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긴 여운
BY glassy777 ON 6. 9, 2015
안해고향인상주로넘어갔다
팬션에들어오미자차한잔을마시며
창문으로펼쳐지는유월의산하를
실눈을뜨고바라봤다
집을멀리떠나와
짙은여수를느끼는이한갓진마음
팬션주인장의
도예솜씨가예사가아니다
오미자를한잔더청하여시원히마셨다
점촌으로넘어갔다
옛날식분위기로남아있는남루한면소재지
여행중에는이런곳을만나면
참으로짙어지는아련함이밀려온다
텅빈듯한거리
지나가는행인도없이쏟아지는한낮의햇볕
현충일어제인데도
아직도내걸린태극기에서도
이곳사람들의느릿한세월을느끼게된다
통장님댁에서
시원한맥주라도청해마셔볼까나?
어디를가셨을까
문이잠겨인기척조차없구나
개점휴업에들어간
고요키그지없는작은면소재지의한가로움
여행중에만나지는이런풍경앞에
진정한여행자가되곤한다
인생이란
이런외지고낯선곳에서
호주머니에손을찔러넣고고개를숙이고
옅은한숨을쉬면서한가로움에쓸쓸함을담아내
느릿느릿배회하듯
걸어가는일이아닐까?
참다운나와대면케되는
이런여행지에서의
홀로고독
아..그리운황폐
70年代식
옛날속에서나와
점촌에서문경새재를넘어
종국에는잠자리편히머물처가로향했다
잘계시게,그리운시절아!
시골스러운국도를지나가다가
강에서다슬기를잡는
한가로운풍경
청정지역의맑은1급수에서만서식을한다니
이곳의청정한물과공기를생각하며
크고깊게들숨과날숨을
들이마신다
달리는차창으로
세월이간다
어느덧서산마루로
날은저물고
허기짐으로찾아들은
음식점
매콤한낚지볶음에
술한잔
푸짐한해물파전의고소한식감으로
여행자의피로를풀어본다
처가에서자고일어
한가함으로아침을걷는다
가뭄이심하여
작물들이삐득삐득말라간다
그래도콩은여물어가면서
자연의순리를따라가려고힘겹게콩꽃을피웠다
너아름답구나
큰처남께서오골계를키워보시겠다고
부화기를들여놓으셨다
잠자리에서꼬끼요!!!~하는아득한소리로
깨어일어나는기분은
뭐라고형용키
어렵다
할아부지할무니삼대가살던
먼유년의고향집에서
아침마다들려오던
닭소리
가슴깊숙한곳에서의
소리울림
이런소리에잠에서깨어나는
가붓한심신
사람사는진정함이내재되어진
꽉채워지는삶의질
사람답게살아가라고
나답게살아가라
꼬끼오!!~
안해는친정에만오면
새벽같이밭고랑에나앉기를좋아한다
나보다일찍일어나
올케언니와함께두런두런이야기를나누며
밭고랑에서의촌부를자처하는
기꺼운행복
그마음을알고도남느니
서울유학시절모처럼에
충청도산골고향에내려가는방학이면
아침일찍엄니를따라나서
밭고랑에함께하던
그신선상쾌
아부지밀짚모자눌러쓰고
댓돌에놓인흰고무신짝을아무거나신어서
내발에들어가면끌고나가
끅쟁이를득,득,긁던
그시절의
고향
흰옥양목에
광목치마
할아부지께서
곰방대로피워올리시던
짙은청색으로꼬물꼬물처마로올라가던
대청마루의담배연기
다들어디가셨데나?
어제같은그시절은이젠
영원히돌아오지못하는것일까?
문득보고싶어지는이둘째손자의
작은뇌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