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일기 (2) : 황혼의 순애보

안해가과일을한가지씩준비하여

챙겨주는데그맛보다

정성을먹는다

아침운동을멀리까지다녀왔다

안해함께나가지못하는날은최대한의먼길을

운동길로잡아걸어간다

방울미까지가는길은정겨워자연부락마을을지나

고불꼬불뱀꼬리같이길다랗게길이이어진다

이렇게멀리나가는날은

손폰조차몸에휴대하지않는간단함의홀가분함을즐긴다

근육량이빠지면서제일먼저

다리근육에신경을쓰면서그를키워간다

특히종아리근육이걷기에서제일먼저반응이온다

마라톤선수였다는과거가무색하게

마치논배미의학의다리같이

눈에띄게가늘어졌다는

그현상에제일

염려가된다

점심에홀로차린식탁이다

안해는가게로내려와점심을먹으라는데

아무리내가게지만서도

손님들왁짜한가운데가게로들어서기가부담스럽다

그래거의혼자

마음의点만찍듯먹는点心

홀로단촐히점심을에우곤한다

처가에서가져온옛날식된장에다

지인이가져온싱싱한상추쌈을입을크게벌려

오랜만에아주맛나게먹었다

상추를찹쌀로부침개를해놓은

안해의정성이주방에먹거리로만들어놓고갔다

밀가루가안좋다고특별식을연구하고

그것을만들어봉양을해주는

안해표후식

향토음식을배우러군청에서운영하는

요리교실을한참댕기더니만

상식을깨는찹쌀부침개

별식을만든다

안해의지극정성으로

분명회복되어지리니..

참고맙고고습다

점심을채마치지못했는데

급히가게로내려오라는안해전갈

지인께서나를생각하여보양식을준비하여

장어를사왔다는전화를받고는

뭉클해지는이웃지간의정

안해가게에서

항상내지정석인내실로들어

자리를잡고앉았다

지글자글장어구이

오랜만에먹는음식이다

그닥좋아하는보양식은아니었지만

나를생각해주시는그마음을포만감가득먹는다

뼈까지바싹구워서접시에얹어주는데

오도독하니고습다

거기다보태어고마운이웃들과

오랜만에누룩향좋은전통주를곁들였다

칠십에가까운연세에서도

오십대같은외모와탁트인사고와생각을소유하신양반

박*덕형님

처음으로형님이라는호칭을드린양반이신데

서울살이를하시는젊은날에

시의원에출마할정도로

박식했던과거事

대학교수셨던부인께서뇌출혈로쓰러져

그날로전국여행에서봐뒀던

생거진천땅에다

집을짓고

물좋고공기좋은시골로의낙향

부인에게모든것을올인하는생활을자처하셨다

봄날의어느한때

멀리까지걷기운동을나갔다가그만

집으로돌아올기운을급잃고는허덕일제

마침그동네를지나가다가만난내게기꺼운마음으로

안해가게까지차로태워다주신양반

그돌아오는차안에서

부인의애절한투병이야기를건네오셨다

그후로안해함께집으로초대를받아

거동이불편하여집안에만계시는부인을처음뵈었다

한때사회의최고의엘리트였던사람이

급작스럽게닥쳐온뇌출혈로인하여인생이뒤집어지고

추락되어진굴곡진인생

인지능력마져저하되어져

그냥순하디순한미소만보내오시는데

마음이짠해졌다

아..건강의重함을

새삼스레눈으로확인시켜보여주셨다

아..현대판순애보

늘그막에안해를위해

모든도회지적삶의기득권까지모두내려놓고

맞바로시골로내려와오직안해를위한삶의길로드신

인간적인

너무나인간적인부부지정

몸의병은마음의병을능가치못하리니

부부지정의지극한사랑이건너가는한은필경

조금씩호전되어져갈것을믿어의심치않게하는

아름다운정물화

부부愛

자식도성가를이뤄떠나니예의상가끔씩들여다만보더란다

자기어린자식들과마누라

그리고타이트하게돌아가는

현대사회의일원으로살아내느라그러려니..이해를하신단다

너희들이나잘살아라

네엄마는내가책임진다

그저가끔씩내려와안부를살피는것만

자식으로써행하라..라는초간단말만건넸단다

얼마나힘든세월이흘러갔으며

스스로밥을짓고반찬을장만하시는일을자처

부인의건강회복을위한순애보

누구나할수있는

부부愛실천은절대로아니었다

한수레의가득한책에서도배우지못할

가슴뭉클한인생의깊음으로의배움

이제껏살아오면서

家兄이외에

누구를형님으로모시는일이없었던내게

망설임없이형님으로부르게되면서

형님이라는호칭이마음에서우러나와

자연스레나오는존경이내제된

내마음자리의훈훈함

모든것이곁을떠나가도빈둥지로남아야할부부

그것도자식들이나남들이보아도요양병원으로모셔야맞다라는

그부인에게로건너가는지고지순함

노년기의황혼사랑

감화되어지는마음자리에새삼나를돌아보면서

지금의요양일기를쓰는세월이새삼촉촉하게젖어온다

알딸딸하니취기가스멀거리는오랜만의

기분좋은술을곁들인보양식

바로집으로올라가지않고

저물어가는논배미의농로길복판을걸어가며

저윽히저물어가는논길에서

부부지정에서의중심을어디에다세우고살아가야하는지

가다가서서황혼을바라보다가

또깊어지는생각

또저윽히넘어가는황혼빛에

살며시얹어보는

부부지정

깊은思念으로걸어가는

논빛이아름답다

아..저논빛같이살아가야지.

  • (1987年부부듀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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