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산수유샛노란

먼봄길을갑니다

이어여쁜봄날에

어찌봄마중을나가지않으려는지요

이찬연한봄

논둑밭둑으로봄님이

어찌할바를몰라서성거립니다

모내기모판을만들려고

써래질을하는

농군

그논배미가양

화려한꽃나무아래로이어지는봄길

이를어찌합니까

오는가싶으면가버릴이봄날에

벌써낙화라니요

아..목울대가먹먹하여라

아릿한슬픔을

가슴속에새겨다시봄길을갑니다

온갖유실수란유실수는죄꽃을피워

벌나비를부르는데이봄날은

왜이렇게도왔다가는

곧가시려는지요

꽃들이동시다발로피어납니다

순서도없이와르르무너지듯피어나는꽃

봄길을가다가길가에앉아

먼길을뒤돌아봅니다

지나온먼길에서의

초라한담장모퉁이를돌아서

담장아래로흐릿한실루엣

진달래를

감싸안아봅니다

푸른이끼기왓장위로

아름다운시절

돌아오지않을

아득히멀어진한시절

다시

민들레핀

봄길을걸어갑니다

새로운한시절을일궈갈

새봄의희망

밭둑으로

아침나절내린봄비가촉촉히배어들어

풍족한물을머금어봄농사를준비하는봄날

논배미건너

밭길을버리고

마을길을벗어나

가파른산길을갑니다

물소리새소리가득한

계곡을끼고올라가는

쉼이있는

정자

정자에앉아

오랜사념에들어

봄날로더깊이들어갑니다

팔짱을끼고산아래에서치오르는

봄바람에실린꽃내음을

맡습니다

벌과나비만꽃향기를쫓나요

이렇게아득한봄길을서너시간족히걸어

너울너울꽃향기를따라왔습니다

바라보면또

참으로아름다운봄길입니다

손을계곡물에다씻어봅니다

그리고

林道로올라섭니다

그리고내쳐산을넘어갑니다

바위고개언덕넘어서니

내친구자작나무일곱그루가

나를반겨줍니다

여기가그리워

멀고먼봄길을걸어왔습니다

산을내려가면서

박인희의옛노래를아는대로부르고

또부르며가는봄길

봄꽃어여쁜

시제각을지나

매화꽃아래

잠시봄하늘을우러르다가

버들개피어나는움벙둑방에서

건너산아래를무연히바라봅니다

그러다가

고개를수그리면발아래로푸른밭이랑

아..

종다리가높이날아올라

땅으로내려꽂히던

그유년의어느

봄날

그날의노고지리는

어디로날아가이렇게봄이왔는데도

돌아오지않는것일까요

서운함으로서성이는돌담장아래

화려한봄

버리고떠나간집에도

쓸쓸한봄날

양지쪽머우대도쑥,쑥,자라

봄날이화려한데

서울큰병원으로올라가시곤

돌아오시지않는

외론사람

허물어진봄입니다

쓰러진봄

베어져넘어진

봄날

꽃가지를잡고

먼데하늘을바라봅니다

다시길을되짚어

혼자넘어가는쓸쓸한봄날의

외로운봄길

외길

그래도가슴아프게화려한

봄길입니다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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