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넥타이

어제늦은점심

어여의정부올라갈준비좀해달라는

안해의전화한통

안해의가장친한친구의부음

최근에의정부에서만나

안해친구와전철역꽃나무그늘벤치에서

40여분간나눈대화가마지막였을줄이야

병은자랑하라고옛날어른들이말씀을하셨을때에는

다그만한연유가그말속에내재되어져

속담이상으로뜻깊은말이거늘

요즘아무리과학이발달되어화성을오가는세상이지만서도

옛속담..옛어른들의말씀하나그른것이없다

그러함에도그것을간과하는치명적실수가

죽음으로까지이어지는것을

내고향친구아홉중에서여섯이저세상으로

가버리는것이나안해친구나

모두의중년지나노년기초입에선

이글을읽으시는양반들이나

우리모두는이미반병신(몸땡이반이상은병)이다

하지만애써현대의학의허상을믿고따르다가

그만너무도병원과의사를맹신하다가

그만죽어라의지처로삼아믿고

남들이나친구들에게까지병을숨기면서

나는절대건강해!

나는아픈곳이하나도없어!

병을스스로감추면서그것이드러나는것을

마치사생활보호법과연계시켜

극구감추면서혼자

병의원과양약

그허상을

생의구원투수로착각을하다가

병원도의사도절대모르쇠로책임져주지않은무서운합병증으로

허무하게저세상으로먼저건너가설라므네

남은사람들에게씻지못한애슬픔만남겨놓곤한다

내가길고긴장문으로[당뇨병과의투쟁]을써내리는것또한

오늘같은허무한주검을미리유비무환차원에서

일깨워주고싶은마음이지만서도

이또한귓등으로스쳐듣는

중년들이많음에

안타까움이

인다

어제안해친구또한마지막이된저녁식사자리를

나와전철역시원한곳을찾아안해함께

두친구와대화중에안해는다른벤치에서다른친구와

나는영정속안해친구와대화를나눴지만

죽음에가까워진건강임에도나와함께

나눈마지막대화자리까지도

내쪽에서당당히밝힌나의지난중증당뇨와의투쟁과

그를헤쳐나온무용담을담담히풀어서들려줌에도

전혀자신의중증당뇨는철저히뒤로감추면서

오히려태연스레얼굴이쪽빠져엉망이된

나만을염려하고위로했었다

어제상가에서남편되시는분의입을통해서야

안해친구인고인께서정작중증당뇨를넘어

투석을정기적으로하고있다는

진짜위험군의당뇨환자는그였었다는사실을

기가막히게전해들어야만했다

안해가영전에통곡을하다가가까스로

고인의딸들의만류로식탁머리에고인의남편과마주앉아

나눈대화에서또한번안해의흐느낌의통곡

"사실제안식구가얼마전에부터그곳으로내려가친구와함께

가까운곳에서살고싶다고했습니다."

"…?"

"조선시대부터살아생전으뜸이라는진천

풍광이아름다운그동네에다원룸하나얻어달라고하더군요."

"..흑,흑,"

"마지막여생을선비친구와가까운그곳에서살고싶다고했습니다."

"후두둑!~흑,흑,"

"사실그곳가까운병원의투석가능한곳두곳까지물색해뒀더랬습니다."

"그런데..그만..이렇게..이렇게."

이렇게부고를받고서야친구의마음을알았다고

다시영전에엎드려후회에회한이서려끅,끅,울음도못삼키는안해

영정앞에서하염없이통곡만하는안해의뒷모습만

망연히바라만봐야했다

아..살아남은자의슬픔

그안해의슬픔을나또한연전

진즉에겪어서알고남음에그냥어깨만다독여줄뿐

위로도하지못하고엊그제친구무덤을찾아가

막걸리한잔부어주면서

눈물속에

망초대궁만키를넘기려하는

무덤가에서한참을앉아

도대체살아가는것이무엇이관데

무엇이관데이렇게애를끓나니..하며

음복술한잔에어릿어릿한

저녁어스름해넘잇재를넘어오던애슬픔

내눈에도

네슬픔내슬픔으로눈물이흘렀다

오늘아침하늘이

마치가을하늘같이높다

긴밤을새고집으로내려오는새벽길

안해나나나차에서아무런말도못하고

집으로내려온기진한걸음

막집으로내려오려는데

먼산마루위로날아가는새한마리

사람도가고

세월도저리무삼히가버리고

시절이간다

우편함깊숙이서꺼내온

얇은책자한권

우리생이이보다더얇을까?

쓸쓸한마음으로

엊그제초동친구무덤가에앉아듣던

해걸음녘애슬픔으로듣던슬픈詩낭송을다시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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