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늙은 고향, 외삼촌
BY glassy777 ON 6. 19, 2015
작년에
외숙모돌아가고
혼자계시는외삼촌을찾아뵈러
외갓집가는길
외가초입의느티나무아래에서
잠시국민핵교적마라톤으로뛰어서찾아오던
그길을가늠해보는데도무지길이바뀌어
기억에가물거린다
그저열녀비누각만덩그머니남아
예가거기쯤이겠거니
50년저편의초가마을로
조갑지를엎어놓은듯하게다닥다닥골목쟁이는
흔적조차없어지고
두어서너집이합해져서
양옥집한채가들어서니도무지옛길이아니다
외숙모안계시는외갓집은
헐어져귀퉁이부터무너져간다
집이나사람이나돌보는사람이없으면
여지없이방초만무성해지면서
마당부터봉당까지
풀들이옮겨와
주인없는집차지를하려든다
서울종합병원에서지병치료차입원하길
몇차례하시며비워두길
오래
계단마져갈라지고무너져
화초양귀비하나가
외롭고처연하게
집안차지의
중심
안주인행색을하려고든다
바로모시고안해가게로와설라므네
고기부터구어서잘게썰어
앞에놓아드렸다
복작거리는가게에서올라와
지난옛이야기를나누며어머니에게로향한
외삼촌의유별난누이사랑을들었다
일찌기부모님을여위고
모성愛를찾아
자주우리집으로자전거를타고
먼길을오시곤했다
맛난식사를마치고
이런저런한가한이야기로이어지며
두런두런옛이야기
고단한농사일랑은다놓으시고
작은텃밭한뙈기만남겨
자식들에게양념보낼
채마밭
정부에다십년간밭을계약하여
일시불로받은천만원
어느자식에게건너갔는지도모르게
바로손아귀에서사라지고
빈허수아비마냥서서
밭만바라보신다
꽃이아무리요염하여도
봉당아래화단에핀꽃이
아무리청초하여도
외숙모함께오손도손하시던
그시절이다시올까마는
홀로
늙은고향집을지키시며
살아가시는외삼촌의쓸쓸한모습에
마음만애끈하다
격동치는6.25의회호리바람에
눈도못뜨고얼떨결에국란한가운데총을잡고
나라를구하여조상을지키려
포탄속포화를헤치던
젊음은아득하고
늙은고향에서
홀로늙어가시는호호백발외삼촌
그시절에고등학교를나오신배움으로
유공자지역분회장일을보시는데
이번에유공자에게나오는10여만원조금웃도는돈에
올금액인상분이고작만원이었다며
한숨을쉬신다
이젠거의돌아시고몇양반안남으시고
기껏살아봐야십년세월인데
나라가너무야박스럽다
분회장직을억지춘향격으로떠맡다시피맡아
이천시로회의를자주나가시며
여러전우들을위해하시는활동의한계에
스스로가서운해하시는
명분있으신책임감
누구를위한나라이며
누구를지키려죽어간목숨이던가
팔십성상의저세대
나라를위해목숨을바쳐죽어간희생
새삼
외삼촌의옷깃에매달린
뱃지를다시금매만져고쳐
거꾸로달린것을바로하고선에
외삼촌을위로해드린다
부끄럽고송구스러운전후세대로
말없이조아려본다
어떻게지킨나라인데
이렇게혼미하게정국이비틀거리는지
오뉴월땡볕아래쩍,쩍갈라지는
가뭄복판의논바닥과같이
늙은고향을홀로지켜살아가시는
외삼촌께큰절로인사를올리고
집으로돌아오는길
국민핵교적
의미도모르면서
배워서불렀던노래
여자아이들
고무줄놀이에도불려졌던
전우야,잘가라
부르며부르며넘어오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