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늙은 고향, 외삼촌

작년에

외숙모돌아가고

혼자계시는외삼촌을찾아뵈러

외갓집가는길

외가초입의느티나무아래에서

잠시국민핵교적마라톤으로뛰어서찾아오던

그길을가늠해보는데도무지길이바뀌어

기억에가물거린다

그저열녀비누각만덩그머니남아

예가거기쯤이겠거니

50년저편의초가마을로

조갑지를엎어놓은듯하게다닥다닥골목쟁이는

흔적조차없어지고

두어서너집이합해져서

양옥집한채가들어서니도무지옛길이아니다

외숙모안계시는외갓집은

헐어져귀퉁이부터무너져간다

집이나사람이나돌보는사람이없으면

여지없이방초만무성해지면서

마당부터봉당까지

풀들이옮겨와

주인없는집차지를하려든다

서울종합병원에서지병치료차입원하길

몇차례하시며비워두길

오래

계단마져갈라지고무너져

화초양귀비하나가

외롭고처연하게

집안차지의

중심

안주인행색을하려고든다

바로모시고안해가게로와설라므네

고기부터구어서잘게썰어

앞에놓아드렸다

복작거리는가게에서올라와

지난옛이야기를나누며어머니에게로향한

외삼촌의유별난누이사랑을들었다

일찌기부모님을여위고

모성愛를찾아

자주우리집으로자전거를타고

먼길을오시곤했다

맛난식사를마치고

이런저런한가한이야기로이어지며

두런두런옛이야기

고단한농사일랑은다놓으시고

작은텃밭한뙈기만남겨

자식들에게양념보낼

채마밭

정부에다십년간밭을계약하여

일시불로받은천만원

어느자식에게건너갔는지도모르게

바로손아귀에서사라지고

빈허수아비마냥서서

밭만바라보신다

꽃이아무리요염하여도

봉당아래화단에핀꽃이

아무리청초하여도

외숙모함께오손도손하시던

그시절이다시올까마는

홀로

늙은고향집을지키시며

살아가시는외삼촌의쓸쓸한모습에

마음만애끈하다

격동치는6.25의회호리바람에

눈도못뜨고얼떨결에국란한가운데총을잡고

나라를구하여조상을지키려

포탄속포화를헤치던

젊음은아득하고

늙은고향에서

홀로늙어가시는호호백발외삼촌

그시절에고등학교를나오신배움으로

유공자지역분회장일을보시는데

이번에유공자에게나오는10여만원조금웃도는돈에

올금액인상분이고작만원이었다며

한숨을쉬신다

이젠거의돌아시고몇양반안남으시고

기껏살아봐야십년세월인데

나라가너무야박스럽다

분회장직을억지춘향격으로떠맡다시피맡아

이천시로회의를자주나가시며

여러전우들을위해하시는활동의한계에

스스로가서운해하시는

명분있으신책임감

누구를위한나라이며

누구를지키려죽어간목숨이던가

팔십성상의저세대

나라를위해목숨을바쳐죽어간희생

새삼

외삼촌의옷깃에매달린

뱃지를다시금매만져고쳐

거꾸로달린것을바로하고선에

외삼촌을위로해드린다

부끄럽고송구스러운전후세대로

말없이조아려본다

어떻게지킨나라인데

이렇게혼미하게정국이비틀거리는지

오뉴월땡볕아래쩍,쩍갈라지는

가뭄복판의논바닥과같이

늙은고향을홀로지켜살아가시는

외삼촌께큰절로인사를올리고

집으로돌아오는길

국민핵교적

의미도모르면서

배워서불렀던노래

여자아이들

고무줄놀이에도불려졌던

전우야,잘가라

부르며부르며넘어오는길

외삼촌의

늙은고향

흰구름홀로

푸른산하를쓸쓸히넘어간다.

  • 전우야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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