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날의 단상

오오랜

休를하는사이에

어느덧

봄날이속절없이갔습니다

지난봄날

봄날은간다..라는노래를

속으로읊조리며

봄강산을

떠돌았습니다

떠돌았다는표현이

아주적절한표현이었습니다

언제나초봄이면아부지의새벽쟁기질소리가

환청으로들려오곤했습니다

올해도어김없이

밭으로거름을내신아부지께서소를부려

밭을가시는소리가들여오는듯하면서봄날을맞이하였습니다

지인으로부터초대를받아

양은술잔에막걸리를그득부어마시면서도

환갑이듬해에세상일놓으시고가신아부지를생각했습니다

맛난비빔밥을보리밥에계란을얹어썩,썩,비벼먹으면서는

유독계란찜을좋아하셨던엄니를생각했습니다

개나리가화들짝핀길을걸으면서는

아뜩한현기증으로잠시

길가양에앉아

어지럼증을가라앉혀야했습니다

목련꽃그늘에서

손에들고나갔던시집한줄을읽고

위를바라보고또읽다가또목련만올려다보곤했습니다

능수버들같이늘어진벚나무를지나면서

잠시걸음을멈추고건너산능선으로개화하는꽃

그꽃들이피어나는소리에귀를기울였습니다

검정고무신을신고뛰다가넘어져

무릎에서피가철철흐르던

유년의돌담모퉁이의개나리

손으로쓰담쓰담하던

목련이파리의차가운감촉의

조막손의어린날

사방팔방으로피어나는꽃잔치에

어안이벙벙하였지요

진달래는먹는꽃

창꽃은못먹는꽃

봄산비얕푸짐한창꽃무더기에는

문둥이가숨어앉아우리들간을꺼내먹는다고

어른들이창꽃근처에는가지말라시던그말씀의지혜를

어른이된이제사알게되니말이지요

동무들과왼종일뛰놀다가

때꾸정물흐르는얼굴을소매로쓱,닦고

기대보면언제나꽃나무아래였습니다

목련꽃화짝피어꽃나비가나니는

아름다운현란함에서는

현기증으로이마를짚었습니다

이즈음이먹거리가한심토록부족하던

보릿고개를어른아이들모두들맴맴어지러웠던

춘곤기를길게지나가면서꼬로록,견디던때이기도했지요

허겁지겁동무들과높은봉우리까지올라진달래를

마구마구우걱우걱따서입안에넣으면

달착지근하던진달래꽃맛

먹을수록에허기로더배가고파오던꽃

봄날이오는듯하다가가는것이

봄을유독좋아하는내겐

참으로유감스럽고안타깝습니다

아..봄날이혼미토록

어지러히갔습니다

우울한봄날의심사를

도서관에앉아

풀곤했습니다

봄날이기울어갈즈음

아들혼사청첩장을예식장용으로내기싫어

직접글을작성청첩을박았습니다

예비며늘아기가참좋아합니다

꽃강산을헤메돌았습니다

어떤날은골자구니에들어

왼종일나오질않았습니다

연록색으로변하여앙징스러운새순가지

연하고여린잎사귀의

햇살에반짝임과파란하늘의대비

산벚꽃이산중턱이골짝저골짝으로

가까웠다가

멀어지고

다가서면풀잎마다에생성

그아름다움

사람으로살아있음의행복

그극치는이즈음의봄날이었습니다

물고기폴짝,뛰어올라원을그리고는

물속으로숨고나면

물고기비늘같이

반짝이던수면

왼종일낚시대를드리우고

봄물결을낚는강태공

물가에비스듬히서서

팔짱을끼고

동심초라는봄노래나직나직부를때

찰싹이는봄물결소리

아..한갓되이풀잎만맺으려는고

함초롬히피어나는꽃잎에

그리움도피어나고

아득히

먼그리움

햇살에아롱아롱

봄아,

가시거든명년봄엘랑은

길게다시오시라

풀잎에맺힌이슬방울같이

자취없이가버린봄날

  • 3:32동심초테너김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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