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부치는 편지
BY glassy777 ON 8. 18, 2015
엄니,애비가뭐가그리바빴는지
이제사편지에다성당우표를붙여서올려보내드리는구먼유?
아침마다에미랑함께운동가는길에서의풍경이유
높다랗게다락같이높아가는하늘을올려다보니깐두루
엄니생각이불현듯나서집에오자마자
연필꺼내서침묻혀가며
편지를쓰네유
우띠키그곳에설랑아부지는만나셨는지유
지덜은잘있다구안부전해주서유
엄니..지숭혀유
엄니예수님따라하늘나라루가시구선에
저많이아팠더랬네유?
이렇게오랜만에편지글을쓰면서이런소식을전해드려
참말루다지숭혀유
엄니가저희들과함께고생고생하신치매십년
그세월이야속하구먼유?
그긴장의끈이확,끊어지니깐두루
지가병이나구야말았든게아닌가생각돼유
엄니..애비에게는늘상서운코
에미에게는맨날칭찬에예쁨을많이주셨잖여유
사실저엄니많이사랑했걸랑유
제가스스로악역을자처치않았다면울가정
많이기우뚱온통악다구니로피폐화로함께불행했을꺼구먼유
그래두말년에정신맑은어느날
에미헌데
니가있어내말년이행복했구나..엄청똑똑히말씀하시는
그말한마디에그만에미의치매수발십년이
모두상쇄..아니지까무쳤던거이..아실란가몰러유
시방거울을디다보믄
지얼굴에엄니얼굴이많이담겼네유
친탁아닌외탁으루생긴제눈매가
아프고나서눈이쑥들어가며물경17키로그램이나빠지니깐두루
엄니편찮으실적얼굴을똑빼다박았지뭐유?
엄니가외딴집을건너다보면
저집양반덜은뭘먹고사는지몰러..하시던
저건너외딴집에도가을자리가포근히내려앉았구먼유?
엄니기억을살려드리려구
십년전인가어느날..봉숭아를따다가
손톱에물을들여달라구디미니깐
엄니는징그럽다구손사래를치셨던거
기억나셔유?
퇴근하고냉장고문을여는데그만
꽃화분에다김치를수북히담아냉장고에넣으신
그날부터시작된엄니의치매가그렇게까지고생하시게
오래괴롭히다가가시게하실줄은
참말루몰랐었어유
지내놓고보니암보다시상에서젤무서운병이
치매란결론에다달케되었어유
길을가다가엄니생각이나면서
콧잔등이시큰거려설라므네
앞서가는에미와
저만치떨어져걷네유
엄니는이세상에단하나의
내마음속기둥이셨다는것눈치못채셨었지유?
나..엄니미워한게절대아니었다는거
그것을다시금죄스러움으로고할려구사실이아침에연필을들었시유
에미가엄니께지극으로쏟던정성을
인쟈이애비헌테쏟아붓구있네유
엄니와교대루이게뭔짓인지참말루못할짓이고
당최에미헌테염치가없어주껀네유
벼나락이패면서이슬방울이영롱하게내려앉은
이논길을가는마음참행복허구먼유
시골살이로내려오며엄니두형님집에서나와
지를따라이곳으로내려오신푸근한고향에서의엄니함께시골살이
이을매나좋은날들였는지몰러유
엄니두좋으셨지유?
서울천호동성당동무들잃는것에망설망설하시던거
그래두또이곳성당에서동무들많이새겨서또엄니두
을매나좋으셨어유
덩달아곁에서바라보는애비두에미두곁에서
얼마나좋았다구유
저그아침햇살이퍼지면서밝아오는
논배미건너윗마을풍경좀자세허게디다보세유
사람다운
사람살이가
곧이거아니것시유?
소낙비가몇차례지나간또랑으루는
맑은물들이철철넘쳐흘러유
물소리높고
새소리가깝구
구름이쁜오늘같이좋은날
맑은송사리떼
아름다운마음안뜰에는항시
엄니가생각나는구먼유
아..어느결에호박댕이가사람얼굴보담두더커져버렸어유
세월이참잘도내빼는구먼유
인쟈애비건강이그만그만회복되어가니깐두루
또이소식받으시구
너무안달하심으로걱정걱정하덜마셔유..머
그저하느님곁에서편히
황루시아로이쁨이따마시받으시며
그세상에서는천국이니치매병읎겠지유?
절대이세상에서다치루어내신치매고생
그곳에설랑은절대하시믄안돼유?
꼭애기들조막손마냥작은사과인지능금인지를
에미가식탁에얹어놨는데
가을풍경같이이쁘네유
참엄니방을에미가서재로맹글어놨어유
지가책을엄청좋아하잖여유
어찌나좋은지맨날책을읽으며
책상을손으로쓰담씀담만지며닦어유
둘러보면엄니생각이나는
이방에서많이시간을제일많이보내네유
큼..큼..이게뭔냄새인가고따라가니
엄니표청국장을맛나게끓여놨구먼유?
이렇게정성된음식을멕이는데
지가병회복이안되고배기것시유?
다세상사모든게지극함이들어간정성이라는것을
에미에게서새삼배워가네유
에구..엄니기시면함께드시면좋았을
후식과일을챙겨먹으면서
이만연필을놓을께유
그하늘나라에서저희들잘지켜봐주서유
야?