쪽도시어드메인지는모르지만서도

경산이라는곳까지내려가셔서

꺼져가는생명의

희미한끈을

붙잡으시다

스르륵,놓으시고는

사바세계를떠나훌훌떨치고

먼피안의세계로건너가셨다고합니다

혜옹스님이유골함단지를열어

비구스님이남기고가신

옥색빛으로맑은

구슬같은유골을

빙그레미소를지으시며

울부부에게보여주십니다

옷깃을여며

합장으로삼배를올리는데

눈자위가화끈거립니다

아..살아있음이무엇인지요

이렇게

비구스님의해맑간미소를지으시는

영정속사진을바라보는데

내지나온한생애의

아뜩한세월과겹쳐지면서

눈앞으로뿌옇게

안개바다가닥쳐오듯기진한세월이

다가오는것이었습니다

스님께서

사바세계를떠나

피안으로건너가시기까지의

삶의끈이

염주알을굴리시던손아귀에서

벗어나는고단코힘드셨을몇개월의

세월

암이라는

자신의몸안의또다른나와의

힘든싸움을치뤄내시느라

무단히도힘드셨을

마지막의

고행

그가파른세월을

담담히들려주시는

혜옹스님의두런두런한이야기가

봄하늘아득한저편

산마루를넘어가는한조각흰구름과같이

문득,

閒談처럼

아득하게들려왔습니다

바닷가에서면

파도에이는성난파도소리와파고만이보여졌던

육십갑자를살아온내삶의시야에

이제사

그파도를이는바람

그바람의실체를바라보게됩니다.

……!

어느

老시인의

詩한구절에서처럼

내生의8할은바람이었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