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고즈넉한 섬마을 추억

이더운날의한복판에서

섬마을을추억하며무더위를달래본다

여객선으로

두시간반을걸려당도한섬

먼심해선밖외딴섬

그바닷가에는언제나해풍이불어와시원했다

저녁노을이지기시작하는

바다와건너의섬안개

금빛으로물들어가는바다

길게눕는바다노을

이미자의섬마을선생님노래가들려오는

문희의시원하고서글서글한눈매가

선한이미지함께눈앞에떠오른다

섬안에폭들어앉은항포구

섬마을선생님의풍금소리가들려오는지

가만가만귀를기울여보는

바다가보이는교실

그곳에는나와같이책을좋아하는

작은소녀가파도소리들으며

왼종일책만읽으며

얌전히앉았고

축구공내질르면바로바다로풍덩빠지는

작은운동장풀밭건너지서에는

가끔씩순경이나와앉아

바다쪽으로하품만

연신해댔다

조금만나가면해조음얌전한

깨끗한섬마을모래사장

맨발로발을담구면멀리에서밀려온파도가

발가락사이를간지럽히고는

저만치달아나곤하는

고즈넉한해변

홀로쓸쓸해지는건너섬이

무인도란다

저섬에서

한달만살다가자

모래사구언덕에앉아

바다안개로흐릿한

바다와하늘의경계가모호해지는

먼수평선과외론배한척을바라보다가

하릴없이가랑이사이로모래장난을하다가

고개를들어수평선

괭이갈매기두엇머리위를비상하다가

먼수평선으로날아간다

육지에서먼섬이라

해수욕객도별로없이고요롭기그지없는

백사장과천막아래의자몇과보트가햇볕아래졸고있고

바닷가팬션의정갈한잔디밭파라솔도

한가하니고개를빼고바다만바라보는섬마을

마을아낙은고기잡이나간남편을기다리며

섬과섬사이수평선을응시하며

하염없는항포구

여행객은그저바다풍경이아름다워

방파제에서연신바다쪽으로사진만박는다

늦잠에서일어난피서객몇

늦은아침을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웃자란억새밭에

해풍이불어와와,와,풀들이누웠다일어서며

가슴이후련토록산을넘어온해풍을

내품가득안겨놓고흔들며

양팔을한껏벌리란다

아무도찾지않는쓸쓸코고요롭기그지없는

자갈해변을걷는다

조병화시인의시한소절을암송하는데

괜스레코끝이아릿해온다

잊어버리자고잊어버리지고

바다기슭을걸어보던날이

하루이틀사흘

여름가고가을가고

조개줍는해녀의무리

사라진겨울이바다에

아,아,이바다에

잊어버리자고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걸어보던날이

하루이틀사흘

바다낚시를하는사람

단란한가족서넛

바다를향하여누워있는

텐트한동

그리고다시또쓸쓸하고

고즈넉한파도소리

사람없는고요로운해변을걷다가

먼수평선을바라보다가

해변으로떠내려온큰다시마줄기에

미역을건져내는안해

그바닷가에서의사랑의추억을

허무토록크게바다를향해외치고있는

파도가밀려와씻어버리면없어질

모래백사장에사랑의언약

보트가마음대로잘나가질않아

헛물질을들락날락

갯바위에앉은낚시하는사람의

여름노래가해풍에실려왔다

멀어지는섬마을

나도따라가만가만어릴적동요를

출렁이는외로운배에실어

바다기슭으로띄워보냈다

바다가외로워산으로올랐다

구름다리로오르는산길에

가을잠자리가무수히

날아오르고

구름다리에올라서서

옆구리에날개를활짝펴고

먼바다를향해활공으로훨훨날아

수평선끝무인도까지날아가고만싶은

확,트인바다와마주섰다

바다쪽에서치오르는해풍의짭짜롬한

순풍에몸을맡기고한참을

마치구름위에몸을얹은

순한마음이되다

이렇게아름다운풍광에서는

텐트를치고선에며칠을머물러있고만싶어진다

먼수평선과발아래섬마을과

심해선밖점같이박힌몇몇섬들을

쌍안경안으로한껏끌어당겨본다

해풍과산바람이섞여

올라오는산정

발아래바다가아뜩타

이제저녁빛으로멀어지는섬안에서

외로운나그네심사로바다를향해망부석이되는

아득히멀어진사람들의그리움이수럿해지는

이풍경안에서

더무엇을그리워해야하나?

안해도넋없이바다와수평선만바라보는

섬에서제일높은봉우리

섬,섬,섬,섬

다시구름다리를건너

仙景을내려오는

아쉬움

섬마을분교마당에서오래도록

뒷짐을지고이리저리

거닐고또거닐었다

섬집아기노래가풍금소리에들려올듯

손바닥같이작은운동장

바다가보이는교실에서

아이들과천진난만히지내는섬마을선생님이되고싶다

분교운동장이보이는곳에서

저녁내내책만읽었다

밤이이슥토록책만읽으며

가끔씩눈을들어밤바다의슬기를바라봤다

창가맑은참새소리에잠이깨었다

살며시잠자리를빠져나와

해변으로아침산책을나섰다

섬마을은아직잠에서깨어나지않고

교회당십자가불빛만보이고

아침바다갈매기는낮게수면을날아가고

밤새명멸하던등대도

새벽잠에곤히든아침바다수평선

한시간은족히해안선을산책하고

물안개에희끄므레한

섬마을로돌아왔다

바다낚시로낚아올린물고기몇마리

매운탕에수제비를떠넣어

쫀득쫀득한포만감

약간의취기에젖은

멀리떠나온애틋한여수

아침식사를마치고

분교앞바다앞에섰다

나직나직동요를불러본다

아침바다갈매기는사랑을싣고

고기잡이배들은희망을싣고

희망에찬아침바다

노저어가요

희망에찬아침바다

노저어가요

아침산보를나온아가와

젊은엄마도섬집아기를부르는노래소리

해안선을따라가는해안도로를걷다가

심드렁해져서돌아와다시선

분교운동장

운동장끝지서에펄럭이는태극기

몇걸음안되는축구골대

골마루에서면창아래파도소리

바다가보이는교실

소녀가또가끔씩바다를바라보며

책을펴들고들여다본다

나도따라서하릴없이

작은항포구를드나드는배들의

느릿한입출항을바라보며

책한줄

머리바로위까지날아와앉아

여름을노래하는매미소리가나른시끌찢어질듯한

섬마을안에서함께하는

그리스인조르바

정오가가까워차마

섬을떠났다

멀어지는섬

아득히

그리고까마득히멀어지는섬

한가롭게고즈넉히아름다웠던

작은풀안해수욕장아,

눈부시게빛조개가빛나던

넓고넓은바다한가운데아름다웠던모래섬

풀등아,

고즈넉한섬마을아,

  • 추억의세계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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