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긴 여운

안해고향인상주로넘어갔다

팬션에들어오미자차한잔을마시며

창문으로펼쳐지는유월의산하를

실눈을뜨고바라봤다

집을멀리떠나와

짙은여수를느끼는이한갓진마음

팬션주인장의

도예솜씨가예사가아니다

오미자를한잔더청하여시원히마셨다

점촌으로넘어갔다

옛날식분위기로남아있는남루한면소재지

여행중에는이런곳을만나면

참으로짙어지는아련함이밀려온다

텅빈듯한거리

지나가는행인도없이쏟아지는한낮의햇볕

현충일어제인데도

아직도내걸린태극기에서도

이곳사람들의느릿한세월을느끼게된다

통장님댁에서

시원한맥주라도청해마셔볼까나?

어디를가셨을까

문이잠겨인기척조차없구나

개점휴업에들어간

고요키그지없는작은면소재지의한가로움

여행중에만나지는이런풍경앞에

진정한여행자가되곤한다

인생이란

이런외지고낯선곳에서

호주머니에손을찔러넣고고개를숙이고

옅은한숨을쉬면서한가로움에쓸쓸함을담아내

느릿느릿배회하듯

걸어가는일이아닐까?

참다운나와대면케되는

이런여행지에서의

홀로고독

아..그리운황폐

70年代식

옛날속에서나와

점촌에서문경새재를넘어

종국에는잠자리편히머물처가로향했다

잘계시게,그리운시절아!

시골스러운국도를지나가다가

강에서다슬기를잡는

한가로운풍경

청정지역의맑은1급수에서만서식을한다니

이곳의청정한물과공기를생각하며

크고깊게들숨과날숨을

들이마신다

달리는차창으로

세월이간다

어느덧서산마루로

날은저물고

허기짐으로찾아들은

음식점

매콤한낚지볶음에

술한잔

푸짐한해물파전의고소한식감으로

여행자의피로를풀어본다

처가에서자고일어

한가함으로아침을걷는다

가뭄이심하여

작물들이삐득삐득말라간다

그래도콩은여물어가면서

자연의순리를따라가려고힘겹게콩꽃을피웠다

너아름답구나

큰처남께서오골계를키워보시겠다고

부화기를들여놓으셨다

잠자리에서꼬끼요!!!~하는아득한소리로

깨어일어나는기분은

뭐라고형용키

어렵다

할아부지할무니삼대가살던

먼유년의고향집에서

아침마다들려오던

닭소리

가슴깊숙한곳에서의

소리울림

이런소리에잠에서깨어나는

가붓한심신

사람사는진정함이내재되어진

꽉채워지는삶의질

사람답게살아가라고

나답게살아가라

꼬끼오!!~

안해는친정에만오면

새벽같이밭고랑에나앉기를좋아한다

나보다일찍일어나

올케언니와함께두런두런이야기를나누며

밭고랑에서의촌부를자처하는

기꺼운행복

그마음을알고도남느니

서울유학시절모처럼에

충청도산골고향에내려가는방학이면

아침일찍엄니를따라나서

밭고랑에함께하던

그신선상쾌

아부지밀짚모자눌러쓰고

댓돌에놓인흰고무신짝을아무거나신어서

내발에들어가면끌고나가

끅쟁이를득,득,긁던

그시절의

고향

흰옥양목에

광목치마

할아부지께서

곰방대로피워올리시던

짙은청색으로꼬물꼬물처마로올라가던

대청마루의담배연기

다들어디가셨데나?

어제같은그시절은이젠

영원히돌아오지못하는것일까?

문득보고싶어지는이둘째손자의

작은뇌까림

항상

자애로운

할아부지할무니!

쇠비름이무엇에좋데나

상자에가득담으면그것을처가마당으로

낑낑들어서옮기는일로

밥값을해내다

오가는길가양풀섶으로

콩알만한뱀딸기

처가마당샘가에

심심파적으로심궜다는딸기밭을지나는데

들척한딸기향이코끝으로휘감기다

가뭄으로이파리가축늘어진사이로

딸기가무성하니달렸다

어찌하우스에서재배되어져나온

시중의판매되는딸기에

감히견주랴

노지에서자라

향기가진하면서맛또한혀에감킨다

부화장에서

병아리까는일을지켜보면서또

뒤란산비얕으로오골계닭장을짓느라고

오함마에망치질을하시는처남께

씻친딸기를바구니째들고가서

둘이먹어야맛이배가되는딸기를반비우고는

나머지는밭고랑에서수고하는안해를주려고

시원한냉장고에밀어넣었다

마당으로막나서는데

처남께서선인장꽃이막피어난다고

금새피었다가금방진다는귀한꽃이라고

어여사진촬영으로남기라고하신다

아..이뻐라

비록수명은꽃중에제일짧지만

너청초하니야들야들꽃에

아름다움의으뜸이구나!

구수한씨래기된장국에푸성귀로

아침조반을마친연후

그간이러저러큰일을치루어내느라

고생많았던안해에게

백화점에들어

고맙고

또고마운마음을담아

정장옷에여름용구두한결레

고얀히내입이귀에가서걸리더라

비록소경제닭잡아먹는일이지만서도

선심을쓰듯건네는부부지정

고급음식점에서의

맛나면서우아한몸짓을곁들여먹는

여행의끄트머리의행복된표정

짧은여행

긴여운.

이시다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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